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류현진, 영어못해 미안해야하나?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12.22 1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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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현진과 일본인 투수 구로다의 메이저리그 접근 방식의 차이

↑류현진 ⓒ머니투데이 자료사진↑류현진 ⓒ머니투데이 자료사진


한국프로야구 에이스에 걸맞은 파격적인 대우로 LA 다저스에 입단한 류현진은 지난 11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식 입단식에서 통역을 통해 소감을 밝혔다.

류현진은 당시 ‘영어를 못해 미안하다. 열심히 배워서 다음에는 (통역 없이) 영어로 하겠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LA 다저스 공동 구단주인 전설의 농구 스타, 매직 존슨은 ‘스트라이크를 잘 던지면 된다’며 ‘영어를 못해도 상관없다’고 해 참석자들을 웃게 만들었다. 과연 매직 존슨의 말은 유쾌하게 지나칠 농담이었을까?

영어를 못하는 것에 대한 류현진의 미안함과 스트라이크만 던지면 된다는 매직 존슨의 생각의 차이가 바로 프로 선수의 프로 스포츠에 대한 접근 방식이 서로 확연하게 다르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메이저리그와 LA 다저스가 류현진에게 가장 원하는 것이 영어를 잘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선수들에게 한국의 언론과 지도자들, 그리고 경험이 있는 일부 선수들이 ‘빨리 영어를 배워서 팀에 적응해야 한다’는 조언을 하고 있을까?

필자의 경험으로는 적어도 야구를 하는 것과 관련된 일로 영어를 못해도 상관이 없다. 물론 잘 하면 좋다. 그러나 영어 보다는 야구에서 경쟁력을 보여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말이다.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일본인 투수 가운데 가장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우완 구로다(37)가 좋은 예가 된다. 구로다는 뉴욕 양키스와 1년 연장 계약을 해 2013시즌에도 연봉 1,500만달러(약 162억원)에 계속 양키스에서 선발을 맡게 됐다. 그런데 구로다도 일본프로야구에서 처음 메이저리그에 진출했을 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었다.


필자가 LA에서 특파원으로 활동할 때였다. 과연 구로다는 무엇을 가장 중요시했을까?

일본프로야구 히로시마 카프에서 11년간 활약한 뒤 2008시즌 LA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선 우완 구로다 히로키(33세, 이하 당시)의 몸값은 3년간 3,530만 달러(약 332억원)였다. LA 다저스 감독은 전 뉴욕 양키스 조 토리였는데 그는 구로다의 경험과 볼 변화 능력을 높이 샀다.

구로다는 2월29일 열린 애틀랜타 브레이브스전에 선발 등판해 비록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이지만 메이저리그 공식 경기 데뷔전을 가졌다. 대단한 몸값에서 알 수 있듯이 산전수전을 다 겪은 베테랑인 그는 ESPN이 미 전역에 중계한 첫 등판을 마친 뒤 치퍼 존스, 마크 테셰이라 등이 포진했던 애틀랜타 타선을 상대하는 것 보다 '팬들이 정말로 게임을 집중해서 보고 있어 더 긴장됐다'고 말했다.

순조롭게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던 구로다는 3월8일 열린 세인트루이스전에서 2이닝 동안 5피안타 3실점(2자책)의 난타를 당했다. 취재 기자들이 무엇이 문제였는가를 질문하자 '아직 메이저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대한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일본과 비교할 때 전체 폭이 야구공 하나 만큼 넓은 것 같다'고 자신의 생각을 나타냈다.

그런데 그 후 구로다가 자신의 통역을 데리고 팀의 새 간판 타자였던 앤드류 존스를 찾아가 메이저리그 타자들의 공격 성향에 대해 집중적으로 물은 것이 확인됐다. 앤드류 존스는 그의 질문들 중 하나가 ‘메이저리그에는 자신처럼 초구에 항상 공격적으로 나서는 타자들이 많은가?’였다라며 구로다의 진지한 자세에 놀랐다고 밝혔다.

구로다는 당시 통역의 도움을 받아 주요 상대 팀들을 중심으로 치밀하게 타자의 장단점과 성향을 분석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런데 구로다의 사례를 다른 각도에서 분석하면 메이저리그에 적응하는 방식에 있어 한국 야구와 일본 프로야구 출신 선수들의 차이점이 뚜렷하게 나타난 것이다. 한국적인 시각에서는 빠르게 적응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현지 언어의 습득, 즉 메이저리그는 영어, 일본 프로야구의 경우는 일본어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언어를 배워 현지 적응과 야구를 더 잘 할 수 있게 해야 하고, 그래야 성공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 한국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일본 프로 출신들은 자신들의 경쟁력은 영어 실력이 아니라 야구라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영어가 필요한 부분은 통역에게 맡기고 메이저리그의 야구 기술적 차이를 파악하고 적응하는데 주력한다.

메이저리그의 일본인 선구자 노모는 은퇴할 때까지 영어로 인터뷰를 단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영어를 알아듣고 곧 잘한다. 그러나 야구와 관련 결코 영어를 직접하지 않고 통역을 썼다. 아무리 자신이 잘해도 통역이 더 정확하고 옳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시절 김병현은 '메이저리그 구단들이 일본 선수에게는 통역을 제공해주고 한국인 빅리거들에게는 안 해준다'는 지적을 했다. 통역이 없어 정신적으로 피로한 일들을 겪고 있음을 나타냈다.

박찬호는 영어를 잘 구사하게 되면서 텍사스 레인저스로 이적했을 때부터 영어 통역을 더 이상 쓰지 않았다. 이후 한국인 선수들에게는 영어 통역이 사라졌다. 그리고 취직 자리 하나도 없어졌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인 선수들이 야구를 잘했다면 당당하게 통역을 요구했고 구단도 받아들였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류현진은 절대로 영어를 잘하기 위해 노력하지 말기 바란다. 어차피 미국 선수들처럼 영어를 구사할 수 없다.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못 알아듣고 당황하게 된다. 중남미 출신 선수들도 영어를 하지 않는다. 일본 선수들은 가족에게까지 영어 통역을 배정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한다. 류현진에게 영어가 스트레스가 되면 메이저리그 적응이 더 힘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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