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주택 4.5만 가구, 경매 전에 기회준다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2012.10.31 0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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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부터 '경매유예' 제도 全금융권 확대시행… 경매보다 '높은가격'에 처분가능

깡통주택 4.5만 가구, 경매 전에 기회준다


오는 12월부터 '깡통주택' 보유자들이 금융회사의 동의와 협조를 얻어 경매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집을 팔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깡통주택의 경매를 일정 기간 유예해 주는 제도가 은행과 저축은행 외에 보험, 카드, 캐피탈 등 전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되기 때문이다.

주택담보대출 연체로 집이 경매로 넘어갈 수 있는 잠재 위험군인 4만5000여 가구가 혜택을 볼 전망이다. 금융감독당국은 이 제도가 확대 시행되면 경매 매물이 쏟아지는 현상이 완화돼 부동산시장 안정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은행연합회 등 각 금융협회는 12월부터 '금융기관 담보물 매매중개지원(경매유예) 제도'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 시행키로 하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관련 논의를 진행 중이다.

TF는 조만간 은행 외에 2금융권인 보험회사, 카드사, 캐피탈사, 상호저축은행 등 주택담보대출을 취급하거나 채권을 보유한 모든 금융기관(단위조합 포함 약 2600여 개)이 참여하는 '담보물 매매중개지원 협약'을 마련해 12월부터 본격 시행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담보물 매매 중개지원 제도는 대출을 못 갚아 경매로 집을 날릴 위기에 처한 한계차주들에게 경매 대신 사적매매를 통해 집을 처분할 기회를 주는 제도다. 연체 채무자가 빚을 진 금융회사에 신청하면 매수인을 찾아 매매를 중개해 주는 구조다.

경매로 집을 넘기면 통상 집값의 70%밖에 못 건지지만 사적매매를 하면 시가보다 조금 낮은 가격에 신속히 집을 팔 수 있다. 금융회사나 세입자 입장에서도 대출금과 전세금을 떼일 위험을 줄일 수 있게 된다.

이 제도는 2007년 도입됐으나 그간 거의 활용되지 못 했다. 부동산 경기침체와 깡통주택 문제가 이슈화되기 이전이었고 자율협약 가입 금융회사가 17개 은행과 51개 저축은행으로 한정돼 여러 금융회사에 다중 채무를 진 채무자들은 이용이 어려웠던 탓이다.


금감원이 협약 가입 금융회사를 전 금융권으로 확대키로 한 것도 '깡통주택' 보유자라면 누구나 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금감원 관계자는 "여러 업권의 금융회사에 담보를 맡긴 경우가 많은데 한 곳이라도 경매유예에 동의를 안 하면 이 제도를 활용하기 어렵다"며 "최대한 많은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것이 제도 활성화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각 금융협회의 협조를 얻어 주택담보대출과 관련된 금융기관 2600여개가 모두 자율협약에 가입할 수 있도록 독려할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달 중순 각 협회와 금융회사들을 상대로 경매유예 제도 확대 시행을 위한 설명회도 진행했다"며 "다음 달 전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협약 신청을 받으면 12월부터 시행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권 일각에선 그러나 금융회사들이 적극 동참하지 않을 경우 제도 활성화가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금융회사들이 연체율 등 자산건전성 관리와 대손충당금 부담 등을 이유로 경매 유예보다는 부실채권 매각을 선호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1순위 담보를 잡고 있는 경우가 많은 은행들은 경매를 진행해도 채권 회수가 가능하다는 점에서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처럼 주택담보대출 부실화가 가속화되고 경매가 계속 많아지면 금융회사들이 입는 손해도 결국 더 커진다"며 "금융회사들이 개별 이해관계보다는 부동산 시장 안정과 가계부채 문제 해결이라는 큰 틀에서 제도 활성화에 적극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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