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을 넘자]"우린 해도 안돼" 지역中企를 정부가…

머니투데이 유영호 기자 2013.01.03 0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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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지역산업 날개 달다]선도·특화 등 지역산업 육성으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미래인더스트리(옛 미래산업기계)가 독자 기술로 '해양앵커링윈치ⓒ미래인더스트리 제공↑미래인더스트리(옛 미래산업기계)가 독자 기술로 '해양앵커링윈치ⓒ미래인더스트리 제공


한국은 해양플랜트 최강국이다. 해양플랜트 지난해 수주액은 257억 달러(약 29조원). 전 세계에서 발주된 해양플랜트 프로젝트의 약 70%를 '싹쓸이' 했다. 오는 2020년에는 수주액이 8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그 이면을 들여다보면 '사상누각(沙上樓閣)'임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의 해양플랜트 기자재 국산화율은 20%에 불과하다. 핵심 소재·부품의 경우 국산화율이 0%인 것도 많다. 힘들게 프로젝트를 수주해도 주요 기자재의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이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일각에서 '헛장사'라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지역 중소기업들이 핵심 기술의 국산화에 잇따라 성공해 관심을 끌고 있다.

미래인더스트리(옛 미래산업기계)는 독자 기술로 '해양앵커링윈치(Offshore Anchoring Winch)' 개발에 성공했다. 이 플랜트 기자재는 시추선·드릴십, 부유식원유생산저장선박(FPSO) 등을 위한 정박용 장치다. 기존 해외 제품보다 협소한 공간에 설치할 수 있고 정박에 용이한 장점을 가지도 있다. 가격도 해외 제품 대비 70% 수준에 불과해 경쟁력을 갖췄다.



미래인더스트리는 우수한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앞세워 개발과 동시에 관련 매출 533억 원을 올렸다. 무엇보다 주목되는 점은 독자브랜드를 앞세워 영국 BP 등 주요 기업에 500만 달러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킨 것. 국내기업이 이 분야에서 독자브랜드로 세계 시장에 진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선플랜트 분야 중소업체인 한라IMS (6,560원 ▼80 -1.20%)는 3년간의 개발 끝에 올해 초 선박 탱크 내 액체를 원격으로 제어하는 시스템(VRC)을 상품화하는 데 성공했다. 선진국 수준의 기술경쟁력과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막대한 수입 대체효과가 기대된다. 한라IMS는 이미 중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에서 74억 원 규모의 수출을 성사시켰다.

지석준 한라IMS 대표는 "아직 국산화가 되지 못한 장치를 더 개발해 경쟁력을 확보한다면 2~3년 내에 해외 선두업체와 동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자리에 올라설 수 있을 것으로 기대 한다"고 말했다.


이들 업체가 지역 중소기업이라는 '틀'을 벗고 세계시장으로 도약할 수 있었던 것은 지식경제부의 지역산업 발전 정책이 큰 역할을 했다. 지경부는 동남권 광역선도사업을 통해 해양플랜트 기술개발 프로젝트에는 지난 3년간 441억 원을 지원했다. 프로젝트 참여 기업을 중심으로 기술경쟁력 수준이 30%나 성장한 것을 비롯해 매출 2575억 원, 고용 383명 달성이라는 성과를 올렸다.

사출성형기 전문업체 동신유압은 지역산업 발전 정책을 발판으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한 강소기업으로 도약했다.

동신유압은 지경부 등으로부터 32억 원을 지원받아 '3000톤급 고효율·친환경·고정도 무밸브 유압식 사출성형기'를 개발했다. 이 제품은 전기모터와 유압시스템의 장점만을 결합한 것으로 불필요한 밸브 및 배관을 없애면서도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전달하게 했다. 전력 절감률은 최대 70%. 공정시간도 크게 단축시켰다. 기존에 미국, 독일로부터 수입했던 전기모터·유압펌프 수입을 대체함으로써 제조원가를 절감하고 2700억 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얻었다.

김병구 동신유압 대표는 "전에는 해도 안 된다는 생각이 컸지만 정부 과제를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자긍심이 높아졌다"며 "품질경영을 강화해 한 단계 발전하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특히 동신유압은 관련 기술을 적용해 자동차내장재·휴대폰부품·반도체장비에 들어가는 사출제품을 제조하는 하이브리드 사출성형기도 개발해냈다. 이 제품은 현재 회사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다.

빛고을 광주를 대표하는 광(光)산업도 정부 지역산업 발전 정책의 결실이다. 지난해 광주의 광산업 매출액은 2조5000억 원. 지역 내 360개 기업, 8000여 명이 광산업에 종사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세계 광산업 시장의 10%를 점유하는 광주는 불과 10여 년 전만해도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광주가 광산업 특화에 나선 것은 외환위기가 맹위를 떨치던 지난 1998년 말. 광산업의 개념조차 생소했던 그 당시 광주에는 대형 공장이나 연구개발센터 등 산업 인프라가 전무했다. 실제로 당시 지역 유명인사가 광산업 육성 보도에 대해 "광주에서 광산이 발견됐나!"라고 말했다는 일화는 지금도 유명하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정부는 인프라 확충, 기업 R&BD 지원 등에 역량을 기울였고 후발주자임에도 단기간에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성과를 거둘 수 있었다.

변종립 지경부 지역경제정책관은 "지역과 지역 중소기업의 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적극적 정책을 통해 지역경제의 성장은 물론 국가경제의 도약을 이끌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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