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8000억 잡아라" 두산 연내 퇴직연금 도입

머니투데이 임상연 기자, 김지산 기자 2012.10.25 06:11
글자크기

올 하반기 퇴직연금시장 최대어… 내달 RFP 발송 퇴직연금사업자 선정할 듯

두산그룹이 연내 기존 퇴직금제도 대신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한다. 재계순위 10위인(총자산 기준, 공기업 제외) 두산그룹 전체 계열사의 퇴직급여 충당금(추계액)은 약 8000억원 정도로 올 하반기 퇴직연금시장의 최대어가 될 전망이다.

올초 기아자동차의 퇴직연금 가입이후 이렇다 할 '빅딜'이 없었던 데다 두산그룹은 '계열사 밀어주기'와도 무관해 은행, 증권, 보험 등 퇴직연금사업자간 치열한 수주경쟁이 예상된다.



24일 재계 및 금융권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연내 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기 위해 퇴직금 중간정산, 퇴직연금 유형 및 사업자 선정방식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늦어도 내달쯤 퇴직연금사업자들에게 RFP(입찰제안요청서)를 발송하고 사업자 선정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 관계자는 "연내 퇴직연금 전환을 목표로 도입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며 " "아직 퇴직연금 도입유형 등 구체적인 사항들은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다.



현재 두산그룹의 계열사는 총 24개로 이중 상장사는 두산 (165,000원 ▼9,700 -5.55%), 두산중공업 (18,050원 ▼50 -0.28%), 두산인프라코어 (8,460원 ▼270 -3.09%), 두산건설 (1,240원 0.0%), 두산엔진 (12,400원 ▼370 -2.90%), 오리콤 (8,110원 ▼20 -0.25%) 등 6개다. 지난 6월 말 기준 이들 상장사의 전체 근로자수는 1만8610명, 퇴직급여 충당금은 7356억원(사외적립금 포함)에 달한다. 그룹 전체로는 근로자수가 약 2만1000명, 퇴직급여 충당금은 약 8000억원 정도일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근로자 및 퇴직급여 규모가 가장 큰 곳은 두산중공업으로 전체 근로자수 6867명, 퇴직급여 충당금은 3293억2700만원 정도다. 이어 두산인프라코어(근로자수 5244명, 퇴직급여 충당금 1904억3200만원), 두산(3099명, 899억9900만원), 두산건설(1848명, 812억7100만원), 두산엔진(1288명, 346억4800만원) 순이다.

두산그룹이 연내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결정한 것은 현행 퇴직금제도를 더 이상 유지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퇴직연금제도 도입으로 지난해부터 기존 퇴직금제도에 대한 세제혜택이 사라졌고, 퇴직보험, 퇴직신탁 등에 대한 추가납입도 불가능해졌다.


업계관계자는 "연내 전환을 결정한 것은 결산 전에 제도를 정비해 세제혜택을 누리겠다는 포석으로 보인다"며 "퇴직연금 도입에 따른 자금부담이 발생하지만 그룹 내 유동성이 충분하고 분납도 가능해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두산그룹의 퇴직급여 사외적립금 비율은 평균 30% 내외로 중간정산 없이 확정급부형(DB형, 사외적립금 의무비율 60% 이상) 퇴직연금으로 전환할 경우 그룹 전체적으로 2500억원 가량을 추가로 적립해야 한다.

두산그룹이 퇴직연금제도 도입을 공식화함에 따라 퇴직연금사업자간 수주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이미 일부 은행과 증권사는 두산그룹 계열사들을 다니며 자신들의 퇴직연금상품과 서비스 홍보에 나서는 등 물밑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두산그룹은 계열사중 퇴직연금사업자가 없어 공정한 경쟁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에서는 기대하고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중 비엔지증권이 있지만 퇴직연금업무를 취급하지 않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두산그룹은 규모가 크고, 평균 연봉도 높아 한 퇴직연금사업자가 턴키방식으로 수주할 경우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도 있다"며 "기존 퇴직보험과 신탁을 취급했던 은행과 보험사들이 유리하겠지만 계열사 밀어주기가 없을 것으로 예상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8월 말 현재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53조9350억원으로 삼성생명이 시장점유율 14.1%(7조7537억원)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 차트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