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획부터 엉망"…루원시티에서 발빼는 '빚더미 LH'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2.11.07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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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먼지 날리는 인천시-LH

사업비만 4조7000억…'인천 재생' 장밋빛 청사진 어디 갔나


“사업성을 논하는 게 우습죠. 손실금액을 얼마나 줄이느냐가 이 사업의 핵심입니다.”

일을 추진할수록 손해를 보는 사업 구조에 공공의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공기업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인천 구도심재생사업의 간판이라 할 수 있는 루원시티(LU1 city) 개발사업이 그런 케이스다. 박화영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 루원사업단장은 기자의 ‘루원시티 사업성’을 묻는 질문에 “당초 계획 중 입체화 부분 중 일부는 실현 가능성이 쉽지 않은 면이 있었다"며 "또한 부동산 경기가 좋은 시점에 계획된 것으로, 인천 서북부의 새로운 부도심을 조성코자 하여 상업시설이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루원시티 사업은 세계경제 위기 발생 이후 부동산 경기 침체 등 경제 상황에 민감하게 반을 하게 되어있으며, 이러한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사업을 어렵게 하고 있다”고 고백했다.



루원시티 개발사업은 LH와 인천시가 50대 50의 지분을 갖고 인천 가정오거리 주변을 국제적 수준의 입체복합도시로 만들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했던 구도심재생사업이다. 2006년 사업을 시작해 2013년 종료될 것이라던 사업은 6년째 철거단계에 그치고 있다.

현장에서 본 루원시티는 도심 속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흉측하게 남은 건물과 연립 다세대 주택 사이로 뽀얀 흙먼지만 날렸다. 폐건물 출입은 비교적 자유로웠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슬럼화나 우범지역 문제가 충분히 제기될 법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철거는 이어지고 있다. 유재현 루원사업단 보상부장은 “현재 국·공유시설 등 7개 시설물과 주택이 개발구역 내 남아있는 상태”라며 “여러 가지 사유로 강제집행을 유보한 상태지만 이들 모두 조만간 현장을 떠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철거공사 완료가 2014년 상반기로 계획된 만큼 2017년 완공 목표도 계획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10월1일 현재 철거율은 31.4%에 머물고 있다.



지어봐야 손해, 시간 끌면 빚만 쌓여


“인천의 ‘인’자만 들어도 답답하다.”

지난달 8일 열린 LH 국정감사에서 이지송 사장은 인천시 개발사업에 대한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특히 루원시티에 대한 해법을 요구하는 문병호 의원(인천 부평갑)에게 “답이 없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되묻기도 했다.

이 사장의 고민은 사업이 완료되더라도 엄청난 규모의 손실을 피할 수 없다는 데 있다. LH는 이미 1조6389억원(10월1일 기준)에 달하는 토지보상비를 지급했고, 이에 따라 매년 900억원에 이르는 이자비용을 지불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3600억원 이상을 이자비 명목으로 지출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사업이 계획대로 잘 진행된다 하더라도 4500억원가량을 추가로 지급해야 한다. 때문에 국정감사에서 루원시티 조성사업에 이자비용만 1조원이 들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업비도 당초 2조8926억원에서 4조7000억원(부대비 1조1000억원 포함)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 수치도 맞출 수 없다는 게 LH의 판단이다. LH 관계자는 사업비에 대해 “현재 개발계획에 따라 사업을 진행하지 않겠다”면서 “경인고속도로 직선화 지하도로를 백지화 하는 등의 계획변경을 통해 투입비 절감을 줄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손실액 전부를 LH가 뒤집어쓰는 구조는 아니다. 사업 결과에 따라 공동 사업자인 인천시와 똑같이 절반씩 책임진다. 만약 1조원의 손실이 발생하면 협약에 따라 인천시와 LH가 5000억원씩 손해를 보는 식이다. 다만 인천시 역시 재정위기에 직면해 있는 터라 현재 금융비용을 전부 부담하는 LH 입장에선 난처할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인천시로부터 대신 상환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시나리오도 배제할 수 없다.

국감을 통해 드러난 LH의 재무상태를 보면 루원시티 개발사업으로 인한 손실은 오히려 작게 느껴진다. 공사 전체 부채액은 6월 말 기준 133조원이다. 이는 국가부채의 30%, 공기업 부채의 40%에 이르는 수치다. 게다가 미분양 자산은 30조원에 달한다. 앞으로의 부동산 경기마저 불투명해 LH의 미분양 규모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가능성은 요원해 보인다. 때문에 공기업 파산이라는 초유의 사태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77층 랜드마크 폐기, 상업시설 대폭 축소될 듯

때문에 사업 축소로 손실액을 최소화한다는 것이 LH의 방침이다. LH는 지난해 중순부터 부동산 컨설턴트와 교수 등으로 구성된 전문가 테스크포스(TF)를 구성해 내년 3월까지 개발계획안을 재검토하고 있다.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한 내용은 곧 드러난다. LH 등에 따르면 2006년 계획했던 대규모 상업시설을 대폭 축소하고 대신 주상복합건축물 위주의 개발계획을 준비해 내년 초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심의 중인 변경 계획안에 따르면 토지면적 11만2400㎡의 중심상업지구 등 전체 사업지의 25%에 이르는 상업지구를 11%대로 줄이고(중심상업지구 11.5%→6.6%) 77층 랜드마크 빌딩은 높이를 대폭 낮추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이유는 부동산 침체와 경기 악화로 상업시설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LH 내부에서도 ‘당초 계획대로 추진할 경우 공실만 쌓일 게 불 보듯 뻔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그렇다고 분양이 비교적 잘 되는 아파트를 지을 수도 없다. 관련 규정에 따라 학교와 주차장 등을 추가로 지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사업성은 더 떨어지게 된다.

경인고속도로 루원시티 구간의 지하화 방안도 상업지구 축소를 전제로 사실상 폐기됐다. 지하 8층 깊이로 통과해야 하는 여건에 비해 활용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폐기 이유다. 종전 계획과 달리 변경 계획안에 따르면 중심상업지구 한 곳만 겨우 입체교차로와 연결될 수 있어 입체도시의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루원시티 개발사업의 손실이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도로 지하화 공사로 인해 1700억원의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점도 이 같은 결정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인천시와 LH의 최종승인이 남아있어 공식 개발 변경안은 아니지만 LH가 발주한 전문가 집단의 계획안 수정 내용이 사업성에 초점을 맞춘 만큼 상업지구를 비롯한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빚더미에 올라선 LH의 루원시티 개발사업은 일찌감치 손실 최소화 프로젝트로 방향을 선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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