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삼성전자와 법적전쟁 "진짜 타깃은 구글"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7.31 13:59
글자크기
삼성전자 (63,000원 ▼100 -0.16%)와 애플의 미국내 특허전쟁이 30일(현지시간) 특허 침해 본안소송 첫 심리가 시작되며 개막된 가운데 이번 소송이 구글과 애플간 대리전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세계 양대 스마트폰 제조업체의 소송이지만 이 소송은 미국 실리콘밸리의 두 회사 구글과 애플의 대리전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007년 아이폰을 처음 출시한 애플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공격해왔다.

WSJ는 이날 캘리포니아 연방 북부지방법원에서 시작된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침해 본안 소송이 구글의 모바일 운영체제(OS)인 안드로이드가 아이폰의 OS의 특징들을 불법적으로 베꼈다는 애플의 주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번 본안 소송에서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삼성전자의 갤럭시폰 등이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는 결정이 나면 삼성전자는 물론 다른 구글 안드로이드폰 제조업체들도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다.

반대로 애플이 패소하면 전세계 스마트폰 OS 1위인 안드로이드는 경쟁력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산타클라라 대학 로스쿨의 브라이언 러브 교수는 "이번 소송은 애플과 애플이 문제를 제기한 회사(삼성전자)와의 싸움이 아니라 애플 대 구글의 전쟁으로 느껴진다"고 말했다.


구글과 애플의 전쟁은 법원 밖 책과 음악, 지도 등 디지털 콘텐츠 분야를 둘러싸고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간 법정 싸움은 2년도 전부터 기원이 거슬러 올라간다. 애플은 2010년 3월에 안드로이드 파트너인 대만의 HTC에 소송을 제기했고 이어 2011년 4월에는 삼성전자에 소송을 제기했다. 세상을 떠난 애플의 공동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자신의 전기에서 안드로이드를 "도둑맞은 상품"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구글 임원들은 애플로부터 디자인들을 훔쳤다는 주장을 일축했다. 애플은 구글에 대해서는 소송을 제기하지 않았지만 대신 구글의 안드로이드를 채택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애플은 왜 이런 방식을 선택했는지에 대해선 이유를 밝힌 적이 없다.

이에 대해 특허권 전문 변호사들은 휴대폰과 태블릿PC를 만들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회사를 대상으로 금전적 손실을 주장하는 것이 법적으로 더 쉽다고 지적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사용권을 파트너 회사들에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구글의 주 수입원은 온라인 광고이다.



애플은 미국 연방법원보다도 결정을 빨리 내리는 경향이 있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도 애플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는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 소송을 제기할 가능성이 있다.

애플은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 앱과 관련한 현재 소송에서 3가지 특허권을 주장하고 있다. 안드로이드도 애플의 iOS 소프트웨어와 마찬가지로 소비자들이 터치스크린을 접촉해 기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고 앱을 제공하며 아이콘을 통해 정보들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애플은 삼성전자가 각 모서리가 둥근 직사각형의 디자인을 포함해 아이폰의 모습과 느낌을 모방했다고 주장하며 25억달러의 손해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를 일축하면서 오히려 애플이 휴대폰간 소통 방식과 휴대폰이 그림과 음악을 처리하는 방식 등과 관련한 삼성전자의 특허권을 침해했다고 반박하고 있다.

구글 직원들이 이번 본안 소송에서 증인으로 참석할 가능성은 낮지만 구글의 변호사들이 심리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구글의 변호사들은 애플이 소송을 제기한 스마트폰 제조업체들과 소송과 관련한 기업 내부 자료의 공개 여부 등에 대해서도 의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에서 구글도 언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구글에서 열렸던 2가지의 삼성전자 갤럭시 태블릿PC에 대한 디자인 회의를 언급한 삼성전자 직원의 이메일도 법원에 제출했다.



이 이메일에는 삼성전자의 기기들이 "애플과 너무 비슷하다"는 반응과 "눈에 띄게 다르게" 만들어야 한다는 언급이 포함돼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 홍보 책임자들은 이 이메일에 대해 언급하지 않고 있다.

IDC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시장의 시장점유율이 1분기 29%에서 2분기에는 32.6%로 높아진 반면 애플은 23%에서 16.9%로 낮아졌다. 따라서 이번 소송은 스마트폰 시장에 엄청난 파장을 일으킬만한 사건이다.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삼성전자 기기들은 이미 유행이 지난 것들이지만 이번 소송 결과는 전례를 만들어 삼성전자의 최신 제품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스마트폰 시장의 또 다른 특허전쟁은 모토롤라가 애플을 상대로 ITC에 제기한 소송이다. 이 소송에 대한 판결은 다음달에 내려진다. 모토롤라 모빌리티는 현재 구글에 인수된 상태다.

모토롤라는 애플이 무선 표준과 관련한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모토롤라가 주장하는 이 특허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주장에 변호할 때 이용하는 특허와 같은 종류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