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로대첩 대신 '짝 여행' 어때?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12.13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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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작은 여행사 살리Go~ 지역경제 살리Go~

마음 먹고 떠나온 여행길, 지도 이곳 저곳에 발자국만 찍는 일정은 더 이상 재미가 없다. 여행길에 ‘짝’을 찾거나 ‘다이어트’까지 할 수 있다면 그 재미는 배가 되지 않을까.

티켓몬스터가 여행에 미팅을 더한 신개념 상품 '짝 여행'으로 관광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평범한 여행 상품에 색다른 재미를 더한데다 국내 2만원, 해외여행 10만원 안팎으로 가격까지 저렴해 소비자들의 호응이 좋은 편이다. 무엇보다 새로운 틈새 상품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중소여행업체와 지자체 관광과 등에서도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여행에 재미 더했더니… 소비자·여행사·지자체 모두 주목

“연애세포가 마르기 전에 떠나세요. 남심·여심 녹이는 일본으로 고고~”



티켓몬스터(이하 티몬)에서 판매 중인 짝 해외특집 일본 여행 2탄. 상품이 공개되자마자 구매자만 30명을 넘어섰고, 상품을 찜해 놓은 이들은 90여명에 달한다.

오직 ‘싱글남녀’에게만 참가자격이 주어지는 티몬의 ‘짝 여행’은 상품명에서부터 쉽게 짐작할 수 있듯 SBS <짝> 프로그램을 패러디한 것이다. 지난 2월부터 17번의 국내 짝 여행을 성공적으로 진행하며 누적판매량만 6569매에 달한다. 지난 11월부터는 해외 여행으로 이를 확장해 시모노세키 지역 관광을 연계한 1탄 상품은 모두 182명이 구매해 '완판'을 기록했다.

티몬 관계자는 “짝 여행은 현재까지 소셜커머스를 통해 판매된 기획형 여행 상품 중에서도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며 “단순한 관광상품에 싱글남녀의 미팅이라는 이벤트 요소를 더한 특징 때문에 후기를 살펴보면 참가자들의 만족도 역시 높은 편이다”고 전했다.


소비자들뿐 아니라 관광업계에서도 티몬의 짝 여행을 주목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경쟁이 치열한 관광업계에서 틈새 시장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의미가 크다. 현재 국내 짝 여행은 ‘풍경있는 여행사’라는 소규모 업체에서 맡고 있으며, 해외여행 역시 ‘엔타비’라는 중소규모의 해외여행 전문업체에서 진행 중이다. 이들 중소업체에게는 소셜커머스 제휴를 통한 이색 상품 판매가 새로운 기회로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엔타비 김윤중 대표는 “중소여행업체가 독자적으로 홍보를 진행하고 관광객을 모으기에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소셜커머스와 제휴를 맺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이어 “이번 짝 여행만 하더라도 LCC(저가항공사) 등의 공세가 거세지는 상황에서 배를 이용한 여행 상품으로 이처럼 많은 고객들의 호응을 얻었다는 점이 긍정적이다”며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여행을 즐길 수 있고, 또 훼리를 운영 중인 선박업체에도 새롭게 고객을 끌어들이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처럼 실질적인 관광객 유치에 효과가 입증되며 최근에는 지자체와 해외관광진흥청에서도 지원이 확대되는 추세다. 전북 익산시의 경우는 티몬 짝 여행의 성공 이후 시에서 해당 예산을 2배로 늘리기도 했다. 짝 해외여행 1탄 역시 시모노세키 관광진흥청의 지원을 받아 진행한 바 있다.

티몬 관계자는 “단순한 지역 마케팅으로는 끌어들이기 힘든 2030 젊은 관광객층을 한번에 대규모로 유치할 수 있다는 데 기대감이 크다”며 “지자체의 지원금이 확대되며 관광객들은 보다 저렴한 가격에 상품을 이용할 수 있고, 지자체는 지역 홍보에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시너지를 높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짝 여행의 성과에 힘입어 티몬은 향후에도 유명 헬스트레이너와 함께하는 ‘다이어트 트래킹’ 여행, 경복궁과 북촌 등 도심속 산책로를 즐기며 문화해설사의 설명과 역사 체험을 함께할 수 있는 ‘컬쳐워크’ 등 다양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개발해 나갈 계획이다.

■티몬 짝 해외여행 참가해보니…
뱃속에서 설레는 '짝 찾기' 실속 이벤트

뒤 돌아서 있는 ‘여자 5호’의 등 뒤로 호감을 나타낸 세 명의 남성이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그러나 여자5호는 남성들을 모두 거절하고 만다. 다른 남성에게 호감을 표한 것이다. 여자의 용기에 자리에 앉아있던 사람들은 격려의 박수를 쏟아낸다. 이 순간, 예상 외의 전개가 펼쳐진다. 여자5호의 마음을 훔친 남성의 대답은 No. 청춘남녀의 엇갈리는 사랑의 짝짓기에 객석에선 또 한번 안타까운 함성이 쏟아진다.

2030대의 남녀 80명이 함께한 짝 해외여행 일본편이 진행되는 동안 극적인 드라마가 쉴새 없이 펼쳐졌다. 가벼운 마음으로 여행길에 올랐지만 새로운 인연을 앞에 두고 사뭇 진지하고 순수하게 진심을 건네려는 참가자들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여행의 일정은 2박3일. 금요일 밤에 부산항을 출발한 선박은 다음날 아침 일본에 도착하고 관광객들은 하루 동안의 일본 관광을 즐기게 된다. 저녁에 배로 돌아온 참가자들은 하룻밤을 또 다시 배에서 지내고 일요일 아침 부산항에 도착하는 코스다.

따지고 보면 일본 여행은 단 하루, 여행을 떠나기 전만해도 ‘이틀을 배에서 지내야 하는 여행코스가 얼마나 실속 있을까’ 싶었던 게 기자의 솔직한 마음이었다. 그러나 여행에 참가해 본 뒤 내린 결론은 ‘지루할 틈이 없다’는 것. 그 일등공신이 바로 배에서 진행되는 짝 이벤트다.

‘여자1호’ ‘남자 27호’라는 이름표를 단 참가자들의 어색함은 진행자의 능수능란한 말솜씨에 금새 분위기가 반전된다. 왁자지껄 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 테이블을 옮겨 가며 참가자들과 인사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인연이 형성되고, 이렇게 맺어진 인연은 다음날 일본에서의 여행까지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자유여행인 만큼 뜻이 맞는 이들끼리 코스를 맞춰가며 관광지를 돌아다니다 보면 청춘남녀의 감정 또한 싹트기 마련. 실제 여행을 다니면서 마주친 참가자들 중 상당수가 일찍이 남녀 둘씩 커플을 이뤄 돌아다니는 모습도 적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다만, 자유여행에 필수적인 교통 안내나 편의시설 이용 등을 참가자가 직접 챙겨야 한다는 점은 아쉬웠다.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돌아오는 배 안에서 이뤄지는 ‘커플 게임’이다. 이틀 동안 치열한 탐색전을 펼친 청춘남녀는 서로에게 본격적인 호감을 표시할 기회를 얻는다. 이날 성사된 커플은 모두 11쌍. 이들은 다양한 게임을 통해 서로의 호감도를 높이며 1등부터 3등에게는 일본여행숙박권 등의 상품이 주어졌다. 그러나 커플이 성사되지 못한 이들은 소외감을 드러내는 등 이벤트 진행의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부산에서 온 참가자 K씨는 “부담없이 저렴한 가격에 일본을 다녀올 수 있다는 마음에 가볍게 여행길에 나섰는데 진지하게 미팅에 임하게 되는 것 같다”며 “단순히 여행만 즐길 때보다 색다른 추억을 쌓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에서 온 여성 참가자 P씨는 “여행을 하면서 새로운 친구를 만날 기회가 많다는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혼자서 여행을 떠나기는 부담스러운 때가 많은데 그럴 때 이용하기에 좋은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59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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