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KTX 경쟁체제 '갈팡질팡'…"다시 강행"

머니투데이 김정태 송학주 기자 2012.07.24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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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토부, 연내 사업제안서 발송해 내년 초나 차기정부 초기 선정

정부가 KTX(고속철도) 경쟁체제 도입 여부를 두고 갈팡질팡하고 있다. 정부 고위직이 수서발 KTX 사업자 선정 작업을 사실상 보류한다고 밝혔다가 며칠 뒤 다시 강행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오락가락하고 있는 것이다.

구본환 국토해양부 철도정책관은 26일 과천청사 기자실에서 "KTX 경쟁체제 도입을 계속 추진한다"면서 "연내 RFP(사업제안서)를 해당 기업들에게 발송하고 내년 초나 차기 정부가 들어선 시점에서 사업자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18일 김한영 교통정책실장이 KTX 경쟁체제 도입을 보류하겠다고 밝힌 것을 뒤집는 발언이다. 당시 김 실장은 "KTX 경쟁체제 도입을 하고 싶어도 행정부로선 더 이상 추진할 방법이 없다"며 "새로운 논의가 시작되면 몰라도 현 상황에서는 추진이 안된다"고 말했었다.

구 철도정책관은 이에 대해 "KTX경쟁체제 도입을 백지화하거나 유보하는 발언하는 아니었다"며 "다만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정치권이 이 문제로 이슈화되는 것을 꺼리면서 정부가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있음을 토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는 정부가 KTX 경쟁체제를 반드시 도입해야 하는 3가지 이유를 들었다. 첫째, 코레일의 KTX 독점체제로는 한국철도시설공단이 건설 중인 수도권·호남고속철도사업의 부채를 해결하기 어렵다는 것. 수도권·호남고속철도사업에는 2014년 말 완공까지 14조5000억원이 투입되는데 이중 철도시설공단이 7조원 이상을 부담해야 한다.

KTX 경쟁도입이 지연될 경우 수도권과 호남 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공단의 재원조달(채권발행)과 운영준비도 어렵게 돼 고속철도 건설에도 차질이 예상되기 때문에 이를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고속철도 건설부채는 2004년 5조6000억원에서 2011년 14조원으로 늘었고 2020년에는 30조원으로 예상된다.

구 정책관은 "코레일로부터 받는 KTX선로 이용료가 2000억원이지만 이중 절반은 유지보수비로 1000억원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철도시설공단은 고속철도건설의 재원 마련을 위해 발행한 채권 때문에 이자만 한달에 5000억원을 내고 적자가 쌓이고 있는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KTX 경쟁체제를 도입하게 되면 철도시설공단이 누적적자로 인해 부실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둘째, KTX경쟁체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수도권·호남고속철도가 완공되는 시기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구 정책관은 "2014년 말 완공에 맞춰 KTX가 경쟁체제로 운영되려면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면서 "코레일이 KTX를 운행하는데 27개월이 걸린만큼 최소한 차기정부 들어서기 전 까지는 사업자 선정을 마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섯째, 코레일의 방만한 경영 행태를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다는 점이다. 그는 "코레일은 방만 경영으로 매년 1조~1조2000억원의 적자를 내고 있는 고질적인 부실기업"이라며 "이는 공기업이 파산되지 않는다는 독점체제의 폐해를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구 정책관은 "정부가 굳이 KTX경쟁체제 도입 사업제안서를 제시하지 않아도 되지만 사회적 관심이 높은 만큼 공정하고 투명하게 선정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겠다는 것"이라며 "정치적 문제가 아닌 정책적 책임으로 봐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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