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등용문 '기능대회', 글로벌 인재 몰린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2013.01.15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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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고용 새로운 대한민국 만든다]<3-1>국제올림픽 통산 17회 우승 산실...고졸채용 활성화

↑ 2012년9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한국산업인력공단↑ 2012년9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한국산업인력공단


# 오는 2월 충남조선공업고등학교 졸업을 앞둔 이관승(19세)군은 현재 삼성중공업 거제조선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고3의 신분으로 이 회사 고졸채용 전형에 합격했다. 비결은 전국기능경기대회 입상. 이 군은 지난해 9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 동력제어 부문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전국의 기능인들과 떳떳이 겨뤄 1등을 차지했다. 이 군의 학력은 비록 고졸이지만 이 대회를 통해 곧바로 산업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기술인재로 거듭났다.

이 군은 "지난 3년간 매일 아침 7시30분부터 밤 10시까지 학교 작업실과 교실을 오가며 동력제어 관련 기술을 배웠다"며 "대학에 가는 것보다 기능경기대회에서 내 실력을 인정받고, 남들보다 먼저 취업하는 게 목표였는데 계획대로 잘 됐다"고 말했다.



이 군을 지도한 이 학교 윤문수 교사는 "기업들이 고졸채용을 늘리고 있는 덕분에 학생들도 무조건 대학에 가려고 하지 않는 등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며 "기능경기대회의 경우 기술인재라는 것을 인정받을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데, 특성화고 입학과 동시에 이 대회를 준비하면 남들보다 빨리 기술인재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 최송희(21세) 한국산업인력공단 광주지역본부 직업능력총괄팀 주임은 지난 2009년 광주지방기능경기대회 제품디자인 직종에서 은메달을 수상했다. 하루 평균 15시간씩 피나는 노력을 기울인 결과 2등을 차지했다. 최 주임은 지난해 3월 고졸인턴 전형으로 공단에 입사, 6개월 후에 정직원이 됐다.



최 주임에게 기능경기대회는 '기술에 대한 증명서'이자, 원하는 기업에 취업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였다. 특히 기능경기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기술을 배우고 익힘으로써 남들보다 실력을 쌓았을 때 학벌이나 간판을 이길 수 있었다.

최 주임은 "고졸취업 희망자들이 기업에 들어가서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직무능력을 쌓는 것이 중요하다. 고졸 취업자가 고졸자로서만 끝나는 게 아니라 기업과 같이 커가야 한다"며 "고졸취업자들이 직장에서 이뤄지는 교육을 통해 꿈을 키우고 그 꿈을 기업에서 이루는 체계가 구축된다면 꼭 고학력만 바라보고 대학을 맹목적으로 가려고 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 기능경기대회 구성도ⓒ한국산업인력공단↑ 기능경기대회 구성도ⓒ한국산업인력공단
대한민국 기술·기능인을 양성하기 위해 매년 열리는 기능경기대회가 학력이나 간판보다 실력으로 승부하는 '열린 고용' 정책 안착에 큰 힘을 보태고 있다. 이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가고 싶은 회사에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국의 특성화고 학생들은 치열한 내부 경쟁을 통해 이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산하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주관하는 이 대회는 '숙련기술장려법 제20조'에 의거해 매년 열리고 있다. 숙련 기술 향상을 도모하고 숙련 기술자의 사기 진작과 상호 이해를 높이는 등 기술인재 양성이 목표다.

이 대회는 지방기능경기대회, 전국기능경기대회, 국제기능올림픽대회로 나뉜다. 우선 매년 4월 17개 시·도별로 열리는 지방기능경기대회에선 전국기능경기대회 참가 선수를 선발하는 대회로 운영된다. 올해 대회는 오는 4월10~15일까지 6일간 서울 등 전국 17개 시도의 경기장에서 모바일로보틱스 등 48개 직종이 열리며, 참가 원서는 1월 28일부터 2월 6일까지 국제기능올림픽대회 한국위원회 홈페이지 (http://skill.hrdkorea.or.kr)를 통해 온라인으로 접수받는다.

여기서 입상한 선수들은 산업인력공단이 매년 9~10월쯤 개최하는 전국기능경기대회에 각 시·도 대표 선수로 참가할 수 있다. 올해 강원도에서 열리는 '제48회 전국기능경기대회'는 9월30일~10월 7일까지 8일간 열릴 예정이다. 이 대회는 국내 우수 기능인을 선발하는 대회지만, 국제대회 참가 후보 선수를 선발하는 대회이기도 하다. 각 직종별 1등에겐 1200만 원의 상금과, 평가전을 통해 국가대표 선수가 되면 국제기능올림픽대회에 출전해 국위선양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 2012년 9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 모습.ⓒ한국산업인력공단↑ 2012년 9월 대구에서 열린 전국기능경기대회 모습.ⓒ한국산업인력공단
국제 기능올림픽대회는 격년제로 시행되며 전 세계의 기능 인력들이 기술을 겨룬다. 우리나라는 지난 1978년 부산대회에 이어 2001년 서울대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한 바 있다. 특히 총 41회 대회 중 26번 출전하여 통산 17번의 종합우승을 했다. 이 대회에서 금메달을 따면 동탑산업훈장과 6720만 원의 상금이 지급된다.

고용부는 기능 중시의 사회적 공감대 마련을 위해 이 대회를 활성화하고 있지만, 전부의 노력만으론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숙련 기술 인력을 직접 활용하는 기업체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어야 진정한 기능인력 양성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산업인력공단은 이에 지난 2006년 삼성전자를 시작으로 매년 기업들과 기능대회 입상자 채용협약을 체결하고 있는데, 현재 포스코 (405,000원 ▼2,000 -0.49%)현대중공업 (131,500원 ▼1,200 -0.90%) 등 30여 개 대기업이 참여했다. 앞으로 기업들의 기능인력 채용이 확산될 때 고졸채용 역시 계속 이어질 것이란 분석이다.

수원하이텍고에서 기능경기대회 출전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임호권 교사는 "학생들이 기능경기대회를 통해 기술력 향상과 취업준비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며 "문제는 우리 사회가 무조건 고졸취업을 강조할 게 아니라, 취업의 질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좋은 회사들이 기능경기대회에서 인정받은 고급 기술 인재들을 많이 데려가야 기능경기대회가 활성화되고, 우수한 인재도 많이 육성되는 등 선순환이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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