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난 심각 '극동건설' 법정관리 임박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9.26 0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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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진그룹 계열 극동건설이 은행으로부터 빌린 대출금을 연체하고 있을 뿐 아니라 지난달 직원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못할 정도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이런 가운데 극동건설은 당장 1000억원 규모의 채무를 갚아야 한다. 현재로선 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가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 중 일부를 극동건설에 지원하더라도 자금난 해소에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더구나 웅진그룹의 자금사정도 빡빡한 상황이어서 극동건설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26일 건설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극동건설은 국민은행으로부터 빌린 운영자금 114억원을 지난 13일부터 연체하고 있다. 극동건설은 자금사정이 어려워지자 대출 상환을 미룬채 연체이자를 물고 있다.



여기에 극동건설은 오는 28일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B2B(외상매출채권담보대출) 등 총 1000억원 가량을 일시에 상환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이날 만기되는 PF는 강원도 홍천 골프장 개발사업을 위해 조달한 자금으로 총 350억원 규모다. PF대출금 200억원과 ABCP(자산유동화기업어음)로 유동화시킨 150억원으로 구성됐다.

여기에 하청업체가 극동건설의 외상매출채권을 담보로 대출받은 B2B도 이날 600~700억원 가량 만기를 맞는다. 자금줄이 마른 극동건설로서는 그룹의 지원을 받지 않으면 자체 상환이 불가능하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웅진그룹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 (1,136원 ▲6 +0.53%)는 MBK파트너스로부터 웅진코웨이의 매각 대금을 입금 받을 예정이다. 극동건설은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 일부를 수혈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극동건설은 오는 28일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알짜회사인 웅진코웨이를 파는 대신 어려움을 겪고 있는 웅진폴리실리콘과 극동건설에 투자하기로 한 웅진그룹의 승부수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웅진그룹은 최근 그룹의 재무사정이 여의치 않자 성장 동력으로 삼겠다던 웅진폴리실리콘까지 매물로 내놓고 있어 궤도 수정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다.

웅진그룹이 극동건설의 자금 지원을 포기하게 될 경우, 극동건설은 디폴트(채무불이행)에 몰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웅진그룹은 웅진코웨이 매각 대금 가운데 얼마를 극동건설의 유동성 지원으로 사용할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적어도 극동건설에 3000억~4000억원을 지원해야 상시적인 유동성 부족을 해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웅진그룹마저도 상황이 녹록지 않다. 우선 웅진그룹은 웅진홀딩스와 자회사에서 웅진코웨이의 지분을 담보로 차입한 금액을 매각 대금 입금 이후 바로 상환해야 한다. 이 금액만 총 5690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웅진홀딩스의 1년 내 도래하는 차입금은 4800억원. 보수적인 가정 아래 웅진그룹이 웅진코웨이 매각으로 1조600억원을 손에 쥐면, 웅진코웨이 지분을 담보로 빌린 자금과 웅진홀딩스의 단기 차입금을 갚고 나면 110억원만 남게 되는 구조다. 물론 웅진홀딩스의 차입금 일부를 만기 연장하면 극동건설에게 지원할 여윳돈은 늘어날 수 있다.

김상훈 신한금융투자 신용분석 연구원은 "극동건설은 1년 이내 만기되는 PF 1700억원과 단기차입금 1600억원을 합해 최소한 3300억원을 수혈 받아야 숨을 쉴 수 있는 상황"이라며 "매각 대금 중 그룹에서 채무 상환용으로 얼마를 쓰고 극동건설 지원에 얼마를 배정할지가 관건인데 현재로선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웅진그룹은 극동건설 뿐 아니라 웅진폴리실리콘과 서울저축은행 등 다른 계열사에도 자금을 나눠져야 한다"며 "채권은행들이 적어도 4000억원 이상을 극동건설에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지만 그룹 사정을 감안하면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되긴 어렵다"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 지난주부터 하청업체들이 하도급대금 지연 입금으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며 "웅진그룹이 그룹 전체로 리스크가 전이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어 채무동결을 위해 극동건설의 법정관리를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다.

송인회 극동건설 회장을 비롯, 해외사업 강화를 위해 지난 5월 영입했던 강의철 사장마저 최근 잇따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한 것도 이상 징후로 받아들여진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웅진그룹이 2007년 극동건설을 당시 기업가치보다 3배 가량 높은 6000억원에 인수한 후 이듬해부터 건설·부동산시장의 침체를 맞으면서 그룹의 재무상황에 적신호가 켜진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 극동건설 관계자는 "현재 재무적 상황이 매우 어려운 건 사실"이라며 "(법정관리를 포함한)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검토 중이며 늦어도 이번주 안으로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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