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재정절벽' 산 넘어 산…3월이 고비?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3.01.02 17:51
글자크기
미국 경제가 '재정절벽' 추락 위험에서 기사회생했지만, 미 의회에서 극적으로 마련한 합의안에 대한 평가는 혹평 일색이다. 합의안이 임시대책에 불과한 데다 미 경제에 별반 도움이 될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재정절벽 협상 타결에 힙 입은 금융시장 랠리도 오래 가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은 이른바 '3월 위기설'을 거론한다.



재정절벽은 올해부터 조지 W 부시 행정부에서 시행됐던 세금감면 혜택이 끝나고 재정 지출이 자동 삭감되는 데 따른 경제적 충격을 의미한다.

미 하원은 이날 부부합산 연소득 45만달러 이상 버는 가구의 소득세율만 세금감면 혜택 이전 수준으로 되돌리고, 재정지출 자동 삭감(시퀘스터·sequester) 시기를 2개월 미루는 내용의 상원 합의안을 승인했다.



◇채무한도 등 美 경제 취약성 그대로
워싱턴포스트(WP)는 2일(현지시간) 하원이 전날 승인한 합의안이 재정절벽에서 불거질 수 있는 충격을 대부분 흡수했지만, 재정문제로 인한 미 경제의 전반적인 취약성을 해소하지는 못했다고 지적했다.

우선 이미 한도가 꽉 차버린 채무한도 증액 문제가 남아 있다.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전날 연방정부의 채무가 한도액인 16조3940억달러(약 1경7470조원)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2000억달러의 여유자금을 동원하기로 했지만, 이 자금도 2개월이면 바닥난다. 미 의회가 채무한도를 늘리지 않으면 오는 2월 말이나 3월 초 미국은 다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처하게 된다.


하원을 장악하고 있는 공화당은 당초 합의안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주장한 부자증세는 반영된 데 반해 재정지출 삭감은 포함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시퀘스터 발동과 맞물린 채무한도 증액 협상을 놓고 민주당과의 격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채무한도 증액 협상이 자칫 지난해 여름처럼 난항을 거듭할 경우 미국은 또다시 신용등급 강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지난해 같은 이유로 미국의 'AAA' 등급을 박탈해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었다.

이번 합의로 지불급여세 감면혜택도 사라졌다. 지불급여세는 근로자와 기업이 임금 등에 대해 내는 세금으로 감면혜택이 끝나면 기업의 고용 부담은 커지고, 근로자가 손에 쥐는 급여는 줄어든다. 미국 세금정책센터(TPC)는 합의안만으로도 올해 1분기 미 경제 성장률이 1%포인트 가량 떨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3월 위기 절정…'안도랠리' 오래 못 가"
뉴욕타임스(NYT)는 재정절벽 불확실성이 해소된 데 따른 금융시장 랠리가 단기간에 끝날 것으로 예상했다. 채무한도 증액 협상을 비롯해 연초에 미 경제가 뛰어넘어야 할 절벽이 한둘이 아닌 탓이다.

개리 테일러 웰스파고 수석 거시 전략가는 "미 정치권의 재정절벽 협상 타결에 따른 안도감에 시장이 잠깐 랠리를 펼치겠지만, 장기적인 문제들이 아직 그대로 남아 있어 이런 반응은 금방 수그러들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클 게이펀 바클레이스 미국법인 경제 리서치 부문 책임자도 "정작 필요한 장기 대책 없이 임시방편의 해결책이 이어져 금융시장은 계속 비틀거릴 수밖에 없다"고 거들었다.

전문가들은 시퀘스터가 발동되는 3월1일 전후로 미 정치권을 둘러싼 위기감이 다시 고조될 것으로 예상했다. 채무한도 증액 협상도 이때쯤 절정에 이를 전망이다.

미 정부가 현재 '연속예산법'에 따른 임시 예산으로 연명하고 있다는 사실도 불확실성을 고조시키고 있다.

미 정부의 회계연도는 매년 10월1일 새로 시작되는데 의회가 9월30일까지 새해 예산안을 마련하지 못할 경우 연속예산법안으로 임시 예산을 동원한다. 보통 전년도와 똑같은 예산으로 3개월가량 국가를 운영할 수 있다.

미 의회는 지난 1996년 이후 올해까지 줄곧 제때 새해 예산안을 가결하는 데 실패했다. 지난해 10월1일부터 미 정부가 쓰고 있는 예산 역시 임시 예산으로 연속예산법안 시효는 오는 3월27일 끝난다.

미 의회가 끝내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 연속예산법안으로 다시 임시 예산을 동원해야 '정부폐쇄' 위기를 모면할 수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