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넘자]“中국내수시장 공략, 중국에서 뼈 묻을 각오해라”

머니투데이 칭다오(중국)=홍찬선 특파원 2013.01.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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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내수시장 프론티어]<2-3>이평복 코트라 칭다오무역관 고문

편집자주 중국은 한국에게 기회의 땅이다. 한중수교가 맺어진 뒤 20년 동안, 중국의 수출주도 성장전략에서 한국은 발전의 계기를 잡았다. 중국 동부 연안 지역에 자리 잡은 수출기업들에게 중간재와 자본재를 수출했다. 이제부터는 새로운 성장단계에 직면해 있다. 바로 내수주도 성장전략이다. 중국은 수출에서 내수로, 양적 성장에서 질적 발전으로 성장발전모델을 전환한다는 목표다. 의지도 강하다. 시진핑(習近平) 총서기와 리커창(李克强) 차기 총리를 쌍두마차로 하는 ‘5세대 리더’는 개혁과 모델전환을 화두로 제시했다. 도시화, 소득분배구조 개선, 지역 균형발전, 내수산업 확대 등이다. 중국 내수는 향후 20년 동안 한국 기업에게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것이다. 식품 교육 화장품 의류 SOC 등…. 발 빠르게 이미 중국 내수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는 한국 기업이 적지 않다. 그들의 성공 사례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으려는 한국기업에게 나침반이 될 것이다.

이평복 코트라 칭다오무역관 고문. 이평복 코트라 칭다오무역관 고문.


“중국 내수시장을 공략하려면 중국에서 뼈를 묻겠다는 각오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이 주재원을 3년마다 바꾸는 순환보직으로는 중국 내수시장에서 절대로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이평복 코트라 칭다오무역관 고문은 “중국 내수시장 진출은 중국인을 통해, 중국인들에게 한국 상품을 파는 것이어서 중국 소비자와 중국제도 및 중국어를 제대로 알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국에서 기술과 원재료를 들여와 중국에서 가공한 뒤 제3국으로 수출할 때는 그나마 중국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도 기업 경영하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중국인을 상대로 하는 내수시장 공략은 임가공생산과 차원이 다르다”는 지적이다.



이 고문은 “오리온이나 락&락처럼 중국 내수시장 진출에 성공한 기업들이 왜 중국에서 잘 나가는지 공부해보면 이유를 알 수 있다”며 “중국에 투자하기 전에 무엇보다도 중국의 법령과 제도를 먼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인이나 조선족들이 중국에서 한국어 학원을 만들어 놓고 한국인 강사를 불러들인 뒤 6개월 정도 강의하게 한 뒤 강사료를 지급하지 않는다. 외국인이 중국에서 취업하려면 ‘취업허가서’를 발급받아야 하는데 이를 모르고 학원 말만 믿고 왔다가 고생만하고 강사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해서 발생한다. 또 중국에 공장을 지은 뒤 생산설비를 들여오려고 하는데 중국 법이 반입을 금지한 설비여서 생산도 못해보고 폐업하는 경우도 있다.



이 고문은 “중국인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중국인들은 연봉 등 근무조건이 좋으면 회사를 옮기고 이직회수가 많은 것을 능력 있는 것으로 여기며 업무 지시를 명확하게 하기를 원하고 업무 이외에는 하지 않으려 하는데 한국 기업인들은 이런 성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는 “한국 기술이 중국보다 월등히 우월하다면 한국 모델을 그대로 적용해도 버틸 수 있겠지만 이미 그런 단계는 지났다”며 “중국 사정을 고려하지 않고 ‘회장님 지시 사항’이라며 무턱대고 한국식 모델을 적용하면 경영이 어려움을 겪고 나아가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사기꾼의 말은 달콤하고 진정한 조언은 귀에 거슬린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의 중소기업에게 딱 들어맞는 말이다. 제대로 준비도 하지 않은 채 브로커의 말만 믿고 거액을 투자했다가 물건을 생산하거나 팔아보지도 못한 채 망하는 기업인이 끊이지 않는다. “중국을 제대로 알고 중국어를 공부한 뒤 진출하라”고 아무리 얘기해도 ‘소귀에 경 읽기’다.


이 고문은 “된 준비 없이 돈 벌겠다는 욕심을 앞세워 덜컥 투자하고 사기 당하거나 실패한 뒤 중국 탓만 하는 불나방들이 없어져야 중국의 내수시장은 한국 기업에게도 나눠가질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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