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야후, '미모의 구글女' CEO로 파격 영입

머니투데이 홍혜영 기자 2012.07.17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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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37세 마리사 메이어 구글 부사장 CEO 선임…파격 인사로 경영난 타개할까

'위기의 야후'가 구원투수를 영입했다. 경쟁사인 구글의 30대 여성 부사장이 그 주인공이다. 업계에선 파격 그 자체로 받아들이고 있다.

야후는 16일(현지시간) 뉴욕 증시 장 마감 후 마리사 메리어(Marissa Mayer) 구글 부사장(37·사진)을 새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마리사 메리어(Marissa Mayer) 야후 신임 CEO마리사 메리어(Marissa Mayer) 야후 신임 CEO


◇ 야후 새 선장은 30대 미모의 구글女 =올해 37세인 메이어는 구글에 13년 간 몸 담아 온 업계 베테랑이다. 구글의 20번째로 입사한 직원이자 첫 여성 직원인 '구글 우먼'이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였던 그 역시 구글이 첫 직장으로 구글에서 검색 홈페이지와 G메일, 구글뉴스, 구글이미지 등 책임지는 팀들을 이끌어왔다. 모두 구글의 '히트 상품'들이다. 최근에는 구글맵을 포함한 위치 서비스 사업을 주도했다.



메이어 신임 CEO는 성명에서 "전 세계 7억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인터넷 업계 1등 업체인 야후를 이끌게 돼 영광이고 기쁘다"며 "회사의 헌신적인 직원들과 함께 혁신적인 상품과 콘텐츠, 개인 맞춤형 경험을 전 세계 사용자와 광고주들에게 제공하게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메이어는 이날 오후 구글에 전화로 사임을 표명했다. 17일부터는 야후에 출근해 이사회 회의에 참석한다.

◇ 실리콘밸리 역사상 파격 인사 이유는… =메이어는 종종 정보통신기술(IT) 컨퍼런스나 업계 잡지에 모습을 드러내 왔다. 지적인 외모 덕분에 샌프란시스코 포시즌에 있는 그의 펜트하우스나 컵케이크를 좋아하는 취향 등 그의 사생활이 관심을 받기도 했다.


구글 내부에서는 가장 촉망 받고 영향력 있는 임원으로 꼽혔다. 그럼에도 그가 구글 외의 활동을 거의 한 적이 없고 외부에 비교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인물이기 때문에 업계는 이번 CEO 선임을 파격 인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부 언론에서 '깜짝 쿠데타'라고 표현할 정도다.

↑ 16일 오후에 올라온 마리사 메이어의 트위터 글. "내일부터 야후에서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된다"고 밝혔다. ↑ 16일 오후에 올라온 마리사 메이어의 트위터 글. "내일부터 야후에서 새로운 역할을 시작하게 된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된다"고 밝혔다.
사실 메이어는 지난 4월 월마트의 사외이사직을 맡는 등 최근 몇 달 간 구글 밖에서 살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지난 2010년 말 부사장으로 임명됐지만 구글이 지난해 제프 휴버를 수석 부사장으로 앉히면서 입지가 애매해졌기 때문이다. 회사 안팎에서도 메이어가 이 같은 인사에 만족할 것인지 의문을 품어왔다.

그러던 중 지난 달 중순 그가 중국 여행에서 돌아온 뒤 야후에서 CEO직을 제안해왔다. 그 때까지만 해도 야후 내부에서 새 CEO가 선임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메이어는 한 인터뷰에서 "구글에서 놀라운 시간을 보내긴 했지만 (야후 CEO직을 수락한 것은)궁극적으로 합리적이고 쉬운 결정이었다"면서 "야후는 최고의 인터넷 브랜드 중 하나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 야후 CEO, 수난의 역사= 이로써 메이어는 야후의 공동 설립자인 제리 양 이후 야후의 네 번째 정식 CEO가 됐다.

제리 양은 지난 2009년 캐롤 바츠에게 CEO 자리를 물려준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이사회 이사직도 사임했다.

제리 양은 지난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MS)의 주당 33달러 인수 제의를 거절하고 경영난으로 회사 안팎의 질책을 받았다. MS의 인수 제의 이후 야후의 주가는 30달러를 넘은 적이 없었으며 2008년 하반기부터는 20달러대도 넘지 못했다.

위기의 야후, '미모의 구글女' CEO로 파격 영입
후임인 캐롤 바츠 전 CEO 역시 지난 해 9월 경영상 책임을 이유로 경질됐다. 바츠는 2009년 1월 선임돼 비용 감축을 단행하고 MS와 제휴를 맺는 등 경영 개선에 나섰지만 결과는 초라했다.

야후의 매출은 바츠 선임 전인 2008년 말에는 72억 달러였지만 2년 뒤인 2010년 63억 달러로 오히려 줄어들었다.

그 뒤 임시 CEO를 맡은 팀 모스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이어 올해 1월 임명된 스콧 톰슨 전 CEO는 불과 넉 달 만에 물러났다.

야후의 2대 주주인 헤지펀드 써드포인트의 대니얼 로엡이 그의 '학력 위조' 의혹을 끈질기게 제기했기 때문이다. 로엡은 야후의 대표적인 '행동주의 주주'로 올해 야후 이사회 멤버가 됐다. 메이어가 그와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도 관전 포인트다.

일부에선 톰슨의 사퇴 후 임시 CEO직을 맡아 온 로스 레빈슨이 신임 CEO로 선출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메이어가 최종 낙점됐다.

메이어는 메그 위트먼 휴렛-패커드(HP) CEO, 버지니아 로메티 IBM CEO와 함께 실리콘 밸리에서 가장 높은 자리에 오른 여성이 됐다. 이 밖에 페이스북에는 셰릴 샌드버그 최고운영책임자(COO)가 있다.

◇ 주가 41% 폭락한 야후, 재기할까 =업계에서는 온라인 광고 수입 감소와 리더십 부재로 어려움을 겪어 온 야후를 메이어가 어떻게 추스를지 주목하고 있다.

야후는 경쟁사인 구글, 페이스북에 치여 몇 년 간 고전을 겪으면서 지난 5년 간 주가가 41% 이상 떨어졌다.

메이어는 우선 야후의 이메일 서비스와 금융, 스포츠 프랜차이즈를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또 영상과 모바일 사업도 성장 동력으로 키워야 할 부문 중 하나다.

다만 그가 당장 야후를 구글의 직접적인 경쟁자로 만들려고 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후는 이미 지난 2009년 검색엔진 부문을 포기하고 MS와 손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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