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35%삭감' 앙심, 비밀 빼서 경쟁사 갔는데…

머니투데이 성세희 기자 2012.11.1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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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사, "연봉1억" 제안 후 기술 넘겨받고는 취업거부… 경찰, 노씨·S사 검찰 송치

(서울=뉴스1) 안은나 인턴기자= 12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고시 중소기업 산업기술 가로챈 일본업체 대표이사 검거 브리핑에서 정길환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서울=뉴스1) 안은나 인턴기자= 12일 오전 서울 마포경찰서에서 열린 지식경제부 고시 중소기업 산업기술 가로챈 일본업체 대표이사 검거 브리핑에서 정길환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 팀장이 취재진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자동접착기계 제조업체 A사 연구소장으로 지난해 7월 입사한 노모씨(53)는 불만이 폭발했다. A사가 업무실적을 이유로 처음 약속한 연봉 7000만원을 두 달 만에 4500만원으로 깎았던 것. 노씨는 회사에 앙심을 품고 퇴사를 준비했다.

빈손으로 퇴사할 수 없었던 노씨는 A사가 자체 개발한 '초고속 자동 접착장치' 설계도면 등 핵심 영업 비밀을 남몰래 복사했다. 이 장치는 지난해 지식경제부에서 신기술로 인정받아 국가에서 특허기술로 보호받고 있었다.



A사 경쟁업체였던 일본법인 S업체는 A사처럼 자동포장기계를 개발하려고 여러 차례 노력했지만 실패했다. 그러던 중 우연찮게 노씨에게 관련 자료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S사 대표이사 곽모씨(54)가 지난해 11월 노씨에게 접촉했다.

곽씨는 노씨에게 "연봉 1억원을 줄 테니 우리 회사에 입사하라"면서도 "먼저 A사 특허기술 설계도면을 보여 달라"고 요청했다. 퇴사를 준비하던 노씨는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곽씨의 말에 응했다. 노씨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설계도면 등 1만8559개 파일이 저장된 외부저장장치(외장하드)를 곽씨에게 넘겼다.



외부저장장치를 건네받은 곽씨는 노씨 몰래 설계도면 파일을 노트북 등에 저장했다. 당초 이직을 제안했던 곽씨는 노씨에게 "우리가 채용할 만큼 실력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태도를 바꿨다. 곽씨 말만 믿고 A사에서 퇴사한 노씨는 한순간에 직장을 잃었다.

곽씨는 노씨에게 가로챈 핵심 기술도면을 회사 컴퓨터 서버에 저장한 뒤 일본 본사와도 공유했다. 곽씨는 자신의 회사 연구소장에게 설계도면을 건네주고 똑같은 기계를 만들 것을 지시했다. S사는 지나 4월 마지막 시운전 단계를 앞두고 A사와 똑같은 기계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지만 경찰 수사가 시작되면서 더 이상 개발을 진행하지 못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지식경제부가 인증한 산업기술을 국외 경쟁업체로 넘긴 혐의(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노씨와 S업체 한국지사 등을 불구속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S업체는 고액연봉을 제시하며 유혹해 핵심 기술을 빼내는 등 교묘한 수법을 사용했다"며 "국외 기술 유출 등을 방지하려면 영업 비밀을 계속 사용할 수 없도록 S사에 있는 A사 기술 원본을 압수할 필요가 있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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