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뉴타운 '2억' 파격할인, 일단 먹혔다

머니투데이 민동훈,이재윤 기자 2012.11.2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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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틀새 180여건 신청 '순항'… 기존 입주민 "집값 더 하락"vs"미분양 해소 우선"

↑서울시 은평뉴타운 2지구 전경. ⓒ이재윤 기자↑서울시 은평뉴타운 2지구 전경. ⓒ이재윤 기자


 서울시 산하 SH공사가 은평뉴타운 미분양아파트에 대해 대대적인 할인분양에 나서면서 수요자들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하자, 이를 바라보는 기존 입주자들이 속내가 복잡해지고 있다.

 당초 제값을 다 주고 입주했지만 할인분양이 실시되면서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우려하면서도 당장 미분양이 해소돼야 추가하락을 막고 반등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어서다.



 ◇최대 2억2500만원 할인에 기존 입주민들 '속앓이'
 21일 은평뉴타운 2-1지구에서 만난 주민들은 SH공사의 파격 할인분양 소식에 불안감을 나타냈다. 집값을 2억원 이상 할인해 주다보니 인근 시세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김현직(72·가명)씨는 "가뜩이나 부동산시장이 안 좋아 걱정인데 2억원씩 할인분양을 하니 집값이 더 떨어지지 않겠냐"며 "할인 분양할 돈으로 열악한 교통환경을 진작 개선했으면 오히려 제값주고 미분양을 팔았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준복(75·가명)씨는 "당초 분양가도 상당히 비쌌는데 이제와 2억원을 할인해 준다고 하니 분통이 터지지 않겠냐"며 "약속했던 대형 복합상업시설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고 교통불편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입주민들은 그러면서도 미분양 문제는 시급히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는 대부분 동조하는 모습이다. 미분양이 대거 발생했다는 보도가 수년째 이어지다보니 은평뉴타운에 대한 이미지가 나빠져 거래가 안되고 집값도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어서다.

 특히 할인분양을 해서라도 미분양을 털어내고 단지들이 활성화되면 집값 추가하락을 막고 반등도 기대해 볼 수 있지 않겠냐는 의견도 많았다.


 A공인중개소 관계자는 "미분양이 남아있는 한 가격이 오를 가능성은 없다"며 "입주율을 높여야 상가도 활성화되고 거래도 활발해지면서 매매가격도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SH공사 관계자는 "대규모 할인분양으로 집값이 떨어진다는 불만을 모르지는 않는다"면서도 "미분양이 해결돼야 거래도 이뤄지고 상가도 활성화될 수 있는 기반이 구축된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하려는 수요자들이 서울 강남구 개포로 SH공사 본사에서 분양신청을 하고 있다. ⓒSH공사 제공↑은평뉴타운 미분양 아파트를 계약하려는 수요자들이 서울 강남구 개포로 SH공사 본사에서 분양신청을 하고 있다. ⓒSH공사 제공
 ◇이틀새 180여건 분양 신청 "파격할인 먹혔다"
 일단 SH공사의 파격적 할인전략이 먹혀드는 모양새다. SH공사에 따르면 지난 20일부터 강남구 개포로 SH공사 본사에서 은평뉴타운 미분양아파트에 대한 선착순 공급을 진행한 결과, 이날까지 이틀간 약 180여건의 분양신청이 이뤄졌다.

 이는 전체 미분양 물량(615가구)의 30%에 육박하는 수치로, 그동안 수차례 이뤄진 미분양 판촉에도 꿈쩍 안던 수요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당초 서울시는 연말까지 200가구 정도 팔리면 성공이라고 내다봤지만, 현재 추세대로라면 이번주 중에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SH공사의 설명이다.

 특히 4년간 전세로 살아본 후 위약금없이 분양전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분양전환 전세공급'에 관심이 높았다. 첫날 신청한 107건 중 60% 정도가 분양전환 전세를 선택했고 이튿날에도 대부분 분양전환 전세를 찾는 수요자들로 신청창구 앞이 북적였다.

 녹번동에 사는 김학영(48·가명)씨는 "주변 시세의 80% 정도 수준에 4년을 살수 있고 분양 전환을 받지 않더라도 위약금이 없으니 부담이 없다"며 "원하는 동·호수를 배정받는다면 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분양신청 현장에는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들도 상당수 찾아왔다. 실제 수요자를 대신해 분양신청을 해주려는 이들로, 한켠에서 휴대전화로 신청자에게 분양조건과 남은 동·호수 등에 대한 정보 등을 분주히 전했다.

 은평구 B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평일에 분양신청을 진행하다보니 직장인들을 대신해 접수하러 왔다"며 "아무래도 중대형인데다 부동산시장도 좋지 않다보니 망설이는 경향이 많아 분양전환 전세를 추천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이종수 SH공사 사장은 이날도 분양신청 현장에 나와 상황을 직접 챙겼다. 이 사장은 "공기업인 SH공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으로 분양하는 것"이라며 "박원순 서울시장의 의지도 강력한 만큼 미분양 조기소진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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