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 미제라블' 속에 숨은 경제상식?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3.01.05 1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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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경제학자의 영화관'

영화 '레 미제라블' 속에 숨은 경제상식?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 옥살이를 하고 출옥한 장발장. 은접시를 훔쳤으나 신부의 용서와 배려로 새 사람이 된다. 이후 장발장은 기업가가 되어 큰 돈을 벌고, 기업가 정신을 발휘한다. 빅토르 위고의 대서사시는 프랑스혁명의 소용돌이 속에서 관용과 신념, 혁명에 대한 묵직한 감동을 던진다.

그런데 경제학자라면 이 영화를 보면 어떨까. 장발장이 살았던 19세기는 빈부격차가 극심했고, 그 격차가 얼마나 심한지는 '지니계수'와 5분위 배율(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로 나눈 수치)로 알 수 있다. 또 사장이 된 장발장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것은 '도덕적 인센티브'의 작용으로 볼 수 있다. 굶주린 서민들은 결국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사태인 프랑스혁명을 일으키는데 이는 곧 '블랙 스완'이다. 자본주의는 노동자에 의해 필연적으로 무너진다고 주장한 마르크스의 '자본론'이 떠오른다. 이처럼 한 편의 영화 속에는 거대한 경제학이 녹아있기도 하다.



경제는 인간과 인간의 접점에서 일어나고, 영화는 인간의 삶을 적나라하게 투영한다. 영화를 보며 가슴으로 뜨겁게 경제상식을 배울 수 있다고 주장하는 책 '경제학자의 영화관'이 출간됐다. 이 책은 영화 속 배경은 경제 환경을 떠날 수 없고, 등장인물들 역시 경제 원리를 벗어날 수 없다고 말한다.

첫사랑이 왜 애절할까. 저자는 영화 '레터스 투 줄리엣'을 언급하며 '한계효용체감의 법칙' 때문이라고 말한다. '타이타닉'은 1등석 로즈와 3등석 잭의 이야기로 '가격차별'이 로맨스를 만들어 냈다고 설명한다. '완득이'에서 동주선생은 수업시간에 '마르크스경제학'을 가르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자본가가 잉여가치를 가져가니 가난은 완득이의 책임이 아니라는 것이다.



딱딱하게만 느껴졌던 경제학을 팝콘을 먹으며 가슴으로 느껴보면 어떨까.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하면 영화 속 숨은 놀라운 경제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경제학자의 영화관=박병률 지음. 한빛비즈 펴냄. 368쪽.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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