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저음, 준법감시인과 닮았죠"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2.08.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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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KB투자證 윤법렬씨, 10년간 첼로연주·봉사 "몰입의 즐거움"

"첼로의 저음은 오케스트라의 화음에서 도드라지지 않지만 바이올린과 관악기 등이 하모니를 낼 수 있도록 뒤에서 받쳐주는 역할을 하죠. 마찬가지로 증권사의 준법감시인은 눈에 띄지도 않고 수익을 창출하지도 않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때 나서 기업의 영혼을 찾아주는 이라고 할까요."

"첼로의 저음, 준법감시인과 닮았죠"


서울 여의도에서 만난 KB투자증권의 윤법렬 준법감시인(40·사진)이 말하는 준법감시인 역할이다. 그는 시간이 흐르자 날카로운 첫 인상과 달리 표정에 여유로움이 뭍어났다. 그 비결은 10년 전 시작한 첼로다.



"법무법인 '광장'에서 법조인 생활을 시작했는데 외환위기 직후여서 기업관련 구조조정 일이 굉장히 많았어요. '월화수목금금금'으로 2~3년쯤 보내니까 지친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그를 음악으로 인도한 것은 심리학자 미하이 칙센트미하이가 쓴 '몰입의 즐거움'이라는 책이었다. 행복해지기 위해 몰입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직업을 갖고 그 일에 몰입한다고 해서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그의 가슴을 울렸다고 했다.



"무엇을 해볼까 하다 어릴 때 곧잘 한 리코더를 떠올렸어요. 처음에는 바이올린을 배웠는데 어느날 첼로의 저음이 매력적으로 들리더라고요"

그가 로펌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바쁜 시간을 쪼개 첼로를 계속 할 수 있었던 것은 피아니스트로 성가대에서 만난 부인의 아낌없는 지원이 컸다. 현재 그의 세 아이도 모두 악기 하나쯤은 다룰 줄 안다.

윤 준법감시인은 마음이 맞는 이들과 '소리숲챔버오케스트라'를 창단, 1주일에 한 번 만나 2시간씩 연습을 한다. 법무팀 일까지 함께 맡으면서 시간을 내는 일이 어려울 법도 하지만 행복찾기의 실현 또한 중요하다고 생각해 연습을 거르는 일이 거의 없다. 종종 연주봉사도 하는데 음악을 통해 얻은 또하나의 행복이다.


그렇다고 그의 관심이 모두 음악에 가 있는 것은 아니다. KB투자증권에 합류한 이듬해인 2010년 KB투자증권은 한국거래소에서 주는 우수 컴플라이언스 회원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업계에서 종종 발생하는 내부정보 유출 등에 대해 물었다.

"사람들이 자기 일과 생활에만 집착하고 판단할 때 일을 그르치게 마련입니다. 내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어떠한 고통을 줄 수 있다고 조금이라도 생각해본다면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겁니다. 성과와 보람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인데 경영진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죠."

그는 최근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을 연습 중이다. 만만치 않지만 새로운 곡을 연습하면서 도전의식과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즐겁다. 또다른 취미로 목공도 익히고 있다는 그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형편이 어려운 아이들을 위한 음악교육, '엘 시스테마' 아시죠? 아이들과 함께하면서 공동의 작업으로 연주 자체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삶을 알려주고 싶습니다. 음악처럼 우리 사회가 하모니를 이루며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얘기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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