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연 제의받고 '멘붕'.. 지금은 '인기 붐'이죠"

머니투데이 이언주 기자 2012.08.0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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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 명품감초 서영주··· "배우에게 목소리는 경쟁력"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도지사와 여관주인 역을 맡은 서영주는 극에 흥미를 더하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명품연기로 주연 못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기범 기자 leekb@↑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도지사와 여관주인 역을 맡은 서영주는 극에 흥미를 더하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명품연기로 주연 못지 않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기범 기자 leekb@


이 남자, 딱 봐도 깐깐해 보인다. 쌍꺼풀 없는 날렵한 눈, 웃는 법을 모를 것 같은 차가운 표정은 냉철함과 카리스마를 뿜어낸다. 특유의 중후한 목소리까지 더해지자 어지간해선 친해지기 힘들겠단 생각이 든다.

'명품연기' '명품조연'이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다니는 뮤지컬 배우 서영주(44). 연기경력 22년차인 그는 요즘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도지사와 여관주인 역으로 활약하며 주연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중저음의 매력적인 목소리 탓에 고급스럽고 귀족적인 배역을 자주 맡았던 그는 이번에 친절하고 유머러스한 '여관주인' 역으로 색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기존에 그의 이미지를 생각하면, 공연을 직접 보지 않고는 언뜻 상상이 잘 안 된다.

역할이 마음에 드는지 묻자 "처음에 굉장히 마음에 안 들었다"며 "제의가 들어왔을 때 '이제야 (돈키호테 역할이) 왔구나'생각했는데, 도지사와 여관주인 역이라고 해서 거의 멘붕 상태가 됐다"는 솔직한 답이 돌아왔다.



"대본을 받으면 돈키호테나 산초 역할은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머릿속에 그려지는데, 도지사는 도무지 그림이 안 그려져서 애를 먹었어요. 그래서 제 주위에 사람들을 떠올려 보면서 누가 이 역에 맞을까 생각했죠. 처음엔 영화배우 히스레저 같은 분위기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무대에서 표현하는 게 쉽지 않겠더라고요."

↑연기경력 22년차 서영주, 오직 배우의 길만 걸어온 그는 "오래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싶다"고 했다. ⓒ이기범 기자 leekb@↑연기경력 22년차 서영주, 오직 배우의 길만 걸어온 그는 "오래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싶다"고 했다. ⓒ이기범 기자 leekb@
결국 이번 '맨 오브 라만차'에서 서영주가 만들어낸 도지사와 여관주인 캐릭터는 관객에게 딱 먹혔다. 새로웠고 극에 재미를 더하는 감초 역할을 톡톡히 했기 때문에 공감을 샀다.

그가 맡으면 배역이 커진다. '오페라의 유령'의 앙드레 역이나 '닥터지바고'에서 코마로브스키를 했을 때도 그랬고, 이번 '여관주인'도 단연 돋보인다. 그렇다고 극의 균형을 깨거나 지나치게 튄다는 것이 아니다. 다른 배우들, 관객들과 호흡하며 정확한 타이밍에 치고 들어가는 '명품조연'의 내공이 살아있다는 것.


서영주의 또 다른 매력 포인트는 목소리. 이번에 두 캐릭터를 오가며 연기할 때 그의 목소리는 확연히 달라진다. 그는 배우에게 목소리는 경쟁력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 배우가 매번 다른 작품에서 다양한 역할을 하는데 그때마다 목소리가 같다면, 관객들은 한 배역처럼 다 똑같이 느낄 것"이라며 "분장이나 의상, 헤어스타일로 다르게 표현할 수 있지만 목소리도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평소에 발성연습이나 목소리 개발을 따로 하지는 않아요. 다만 제가 알고 있는 사람들의 생김새와 목소리를 잘 기억했다가, 배역을 맡으면 어울릴만한 사람을 떠올리고 그 소리를 내려고 하죠."

성우를 해볼 생각은 없었냐고 하자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해서 성우보다는 배우가 맞겠다고 생각했는데, 성우가 돈을 그렇게 잘 번다는 걸 나중에 알고 조금 후회가 됐다"며 농담을 던진다. 그러고 보니 장난도 치고 이야기도 재밌게 잘 하는 스타일, 이 배우 은근히 반전의 매력이 있다. 솔직하고 화끈한 O형의 매력인가.

그를 두고 한 동료 배우는 "참 성실한 배우"라며 "20년을 넘게 무대를 지켜주는 선배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힘이 된다"고 했고, 또 다른 배우는 "본인의 역할에 대해 무대에서든 어디서든 '깐깐하다'는 표현이 딱 맞는 배우"라고 말했다.

그런 뚝심과 책임감, 깐깐함이 있었기에 22년째 오로지 한 길만 걸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오래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는 앞으로 TV 사극은 꼭 한번 해보고 싶단다. 뮤지컬 '명성황후'에서 고종 역을 비롯해 다양한 역할을 두루 소화한 그는 사극에도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닐까 그려보게 된다.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도지사 역(왼쪽)과 여관주인 역을 맡고 있는 서영주는 한 무대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 매력을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10월 7일까지. ⓒ오디뮤지컬컴퍼니↑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중인 뮤지컬 '맨 오브 라만차'에서 도지사 역(왼쪽)과 여관주인 역을 맡고 있는 서영주는 한 무대에서 전혀 다른 두 가지 매력을 보여준다. 공연은 오는 10월 7일까지. ⓒ오디뮤지컬컴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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