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장전]불확실성의 시대···'불황투자' 전략은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12.10.1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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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7년 발간된 '불확실성의 시대'는 미국의 경제학자 갤브레이스가 쓴 경제학의 역사에 관한 책이다.

그는 이 책에서 '과거처럼 확신에 찬 경제학자도, 자본가도, 제국주의자도, 사회주의자도 존재하지 않는 현대를 '불확실성의 시대'라고 정의했다. 특정 확신에 대한 믿음이 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유로존 재정위기가 발생한지 1년이 흘렀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높다. 글로벌 주요 금융기관들은 바로 6개월 앞조차 예상하기 힘들어지자 내년 경제전망치를 하향조정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뚜렷한 강세론자도, 약세론자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예측이 힘든 만큼 '증시가 제자리걸음할 것'을 주장하는 '박스권론자'가 종종 눈에 띈다. 하지만 이제 '약세론'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문을 떼는 전문가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조윤남 대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코스피는 조정 또는 하락이 예상된다"며 "4분기 중 1900선을 일시적으로 하회하는 시기가 나타나며 연말 코스피는 1900 초반에서 거래를 마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확실성' 그 자체가 문제=현재 증권업계에서 주로 거론되는 불확실성 요인은 △미국 재정절벽, △주요국의 정책 공백, △유럽 재정위기의 확산, △신흥국 및 유럽의 경기둔화다.

강현철 우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불확실성이 세계 경제에 대형 충격을 가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불확실성은 그 자체만으로 경기회복을 어렵게 만들어 내년 1분기까지 의미 있는 회복을 기대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불확실성은 주식과 같은 위험자산에 대한 기피로 연결된다. 특히 업종과 기업의 장기적 전망을 보고 투자하려는 수요가 감소하게 된다.


유익선 우리투자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전망이 불투명할 경우 장기간의 투자 둔화가 이어진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IMF 분석에 의하면 향후 경제전망에 관한 높은 불확실성이 상존할 경우 경기가 회복되는 시기에도 소비의 증가폭이 크지 않고 투자는 오히려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불황에도 성장하는 종목이 '피난처'=하지만 투자자들이 투자를 접고 은행예금만 찾아다니는 것은 아니다. 최근 코스닥 강세에서 볼 수 있듯 대안투자처를 적극 모색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분산투자상품의 하나 정도로만 간주됐던 파생결합증권(DLS)이 지난 8월 2조8000억원 어치 발행되며 인기를 끈 것도 대안을 찾으려는 노력의 일환이었다.

하지만 거의 모든 업종이 경기침체에서 자유롭지 못한만큼 '괜찮다'는 종목이 나타나면 투자 쏠림 현상이 극심해지고 있다. 지난 주 이틀에 걸친 증시 급락 후 '경기방어주'가 폭등한 것도 이 때문이었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생활용품, 음식료담배, 제약, 바이오, 보험 등 최근 상대수익률이 양호한 업종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물론 성장하는 기업의 주가는 불황에도 오를 수밖에 없다. 즉 실적이 좋아지는 종목이 불황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와중에 3분기 국내 기업 실적에 대한 긍정적인 분석도 나왔다.

김주형 동양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기업들의 3분기 순이익이 12분기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것과 달리 국내 기업은 전년비 48%, 전분기비 47%의 증가가 예상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팀장은 "국내 증시의 하락폭이 예상보다 커졌으나 하락추세로의 전환이 아닌 조정기간의 연장"이라며 "이번주 미·중 경제지표 발표와 유럽연합(EU) 정상회담이 성장 둔화와 리스크 확대에 대한 우려를 완화시켜줄 것"이라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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