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석유'로 불리는 셰일가스가 가져올 변화에 대해 정부 고위 관계자는 이렇게 표현했다. 세계 최대 셰일가스 생산국인 미국에게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이 떨어질 수 있는 반면 세계 석유 수요를 이끌고 있는 중국은 중동 상황에 민감할 수밖에 없어 역할이 바뀔 수 있다는 얘기다.
본격 개발까지는 시간이 필요하지만 중국이 세계 최대 셰일가스 매장국가이고 셰일가스가 급속도로 석유를 대체하진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점을 감안하면 다소 '성급한 전망' 일 수 있다. 하지만 LG경제연구원 역시 "(셰일가스 개발로) 중동지역의 강대국 역학관계 변화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따라서 천연가스보다 훨씬 깊은 곳에 존재하고 암석의 미세한 틈새에 넓게 퍼져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 때문에 기존의 천연가스와 같은 수직시추가 불가능하며 고난위도, 고비용 기술인 수평시추를 통해 뽑아내야 한다. 셰일가스가 1800년대에 처음 발견됐지만 그동안 채굴하지 못했던 이유다.
◇셰일가스가 가져올 변화는 시작됐다= 이달석 에너지경제연구원 에너지정책연구본부장은 "셰일가스가 당장 에너지 구도를 바꿀 수는 없다"면서도 "수년 전에 생각했던 것보다 셰일가스가 에너지 부문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그 가능성을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셰일가스가 가져올 변화는 우선 자원 고갈의 가능성을 낮춰 에너지 가격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셰일가스의 확인매장량은 187조4000억㎥로 전 세계가 6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양이다. "세계 천연가스 가격이 장기적으로 안정되는 저가격 가스 시대가 개막할 것"(삼성경제연구소)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셰일가스 생산이 급증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2008년 고점 대비 80% 급락하기도 했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셰일가스 개발의 본격화는 신재생에너지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는 대부분 생산원가가 높아 보조금 없이는 유지가 어려운 반면 셰일가스는 생산원가가 저렴해 각국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육성 의지를 퇴색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지정학적 역학관계도 흔든다= 미국이 셰일가스 생산을 본격화하면서 중동산 원유와 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지면 중동의 전략적 중요성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물론 미국에게 중동이 에너지 확보 차원의 중요성만을 갖는 것은 아니지만 '재정적자를 줄여야 하는 미국이 과거처럼 중동지역에 막대한 재정을 쏟아 부으며 개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는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높여 중동산 원유와 가스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를 비롯해 중국, 일본 등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고 중국의 중동 영향력 확대를 예상케 하는 가정이다. 또 천연가스 주요 공급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영향력도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가 북미산 셰일가스에 관심을 보이는데 대해 러시아가 언짢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 정부가 셰일가스 종합 전략을 마련해 발표한 바 있지만 셰일가스가 몰고 올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면서 대응 방안을 구체화시켜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 관계자도 "저렴한 북미산 셰일가스 도입 확대를 통해 천연가스 도입선 다원화 및 국내 가스가격 하향 안정화를 추진하는 한편 셰일가스에 기반한 저가 원료, 전력 공급으로 셰일가스 생산국의 제조업 경쟁력이 개선중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국내 산업부문 대응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