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몰비용 등떠밀기'에 막혀버린 뉴타운 출구

[서울시 뉴타운 출구전략 곳곳서 파열음<下>)]수도권 조합 사용비용 2.14조 달해

　'서울 1조5000억원, 인천 3400억원, 경기 3000억원.'

　수도권에서 추진중인 뉴타운·정비사업조합이 사업 추진과정에서 쓴 비용은 모두 2조1400억원에 달한다. 이는 개략적인 집계여서 실제로는 이보다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울은 조합 이후 단계인 292개 구역을 대상으로 1구역당 평균 50억원으로 추정했지만 뉴타운의 경우 1구역당 100억~200억원을 넘는 곳도 있다. 인천시는 조합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곳만 집계한 것이어서 현재 답보상태에 있는 조합까지 조사하면 더 늘어날 공산이 크고 경기도 역시 뉴타운 1000억원과 일반정비구역 2000억원으로 계산한 수치다.

　보수적으로 잡더라도 2조5000억원의 비용이 사용된 것으로 가정하고 전체 조합의 30%가 해제한다면 총 매몰비용은 7500억원이다. 이중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절반씩 낸다면 각각의 부담액은 3500억원에 달한다. 특히 부천 춘의1-1구역의 경우 사용비용 외에 손해배상금까지 대두하면서 매몰비용 추산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대우건설·GS건설 컨소시엄은 최근 춘의1-1구역조합과 조합원에게 조합 해제시 대여원금 50억원 외에 손해배상금 270억원까지 합친 325억원을 청구했다. 일반 상행위처럼 계약 취소시 10%의 위약금을 부과한 것이다.

　이처럼 막대한 매몰비용을 누가 부담할지가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의 핵심이지만 정작 정부와 지자체는 서로 다른 곳을 바라보고 있다. 지자체는 특별법까지 제정해가며 뉴타운을 부추긴 만큼 정부도 일정부분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인프라 지원에만 한정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실제 국회 국토해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는 지자체가 조합설립인가 취소 때까지 시·도 조례로 정하는 범위에서 매몰비용을 지원하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이 계류돼 있다. 정부의 반발을 국회가 받아들인 것.

　수도권 지자체들은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뉴타운특별법을 만들고 비용까지 지원해가며 뉴타운을 부추긴 데다 뉴타운을 반대하는 일부 주민은 존치구역으로 묶어가며 강제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토해양부는 뉴타운·정비사업이 추진중인 지역이 대부분 수도권이어서 지방의 조세 저항이 거세질 것이라고 판단, 해제지역에 대한 주거환경정비·인프라 추가 지원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특별법은 제도적 기반일 뿐 뉴타운은 지자체가 계획수립부터 사업시행인가까지 담당하는 것"이라며 "기반시설 비용은 광역적 정비 차원에서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지차체들은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더이상 논의 진척이 어렵다고 보고 대선이 끝나고 새 정부가 꾸려지는 대로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책임 공유 차원에서 국고 지원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대선이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고 후보들도 관심이 있는 만큼 대선 이후 다시 풀어가겠다"고 말했다. 이미 조합들이 출구 찾기에 나선 상황에서 매몰비용 지원이 확정되지 않으면 출구전략이 정상 가동하기는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게 지자체들의 지적이다.

　배용규 중앙대 교수는 "정부는 뉴타운·정비사업이 지자체 시행사업이라는 이유로 재정지원의 어려움을 설명하지만 국가가 정한 법률에 따라 시행돼왔고 정부와 정치권도 뉴타운 수혜자인 만큼 책임공유 차원에서 일부 보조가 필요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