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금 웅진회장, 모럴 헤저드 넘어 배임죄 의혹"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이태성 기자 2012.10.03 06:08
글자크기

"차입금 상환으로 웅진홀딩스 채권자 이익 훼손"...부인은 '내부자정보 이용' 의혹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직전 계열사에서 빌린 차입금을 미리 상환하는 등 웅진그룹 윤석금 회장 일가에 대한 모럴 해저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검찰 수사로 번질지 주목되고 있다.

웅진그룹이 지주사 웅진홀딩스와 계열사 극동건설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계열사 차입금 변제 △주식 매도 및 지분이동 △회사채·기업어음(CP) 발행 등이 이뤄지면서 이 같은 결정의 불법성 여부가 문제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투자증권 등 채권단이 윤 회장과 웅진홀딩스를 배임과 사기 혐의로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금융감독원은 법정관리 신청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 전반을 조사하고 나서 검찰 수사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가는 기업을 검찰이 직접 인지수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법정관리는 법원이 주체가 돼 관리인 선임 및 기업 회생계획 인가 여부 등 모든 절차가 진행되기 때문에 검찰이 수사할 여지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 상반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벌인 '파이시티 인허가 사건' 수사에서 보듯 법정관리 업체(파이시티)의 비위 행위가 포착될 경우 수사가 시작될 수 있다. 횡령이나 배임 등 기업범죄의 전형적 징후가 감지되면 검찰이 언제든지 나설 수 있다는 얘기다.

지난달 26일 웅진홀딩스와 극동건설 법정관리 신청 이후 제기되고 있는 관련 의혹을 보면 검찰의 직접 수사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게 법조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파산전문 A 변호사는 "법정관리 신청 이전에 사전 정지작업의 일환으로 계열사 빚부터 먼저 갚았다면 형사상 배임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웅진홀딩스는 지난달 19일 웅진씽크빅(250억원)과 웅진에너지(280억원)로부터 빌린 530억원을 법정관리 신청 전날인 25일 상환했다. "법정관리 신청과는 관계없이 미리 갚을 계획이었다"는 게 웅진 측 입장이다.


하지만 A 변호사는 "계열사 대여금 변제가 없었다면 법정관리를 통해 이 돈이 웅진홀딩스의 다른 채권자들에게 배분될 수 있는 만큼 다른 채권자들에 대한 배임행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금 회장의 부인 김향숙씨가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보유하고 있던 웅진씽크빅 주식을 전량 처분한 데 대해 미공개 내부정보를 이용한 불공정거래 혐의가 적용될 수도 있다. 이 부분은 금융감독원이 이미 조사에 들어간 상태인데 관건은 주식 매도 시점에 법정관리 계획을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된다.

김씨는 지난달 24일과 25일 이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웅진씽크빅 주식 4만4781주(지분율 0.17%)를 4억원에 전량 매각했다. 웅진 측은 "정보를 알고 매도한 것이 아니고 (회사 쪽에선) 매도 사실 자체도 알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법정관리 신청 직전에 회장 부인이 주식을 전량 매각한 것은 내부 정보를 이용했다고 볼 여지가 크다. 금융당국이 이미 이에 대해 조사에 들어간 만큼 이에 대한 고발이 있다면 수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웅진홀딩스가 발행한 회사채와 CP(기업어음)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 웅진홀딩스는 지난 6월 26일에 각각 1년 만기, 3년 만기로 300억원, 500억원씩 발행했는데 법정관리 신청일에서 불과 석 달밖에 안 되는 시점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것.

지난해 법정관리 신청을 앞두고 법정관리 신청을 했던 LIG그룹 역시 CP 부정발행 의혹으로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윤석열)는 지난달 19일 LIG 본사와 계열사 구자원 그룹 회장 자택 등을 압수수색했다.

구 회장 등은 LIG건설의 법정관리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를 숨기고 금융기관에서 약 242억4000만원의 기업어음을 발행,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끼친 의혹을 받고 있다. CP 판매 과정에서 '유동성 부족 시 그룹 차원에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내용의 허위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웅진코웨이와의 매각 작업이 중단된 사모펀드 MBK파트너스도 법적 대응을 포함한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사건이 검찰 형사부서에 배당돼 수사가 시작될 지 여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한편 법정관리 신청서를 접수받은 서울중앙지법은 조만간 대표자심문을 열고 회생절차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회생절차 개시결정이 내려지면 6개월 이내에 회생절차를 종료하는 패스트트랙방식을 적용, 최대한 신속하게 절차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