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이인용?… '이재용의 사람들' 진짜 있나

머니투데이 오동희 기자 2012.12.07 0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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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팩트]정치권 당파식 분류잣대 기업에 적용…총수있는 기업엔 의미없어

편집자주 보도되는 뉴스(NEWS)는 일반 시청자나 독자들에게는 사실(FACT)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뉴스가 반드시 팩트가 아닌 경우는 자주 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이 진실은 아니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발로 뛰는 머니투데이 베테랑 기자들이 본 '뉴스'와 '팩트'의 차이를 전하고, 뉴스에서 잘못 전달된 팩트를 바로잡고자 한다.

삼성, 현대차, LG 등 국내 주요 그룹들의 사장단 인사가 마무리되면서 새해 한국 경제계를 이끌어갈 각 그룹별 진용구축이 막바지에 이르렀다.

통상 기업 인사 때마다 나오는 얘기들이 '누구의 라인'이니, '누구의 사람'이니 하는 인사평이다. 이런 식의 인사평은 주로 정치권에서 사용돼온 '당파식' 분류 잣대를 기업에 그대로 가져다 댄 식이다.



정치권을 보면 해방 직후 백범 김구 선생이 거처하던 경교장과 이승만 박사가 머물던 이화장 등이 한국 현대정치사의 주요 무대가 됐고, 이를 중심으로 파벌이 나뉘었다. 또 민주화 과정을 거치면서 야권은 동교동계(DJ계)와 상도동계(YS계)로 나뉘어 한국 정치사의 한 획을 그었다.

계파(系派: 하나의 조직을 이루는 작은 조직, 일명 라인)는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과 이익에 의해 조직된다.



연예계를 들여다봐도 '규 라인'(개그맨 이경규를 중심으로 한 인맥), '유 라인'(MC 유재석을 중심으로 한 인맥)과 '규 라인'에서 분파한 '강 라인'(MC 강호동을 중심으로 한 인맥) 등이 진담반 농담반으로 거론되기도 한다.

정치권이나 연예계의 소위 '라인'이나 '계파'의 공통점은 자신의 라인이나 계파에 속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서로 밀어주고 당겨주는 '유대감'의 끈이 형성된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공정 경쟁의 룰에 따른 능력보다는 '지연-혈연-학연-친소관계의 인맥'이 더 중심에 있고, 능력보다는 충성도가 더 높은 가치를 차지한다.


기업 임원인사는 정치권의 장관을 앉히거나, 연예인을 프로그램에 '꽂아주는' 것과는 다르다.

정치권은 우선 명확한 계파 개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이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지지층을 결집하는 목적성이 있기 때문이다.
장관도 보수정권이나 진보정권이냐에 따라 같은 성향의 인물을 인선한다. 자기 사람을 심는다는 말이 일상화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정치가 더 선진화되면 정권의 성향과 상관없이 '장수 장관'도 나오겠지만 아직은 요원한 현실이다.

최지성 이인용?… '이재용의 사람들' 진짜 있나


국내 최대 그룹 삼성 인사에서도 소위 '삼성 이재용 라인'이 회자됐다.
최지성 실장, 이상훈 삼성전자 전사경영지원실장, 이인용 삼성 커뮤니케이션팀 사장 등 몇몇 사장급 인사들이다.

하지만 총수가 있는 기업의 속내를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누구의 라인'이라는 게 존재하기 힘들다는 걸 알 수 있다. 총수 한 사람의 리더십만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줄' 자체가 의미가 없다.

기업의 목적이 '이윤추구'라는 점에서 보면 '성실하고 바르게 이익을 잘 내는 경영자나 임직원'이 최고의 줄에 서 있는 셈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들을 중용하는 것이 기업의 인사다. 하지만 능력을 갖춘 인사가 요직에 앉거나 승진하면 꼭 따라 나오는 얘기가 '누구의 라인'이라는 소리다. 그 라인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는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서 '근거'를 들고 와 꿰맞춘다.

정치권을 재단하던 잣대로 기업 인사를 보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내 사람'을 요직에 앉히지만, 기업은 '일 잘하는 사람'을 요직에 앉혀 '내 사람'으로 만든다. 정치권은 '내 사람'이 잘못하더라도 지켜주려는 무리수를 두지만, 기업은 요직에 있는 사람에게도 '신상필벌'의 기준은 명확하다.

기업은 효율을 최선의 가치로 삼아야 생존할 수 있는 조직이다.
단지 같은 대학 선배라고 해서, 아니면 어느 지역에 근무할 때 같은 나라 안에 있었다고 해서 잘 봐주다간 기업이 최고의 실적을 내기는 커녕 오래 존립할 수도 없다.

사상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는 삼성 내에서 굳이 오너인 '이건희-이재용 라인'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이라면 '성과가 좋은 사람'일 것이다. 적어도 삼성을 취재하며 지켜본 경험으로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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