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호의 체인지업]야구의 올림픽 암흑기 언제 끝날 것인가

머니투데이 장윤호 스타뉴스 대표 2012.07.28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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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는 2008년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한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 임성균 기자↑야구는 2008년 한국이 금메달을 차지한 베이징 올림픽을 끝으로 정식 종목에서 제외됐다. © 임성균 기자


야구의 올림픽 암흑기가 마침내 시작됐다. 우리 국민들에게 2008 베이징 올림픽 전승 금메달의 감격을 선사한 한국 야구의 투혼(鬪魂)을 27일 새벽 개막된 2012 런던 올림픽에서는 느껴 볼 수 없다.

대한민국이 베이징에서 금메달 13개, 은메달 10개, 동메달 8개로 세계 7위의 성적을 기록했을 때 야구는 당당하게 금메달 1개를 보태며 국민 스포츠로 더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프로야구가 올시즌 700만 관중을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에는 베이징 올림픽에 이어 2009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준우승이라는 쾌거가 존재한다.



지난 2005년 7월 열린 IOC 총회 투표에서 야구와 소프트볼이 2012년 런던 대회부터 올림픽 종목에서 제외됐다. 당시만 해도 요원하기만 해 실감도 나지 않았고 세계 야구계가 위기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는데 막상 런던 올림픽이 개막하니 심각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70억 세계인들의 올림픽 축제 기간 중 한국프로야구는 물론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가 어느 정도의 인기를 유지할 지 알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런던은 물론 2016년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까지도 야구를 볼 수 없다. 가장 빠르게 야구가 올림픽에 재진입 한다면 아직 개최 장소가 확정되지 않은 2020년 올림픽부터이다.



2020 올림픽에서 야구가 부활(復活)할 것인가의 여부는 사실상 내년 5월 IOC 집행 위원회에서 판가름 나게 된다. 이 때 야구를 포함한 8개의 후보 종목들 가운데 하나를 2020 올림픽 추가 종목으로 선정하고 9월7일부터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열리는 IOC 총회에서 최종 결정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5월의 집행위원회에서 야구가 추가 종목으로 추천되지 않으면 2020년 올림픽에서도 야구는 볼 수 없다. 세계 야구계는 사실상 내년에 실패하면 야구의 올림픽 복귀는 영원히 불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총력을 다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 7월14일 대만 타이페이에서 열린 국제야구연맹(IBAF) 집행위원회에서 야구의 올림픽 재진입을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들이 있었다.
↑국제야구연맹과 국제소프트볼연맹이 IOC가 요구한 마감 시한인 7월20일 IOC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 보낸 공식 서한이다. 이로써 야구와 소프트볼의 공생 관계가 시작됐다.↑국제야구연맹과 국제소프트볼연맹이 IOC가 요구한 마감 시한인 7월20일 IOC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 보낸 공식 서한이다. 이로써 야구와 소프트볼의 공생 관계가 시작됐다.
그리고 가장 어려운 고비를 넘겼다. IOC는 올림픽에서 탈락된 야구와 소프트볼을 관장하는 국제야구연맹과 국제소프트볼연맹(ISF)에 7월20일까지 올림픽 추가 종목 신청을 양기구가 통합해서 내던가, 아니면 각자 제출하라고 최종 통보했다.


그런데 그 동안 남자 야구, 여자 소프트볼이라는 형태로 단일 세부 종목을 만들고 하나의 기구로 올림픽에 재진입하자는 전략에 긍정적으로 움직였던 국제소프트볼연맹이 차일피일 결정을 미뤄 막판까지 몰리게 됐다.

야구는 소프트볼과의 연대에 실패하면 메이저리그 최고의 선수들을 출전 시키겠다는 것으로 배수의 진을 칠 수 밖에 없었는데 마감 시한을 하루 앞둔 7월19일 극적으로 소프트볼의 합류가 결정 났다.

그리고 7월20일 국제야구연맹 리카르도 프라카리 회장과 소프트볼연맹 돈 포터 회장 명의로 IOC 자크 로게 위원장에게 ‘조인트 비드(joint bid)’한다는 공문을 보냈다.

만일 소프트볼과의 연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여자야구가 아직 세계 수준으로 올라오지 않은 상태에서 야구는 남녀 평등이라는 올림픽 정신을 구현할 수 없어 올림픽 재진입이 힘들어질 상황이었다.

어렵게 1차 고비를 넘긴 야구는 야구(남자)와 소프트볼(여자)이라는 2개의 세부 종목을 가진 통합기구 안을 금년 12월 열리는 IOC 프로그램 위원회에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5월 다른 후보 종목들과 최종 1개 추가 종목 선정을 위한 경쟁을 펼치게 된다.

현재로서는 야구의 올림픽 종목 재진입 가능성을 엿보기가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관건이 메이저리그(MLB)가 어떤 의지를 가지고 있느냐 이다. IOC는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이 올림픽에서 경합하는 것을 원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 메이저리그도 올림픽 기간 중 리그를 중단하고 올림픽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익에서 엄청난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을 메이저리그 30개 구단이 감수하려 하지 않을 것이 분명하다.

국제야구연맹도 올림픽에서 탈락하면서 IOC의 지원금이 끊겨 파산할 위기에 몰렸고 결국 MLB의 재정적 지원을 받고 있다. MLB는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을 키워보려 하고 있으나 최근 일본 선수협이 불참을 결의했다.

희망적인 부분도 있다. 2020 올림픽이 일본에서 열리게 되면 야구는 유리해진다. 일본은 도쿄에 올림픽을 유치해 지진의 재앙이 준 상처를 치유하려 하고 있다. 네덜란드 등 유럽 국가들의 야구가 급성장하고 있는 것도 강점이며 오는 8월30일 서울에서 개막되는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가 성공적으로 개최되면 IOC가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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