月120만원 버는데 "헉, 17만원" 건보료 폭탄 왜?

머니투데이 김영권 작은경제연구소 소장 2013.01.02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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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빙에세이]120만원에 한달 살기-10/ 벌면서 병들고 고치면서 멍든다

방심은 금물이던가. '월70-월50'의 1년 리듬을 다지고 마음을 놓자마자 '의료보험 폭탄'이 터졌다. 9만7300원이던 의료보험료가 17만2800원으로 올랐다.

고지서가 잘못 나왔나? 착오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이렇게 갑자기 보험료가 치솟지. 그런데 착오가 아니다. 진짜다. 매년 11월 보험료를 조정하는데 나는 재산이 불고 소득도 늘었으니 보험료가 인상된다는 것이다.



재산과 소득 상황에 따라 보험료를 조정하는 건 옳다. 그렇다면 한 달 120만원 소득이 전부인 사람에게 매달 20만원 가까운 돈을 뭉텅이로 떼어가는 건 옳은가? 보험료를 단숨에 80% 가까이 올리고 무조건 내라면 되나?

◆120만원 버는데 의료보험료가 17만2800원



금요일 저녁 고지서를 받고 속을 끓이다 월요일 아침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전화를 한다. 보험료 문제는 춘천지사에 알아보란다. 다시 춘천지사에 전화한다. 그러나 말이 안 통한다. 문의를 받는 저쪽도 사정은 알겠는데 보험료 산정은 집계된 자료에 따라 정해진 공식대로 하는 것이니 아무 재량이 없단다. 자료에 문제가 없는 한 그대로 내야 한단다.

내 재산이 늘어난 것은 지난 2월 귀촌 직전에 오피스텔을 한 채 더 사고 화천에 지은 집도 새로 등기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년에 집 두 채가 늘었다. 먼저 산 오피스텔까지 합쳐 나는 집이 세 채인 집 부자다.

하지만 세 채를 다 팔면 수도권에 방 세 칸짜리 아파트를 한 채 살 수 있다. 원래 인덕원 아파트를 팔아 세 채로 바꿨으니 세 채나 한 채나 나에게 재산가액은 똑같다. 내 재산은 하나도 늘지 않았다.


소득이 늘어난 것은 오피스텔의 임대료 수입이 추가되고, 재작년에 출간한 책의 인세가 마지막으로 조금 들어왔기 때문이다. 그래 보았자 나의 한 달 소득은 120만원이다. 굳이 인세 수입을 더한다면 한 달 130만원 꼴이다. 나는 이 돈으로 동생과 빠듯한 시골 살림을 한다.

그러니 이 돈에서 매달 20만원 가까운 돈을 떼어 가면 어쩌냐고 따진다. 회사 다니며 월급 많이 받을 때 그만큼 냈지 지금은 그럴 능력이 없다고 사정한다. 정말 재작년 회사 다닐 때 내던 보험료가 17만 원 정도다. 그러나 저쪽은 꿈쩍도 안한다. 그건 개인 사정이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보험료를 경감 받을 다른 방법이 있냐고 묻는다.

미안하지만 없단다. 내년에는 재산을 줄이든지 소득을 낮추든지 노력해 보란다. 그러니까 집을 팔든지 돈을 덜 벌든지 하란 말이다. 마지막으로 보험료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가 있냐고 묻는다. 내 경우 지금 문의하는 것이 전부이고 다른 방법은 없단다.

화요일엔 눈이 펑펑 왔다. 하루 더 속을 끓이다 수요일 읍내의 건강보험공단 화천출장소로 달려간다. 이번엔 직접 얼굴을 보면서 따져 봐야겠다. 그러나 허사다. 역시 사정은 알겠는데 방법이 없다고 한다. 그제와 똑 같은 대화가 한 시간 가량 오간다. 이야기는 돌고 돈다. 상담하는 저쪽이 무슨 잘못일까? 애초에 룰을 그렇게 만든 공단이 잘못이지.

저쪽도 답답한지 농사를 짓든지, 국세청 신고 소득을 줄이든지 해보라고 훈수한다. 논밭을 300평 이상 마련해 이장과 면장에게 농사를 짓는다는 확인 도장을 받아 오면 농어업인 경감 혜택에 따라 보험료가 절반으로 줄어든단다. 그러나 나는 앞마당 텃밭 농사면 족하고 그것도 사실 벅차다. 국세청 신고 소득을 줄이라는 건 적당히 탈세를 하란 뜻 같은데 정말 그러고도 싶다.

月120만원 버는데 "헉, 17만원" 건보료 폭탄 왜?


◆서민들에게 떨어뜨리는 ‘보험료 폭탄’

거액 자산가와 고액 소득자들이 이런저런 편법과 요령으로 의료보험료 부담을 회피하고 있다. 보험공단이 이런 허점을 막으려고 대책을 세운다는데 내가 보기엔 어림도 없다. 많이 갖고 많이 버는 사람들에게 거둬야 할 돈을 제대로 걷지 못하니 엉뚱하게 선량한 사람들에게 '보험료 폭탄'을 떨어뜨리고 있다.

직장보험 가입자는 가입자대로 의료보험료가 왜 이렇게 비싸냐고 불만이다. 지역보험 가입자들은 차 있고 집 있으면 설령 벌이가 전혀 없어도 보험료가 보통 10만원을 넘는다. 차를 팔든지 집을 내놓고 좀 더 하층민으로 내려앉으라는 말인가?

민생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차와 집만 있으면 무조건 비싼 보험료를 물리는 것은 전형적인 행정편의주의다. 아무리 해명해도 씨가 안 먹힌다. 이의신청 절차도 없다. 나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국민을 위한 공단인지 공단을 위한 공단인지 헷갈린다.

의료보험료 부담이 과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의료 시스템이 지나친 고비용 구조이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부자들의 무임승차 비용을 애꿎은 서민들에게 얹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 가지를 더한다면 건강보험공단의 도덕적 해이도 있을 것이다. 건강보험공단 사무실만 해도 하나같이 값비싼 빌딩에 자리하고 있다.

나는 타고난 약골이다. 내 체력은 평균 이하다. 그러나 나는 내 몸을 믿는다. 자연이 내게 준 치유 능력을 신뢰한다. 그 능력을 고이 간수하기 위해 잘 먹고 잘 싸고 잘 자려고 한다. 매일 두세 시간 몸 운동과 마음 운동을 한다. 스트레스는 바로 털어낸다. 그래도 쌓이면 그것이 내 몸 어디에서 어떤 호소를 하는지 관심을 기울인다. 내 몸이 나에게 보내는 경계 신호를 귀담아 듣는다.

때로 병원에 가고 약도 먹지만 웬만하면 잘 앓다가 나으려 한다. 젊고 건강하게 살려 하지만 늙고 병드는 것도 당연한 것으로 여기며 살려 한다. 늙고 병드는 것에 맞서거나 겁내지 않으려 한다. 그건 누구도, 어떤 방법으로도 거스를 수 없는 거니까.

내가 건강을 관리하고 병을 치료하는 방식은 가장 경제적인 저비용-고효율 시스템이다. 별로 돈 들지 않는다. 효과는 확실하다. 한 달 120만원에 살기로 했으니 이 방식이 나에게 딱 맞는다. 한 달 1200만원에 살아도 이 방식이 옳으리라. 그러나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이와 정반대다. 가장 비경제적인 고비용-저효율 시스템이다. 과잉검사 - 과잉진료 - 과잉치료 - 과잉처방이 악순환 되고 있다. 당연히 돈이 많이 들고 의료보험료가 올라간다.

◆검사 받다가 지치고 검사비 내다가 질린다

대부분 병을 부르면서 산다. 과음, 과식, 과로, 과욕, 긴장, 스트레스, 화, 운동부족, 수면 부족…. 어떤 때는 눕지 않고 버티는 게 용하다. 병을 부른 다음에는 그 병을 고치느라 허덕인다. 예방의학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거꾸로 가고 있다. 벌면서 병들고 고치면서 멍든다. 심신이 고단하니 '건강 공포증'에 사로잡힌다. 병원은 돈 버는 장사에 매달려 '질병 공포'를 부추긴다.

의사들은 반은 장님이고, 반은 장사꾼 같다. 사람은 보지 않고 병만 본다. 병을 부른 것은 열에 아홉 몸이 아니라 마음인데 몸만 본다. 그것도 자기가 전공한 부위만 본다. 위 전문의는 위만, 폐 전문의는 폐만, 심장 전문의는 심장만, 간 전문의는 간만 본다. 그것도 검사 사진과 차트와 수치로만 본다. 병원에 가보면 검사 받다가 지치고, 검사비 내다가 질린다.

환자들은 자기 몸의 면역 기능과 치유 능력을 믿지 못한다. 대신 첨단 전공의만 믿는다. 첨단 병원과 첨단 의약품, 첨단 장비와 첨단 시술만 믿는다. 병을 무조건 적대시한다. 병이 나를 일깨우기 위한 '고통의 선물'임을 인정하지 않는다. 병이 주는 메시지를 읽지 않는다. 병이 오면 치료만 하지 치유를 하지 않는다. 병을 몰아내는데 급급할 뿐 진정한 건강을 꾀하지 않는다. 병을 부른 습관과 태도와 마음을 바꾸지 않는다.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이 세계 최고라 한다. 그것은 거대한 착각이다. 돈을 펑펑 쓰는데도 효과는 시들한 '고비용-저효율'로 세계 최고라면 모를까.

의료보험료를 놓고 며칠을 따지며 부심하다 보니 지친다. 내가 이 문제에 너무 집착하는구나! 사실은 화가 많이 났다. 다시 기자로 돌아간다면 도무지 말이 안 되고, 안 통하는 의료보험 문제부터 깊이 취재해서 여론을 일깨우고 싶다. 우선 건강보험공단이 제 편한 대로 만든 보험료 부과 기준을 쇄신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정도로 될 문제가 아니다. 환자, 의사, 약사, 병원을 포함해 모두가 건강과 병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의료 구조의 틀을 전면적으로 뜯어고쳐야 한다.

◆살림 조이고 난방비 줄여서 보험료 내기

어쨌든 내 경우는 이제 그만 내려놓자. 이쯤에서 흘려보내자. 의료보험료 인상분 7만5500원을 한 달 생활비 120만원에서 감당하려면 가계부를 더 조일 수밖에 없다. 1월부터 동생이 쓰는 돈을 한 달 50만원에서 45만원으로 5만원 줄이고, 나머지 인상분은 내가 쓰는 돈에서 흡수하기로 했다. 결국 '월 50-70'이 '월 45-75'가 됐다. 동생 몫 50만원은 만 원 짜리 한 장 탐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는데 겨우 한 달 만에 꼬리를 내렸다. 미안하게 됐다.

12월에는 보일러 기름을 한 드럼 넣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동생은 50만원 한도를 꽉 채웠다. 나는 49만원을 쓰고 21만원을 남겼다. 총 지출 99만원이면 선방이다. 그래도 보일러 기름이 한 드럼에 27만원이니 6만원이 부족하다. 의료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 다른 지출을 꽉 조여도 역부족이다. 연말 마을 대동회에 이장· 반장 사례비 6만원이 추가돼 더 빡빡했다.

이걸 어쩐담. 1월에도 보일러 기름을 한 드럼 넣기로 했는데 이걸 줄여봐야겠다. 난방비에서 답을 찾아야겠다. 집안 온도를 18도 안팎으로 맞추고 지내는데 생각보다 기름이 덜 든다. 잘 하면 1년 다섯 드럼을 네 드럼이나 네 드럼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 같다. 12월과 1월에 넣기로 한 두 드럼을 한 드럼이나 한 드럼 반으로 줄이기로 했다.

1월부터는 동생 몫에서도 5만원이 빠지니까 얼추 계산을 맞출 수 있겠지. 역시 조이니까 조여진다. 겨울 맹추위도 그러려니 가고 있다. 내리고 또 내리는 눈도 치우고 또 치우니 다닐 만하다. 눈보라를 일으키는 산골 칼바람도 꼭꼭 싸매고 쏘다니니 시원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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