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첫 회의서 드러난 '박근혜 스타일'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13.01.07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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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효율' 강조…인수위원들에겐 '입조심' 당부

인수위 첫 회의서 드러난 '박근혜 스타일'


7일 공개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첫 인수위원회 회의 내용은 '박근혜 스타일'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자신의 최대 강점인 '원칙과 신뢰'를 새 정부에도 그대로 적용해 국민들로부터 신뢰받는 정부를 만들고, '말을 아끼는' 평소 습관대로 인수위도 조용하지만 실속 있게 꾸려가겠다는 복안이다.

◇'신뢰' 키워드, 인수위에도 적용 = 박 당선인은 이날 오전 10시 서울 삼청동 금융연수원 별관에서 직접 첫 공식회의를 주재했다. 평소보다 한층 화사한 진분홍색 재킷을 입고 등장한 박 당선인은 별관 앞에 대기하고 있던 진영 인수위 부위원장·유일호 비서실장·조윤선 대변인과 함께 회의실로 들어갔다. 이날 회의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회의 내용은 이날 오후 3시가 넘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을 통해 공개됐다. 박 당선인은 "정확하게 국민이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가 하는 관점에서 인수를 받고 문제점을 파악해야 한다"면서 "인수위의 한 시간은 다음 정부의 일 년이 될 수 있다는 각오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다. 인수위 성공 여부가 새 정부 출범의 향배를 결정할 수 있는 만큼 만전을 기해달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박 당선인은 '신뢰받는 정부' 구축에 대해 많은 시간을 할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당선인은 "대한민국이 선진국으로 가기 위해 넘어야 할 마지막 관문은 바로 '사회적 자본'이다. '사회적 자본'을 결국 한 마디로 말하면 '신뢰 사회'"라고 역설했다.



그는 "정치권에서 얘기하는 것은 '그냥 그때그때 하는 얘기'라며 (국민들이) 대부분 믿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 정부에서는 '국민들께 한 약속은 정말 아주 정성들여서 지키고 (정부가 한 말은) 믿을 수 있다는 말이 나올 때 신뢰가 쌓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아무리 좋은 정책이라도 부처간 칸막이가 있어 서로 정보를 공유하지 않으면 세금이 낭비되고 효율성도 낮아 진다"면서 "모든 부처 사이에 '물 흐르듯이' 소통이 되고 연계가 되며 중복이 안 되는 '효율적인 정부'가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국정 운영의 중심을 '민생 살리기'에 두겠다는 의지도 재차 강조했다. 국민들의 어려움을 속속들이 파악해야 '제대로 된 처방'이 나올 수 있다는 원칙론을 펼쳤다. 박선규 당선인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박 당선인이 이틀간 인수위원을 향해 가장 많이 한 말은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국민 삶을 중요한 기준으로' 였다"면서 "이를 위해 국정운영 과정에서 반복되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나 잘못된 관행의 원인부터 정확하게 진단하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언행은 '무겁게'…언론 역할 축소 비판도 = 박 당선인은 '한번 한 말은 반드시 지킨다'는 점에서 유권자들로부터 신뢰를 받아 당선됐다. 다만 말을 꺼내기까지 수차례 숙고하는 등 언행에 신중하기로 유명하다. 이러한 박 당선인의 스타일은 인수위에서도 묻어난다.

한 인수위원은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대변인을 통해서 나가는 것 외에는 (기자들에게) 정말 아무것도 이야기하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 당선인은 이날 회의에서 한 일간지에 보도된 '독립적 인사전문기구 부활' 내용을 직접 거론하며 언론 대응에 각별히 신중하라고 당부했다. 최종적으로 결정되지 않은 검토 단계의 각종 방안이 외부로 새어나가 혼선이 생길 것을 우려한 발언이다.

박 대변인은 "대변인을 통해 공식 발표되는 것 외에는 설익은, 아이디어 차원의 이야기가 나가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달라는 것"이라며 "독립적인 인사기구는 논의된 적도 없고 검토도 안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박 당선인이 다시 한 번 (입조심을) 무겁게 당부하셨다. 왜냐하면 국민들이 혼란을 겪을 수 있고 나중에 '그렇게 한다더니 왜 안하는지 모르겠다'고 오해를 살 수 있고 (결국) 정부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하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인수위가 대변인 발표 외에 내부 논의사항을 철저히 통제하고 있어 투명한 정보공개와 언론의 비판을 사전에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또 선거과정에서 '불통'이라고 지적받았던 박 당선인의 문제점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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