[장윤호의 체인지업]류현진은 과연 MLB 선발급 '괴물'인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3.01.2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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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팀에 합류하기 위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가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임성균기자<br>
↑ 팀에 합류하기 위해 23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출국하는 LA 다저스 류현진 선수가 출국 전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임성균기자


LA 다저스와 계약한 류현진(26)이 23일 험난한 메이저리그 도전의 길에 나섰다.

인천공항에 그가 입고 나온 후드 가슴에는 '몬스터 인 엘에이(MONSTER IN LA) '라고 적혀 있어 눈길을 끌었다. 말 그대로 'LA의 괴물'이다.

이날 메이저리그 전문 웹진인 '블리처 리포트'는 LA 다저스의 류현진 스카우트를 'C+'로 평가했다. 보통 수준도 아닌 평균 이하라는 것이다.



류현진은 공항서 가진 인터뷰에서 '하던 대로 하겠다. 3선발 정도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연 류현진은 메이저리그에서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2009년 9월5일 잠실구장에서 흥미로운 맞대결이 펼쳐졌다. 한화의 왼손 투수 류현진이 LG의 메이저리그 출신 좌완 봉중근과 맞붙어 8 1/3이닝 7피안타 1실점 역투로 시즌 11승째를 올린 경기다.



필자는 그 해 3월 열린 제2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도 그의 투구를 관심 있게 지켜봤는데 이날도 인상적인 투구를 해 메이저리그 진출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했었다.

류현진의 구질을 메이저리그 전문가의 관점에서 스터프(stuff)와 피처빌러티(pitchability) 이론으로 접근해본다.

1990년대 야구 팬들이라면 톰 캔디오티라는 투수를 기억할 것이다. 박찬호가 1996년 처음 LA 다저스의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자리 잡았을 때 동료 선발 투수였다. 너클볼 투수였던 톰 캔디오티는 은퇴 후 ESPN의 해설가로 활동할 당시 투수의 구질에 대해 흥미로운 기고를 했다.


메이저리그 기사를 읽다 보면 투수의 구질에 관한 단어로 번역하기가 아주 고약한 '스터프(stuff)'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감독이 "우리 투수는 아주 좋은 스터프를 가지고 있다"고 하고 어떤 스카우트는 "저 투수는 플러스(+) 스터프(plus stuff)를 지녔다"는 표현을 쓴다.

스터프를 우리 말로 억지로 번역하면 구질, 구위 등으로 표현할 수 있는데 두 가지 모두에다가 또 다른 추상적인 공의 특징에 관한 것까지 포함한다.'플러스(+) 스터프'는 보통 이상(플러스)의 위력을 지닌 공을 의미하는 것이다.

스터프라는 말은 스카우트의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초를 거치며 기술적인 용어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

톰 캔디오티의 설명에 따르면 메이저리그 급을 기준으로 볼 때 좋은 스터프(good stuff)의 첫째 조건은 '살아 있는 패스트볼(빠른 공, 라이브 패스트볼 live fastball)'이다.

스카우트가 유망주를 설명하면서 플러스 패스트볼을 가지고 있다고 말하면 그의 패스트볼이 시속 148㎞ 이상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평균적인 패스트볼의 속도는 145㎞ 안팎이다. 왼쪽 투수의 경우 142㎞ 정도면 평균에 속한다. 이른바 왼쪽 투수 프리미엄이다.

패스트볼에 대한 평가가 끝나면 투수의 스터프에 대한 논의는 브레이킹 볼(breaking ball)로 넘어간다. 밋밋하게 변하느냐, 아니면 날카롭게 움직이느냐의 문제다.

그리고 그가 던지는 브레이킹 볼이 커브(curve)냐 혹은 슬라이더(slider)인가도 관심사가 된다. 그 다음이 스피드를 조절하는 오프스피드 피치(offspeed pitch)로 스트레이트 체인지업, 서클 체인지업, 그리고 이보다 더 강력한 오프스피드 피치인 스플릿 핑거드 패스트볼(일명 SF 볼, 포크 볼)을 말한다.

보통 투수는 3가지 정도의 구질을 가지고 있다. 4가지가 되면 물론 더 좋다.

톰 캔디오티가 설명한 스터프 이론으로 접근할 때 류현진은 확실히 메이저리그 선발 급이다. 2009년 월드베이스볼 클래식에서 일본의 이치로를 상대할 때 시속 161km가 TV 화면에 찍혔다. 물론 실제로 좌완인 류현진이 그 정도 스피드를 내기는 어렵다. 그러나 150km는 가능하다. 스피드에 평균 이상의 서클 체인지업을 갖추고 있다. 낙차 큰 커브도 구사한다.

투수에게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은 아주 미묘한 부분으로 투구 구사 능력(피처빌러티, pitchability)이다.

투구 구사 능력에는 제구력(commmand), 심리적인 요소 등이 포함된다. 투구 구사 능력의 중요성은 과거 메이저리그 정상급 투수 그렉 매덕스나 톰 글래빈 등의 구위에서 잘 알 수 있다.

현대야구에서 스피드보다 더 중요한 조건으로 재평가 받는 것이 투구 구사 능력이다. 피처빌러티는 공을 던진다는 피치(pitch)와 능력을 말하는 어빌러티(ability)를 조합해서 만들었다. 말 그대로 번역하면 '공을 던지는 능력(pitchability)'이다. 피처빌러티는 무엇으로 만져보고 확인할 수 없는 투구의 보이지 않는 부분을 모두 포함한다.

피처빌러티가 부족한 상태에서 굿 스터프를 가지고 있는 투수들의 특징은 자신의 구위를 가지고 타자를 무작정 윽박지르려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 자주 연출된다.

류현진은 분명히 굿 스터프에 수준급의 피처빌러티를 갖추고 있다.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 자격이 충분하다.

다만 우려되는 것은 아직 젊은 그가 자신의 굿 스터프만 믿고 메이저리그 타자들과 정면 승부를 이어 가면 스스로 지쳐 무너지게 된다는 것이다. 피처빌러티에 대한 연구가 더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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