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로같은 서울 뉴타운…'날아가버린 꿈'

머니투데이 이재윤 기자 2012.12.01 08:21
글자크기

[부동산'후']은평뉴타운으로 본 뉴타운 10년

ⓒ김현정ⓒ김현정


 서울시가 지역균형발전을 목표로 추진한 '뉴타운' 사업이 지난달로 10년째를 맞았다. 계획 초기 막대한 개발이익을 얻을 수 있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돼 외지인들이 대거 몰리면서 투기광풍이 일었고 아파트값은 치솟았다.

 하지만 2008년 불어닥친 글로벌 금융위기는 부동산시장에 직격탄을 날렸고 뉴타운 역시 상당한 타격을 받았다. 치솟은 분양가에 늘어난 추가부담금을 견디지 못한 주민들은 외지로 쫓겨났고 사업은 하나둘씩 좌초되기 시작했다.



 결국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뉴타운 신정책구상'을 수립, 출구전략을 시행중이지만 여전히 주민간 갈등이 계속되고 구역 해제에 따른 매몰비용 문제로 정부와 대립하는 등 사태해결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명박 '뉴타운'에서 박원순 '출구전략'까지…
 뉴타운사업은 2002년 강북뉴타운 시범구역으로 △성북구 '길음뉴타운' △은평구 '은평뉴타운' △성동구 '왕십리뉴타운' 등 3곳이 확정되면서 닻을 올렸다. 사업면적만 508만1000㎡에 달한다.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전경 @이재윤 기자↑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전경 @이재윤 기자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대통령은 '도시재정비 촉진을 위한 특별법'에 따른 '재정비 촉진사업'을 영어권 국가에서 신도시를 일컫는 '뉴타운'이라고 명명했다.

 서울시는 무분별한 도심개발로 인한 도시균형발전을 위해 '정비사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뉴타운은 낙후된 도심의 주거환경 정비와 무분별한 도심개발로 인한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해결책으로 제시됐다.

 시 관계자는 뉴타운사업에 대해 "효과적이고 빠른 재개발을 위해서는 현재 방식을 탈피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새로운 재개발 정책이 적용될 경우 빠르고 효과적인 개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뉴타운사업은 2003월 11월 한남·노량진 등 12곳이 2차로 지정됐고 2005년 12월 시흥·수색 등 10곳이 추가된 데 이어 2007년 창신·숭인지구가 더해져 총 24곳이 지정됐다.

 5년이 흐른 올 1월 박원순 시장은 '뉴타운·재개발 수습방안'을 발표했다. 과거 무분별하게 지정된 구역 해제에 발벗고 나선 것이다. 이른바 '출구전략'으로 불리는 이 방안을 통해 지난 8월 재개발·재건축 18곳의 정비(예정)구역이 해제됐고 11월 8곳이 추가 해제됐다.

 박 시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2월 '뉴타운 정책워크숍'에서 반대 주민들과 만나 "뉴타운은 처음부터 잘못된 정책"이라며 "주민들의 충분한 의사나 동의없이 형식적으로 도장을 찍으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은평뉴타운 '애물단지'로…미분양과 집값 하락
 지난 20일 서울시 산하 SH공사는 은평뉴타운 내 미분양아파트 616가구에 대폭 할인율을 적용했다. 최대 2억2500만원에 달하는 '파격 할인'을 통해서라도 미분양을 줄이고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10년 전 지정된 은평뉴타운은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해제된 349만㎡ 땅에 1만5924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개발이 예정됐지만 현재는 장기 미분양에 시달리는 상황을 맞은 것이다.

 은평뉴타운에 사는 주민들은 할인 분양에 대해 아쉬운 속내를 드러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인다. 미분양 물량이 계속 남아 있는 한 아파트값이 더 떨어질 것이란 불안감을 나타내는 주민들도 있었다.

 김광배 은평뉴타운 1·2·3지구 총연합회장은 "주민들간 입장이 달라 의견은 다소 엇갈렸지만 대부분 주민은 미분양 해결을 가장 큰 문제로 인식하고 있다"며 "서울시도 애물단지를 처리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로같은 서울 뉴타운…'날아가버린 꿈'
 서울시내 미분양아파트는 현재 3700가구로 집계됐다. 전국 미분양의 5.1%에 달한다. 10년 전 미분양아파트가 52가구로 전국 전체의 0.2%에 불과하던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아파트값 하락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진 점도 뉴타운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다. 따라서 지역민들은 아파트값이 계속 하락하는 상황에서 사업이 마무리되더라도 수익을 얻기 힘들다고 내다봤다.

 은평뉴타운 인근 한 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서울시내 집값이 안 떨어진 곳이 없다"며 "사업의 수익성은 아무도 모른다. 부동산 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도 "예측 어렵다"
 전문가들조차 시장전망을 "예측하기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미분양과 부동산시장 침체가 아니더라도 뉴타운사업의 수익성 자체가 떨어져 성공을 장담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전문가가 내년 하반기까지는 정체현상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내 공인중개업소 @이재윤 기자↑서울 은평구 은평뉴타운 내 공인중개업소 @이재윤 기자
 특히 뉴타운사업은 재개발이나 재건축과 같은 일반 정비사업처럼 일반분양 물량을 상대적으로 비싸게 팔아 조합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하지만 시장침체로 사업성이 크게 떨어진 만큼 이같은 기대감을 현실화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 됐다. 결국 각 뉴타운구역 내 조합원의 사업에 대한 추진의지가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구역 해제가 결정됐거나 불가피한 곳들도 서울시나 각 자치구청을 통해 매몰비용을 지원받기 만만치 않다.

 함영진 부동산114 본부장은 "서울시내 아파트값이 3.3㎡당 평균 1500만원 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았지만 4개월째 미분양이 늘고 있어 거시적으로는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적어도 내년 하반기까지 뉴타운·재개발 등 정비사업으로 인한 시장 활성화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