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시각]버냉키 의장의 '희망고문'

머니투데이 뉴욕=권성희 특파원 2012.07.17 0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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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증시가 16일(현지시간) 다음날부터 2일간 이어지는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의회 증언을 앞두고 약세로 마감했다.

이날 하락에 INF 투자관리의 수석 시장 전략가인 더그 코트는 "지난주 금요일(13일) 급등세 이후 한숨 돌린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 JP모간의 어닝 호재로 다우지수가 200포인트 이상 오르는 등 급등한 여파로 이날 증시가 잠시 쉬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증시가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의 6월 소매판매가 증가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감소하고 원자바오 중국 총리가 지난주말 중국의 경제적 어려움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와 내년 글로벌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것과 더불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투자자들의 마음을 짓누르며 매수를 막고 있는 셈이다.



미국의 6월 소매판매는 0.5% 감소해 3개월째 줄었다. 포트 피트 캐피탈 그룹의 수석 주식 애널리스트인 킴 포레스트는 "6월 소매판매는 끔찍하다"며 "특히 휘발유 가격이 떨어졌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들이 자동차 휘발유에 더 많은 돈을 쓰지 않게 됐는데도 다른 곳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사실은 실망스러운 것"이라고 지적했다.

퀀터터티브 어낼리시스 서비스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켄 타워는 "유로존 위기에 대한 단호한 해법의 결핍과 미국 경제 성장세에 대한 의심 사이에서 영향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시장이 개선되려면 달러 강세가 멈춰야 한다"며 때로는 달러 강세가 긍정적이지만 최근의 달러 강세는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안전한 자산에 돈을 묻어두려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날은 달러가 약세를 보였음에도 주식시장이 하락했다. 반면 달러와 같은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는 미국 국채는 강세를 이어가며 10년물 국채수익률이 사상최저치 부근인 1.45%로 떨어졌다.

이는 다음날부터 시작되는 이틀간의 버냉키 의장 의회 증언 영향으로 해석된다. 최근의 경제지표 약화를 감안할 때 버냉키 의장이 추가 부양책을 시사할 것이란 기대감이 높은 가운데 QE3는 같은 안전자산인 달러와 국채에 다른 영향을 미친다.

달러는 3차 양적완화(QE3)가 시행되면 유동성이 늘어나 가치가 훼손되지만 국채는 QE3로 연방준비기구(연준)의 매수 대상이 되기 때문에 오히려 수혜를 입는다.

그렇다면 버냉키 의장은 17일에 과연 무슨 말을 할까. 페더레이티드 인베스터스의 포트폴리오 매니저인 로렌스 크리추라는 "투자자들이 버냉키가 추가 QE를 고려하고 있다는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버냉키 의장은 부드럽게 말하면서 압력을 가하는 일을 매우 탁월하게 해왔으며 이는 그에게 매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며 "그가 (QE3를) 시행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이 투자자들에게 계속 희망을 갖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은 이제 권총에 오로지 총알이 하나밖에 남지 않았고 QE가 반복될수록 효과도 떨어지고 있다"며 "따라서 말로 똑같은 효과를 얻는 것이 가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버냉키 의장이 실제 QE3는 시행하지 않으면서 말로는 QE3를 추진할 것처럼 계속 투자자들에게 희망을 주며 증시를 떠받칠 것이란 관측이다. 하지만 이같은 실행이 뒤따르지 않는 희망적인 발언은 조만간 투자자들에게 '희망고문'으로 바뀔 수 있다.

어떤 형식으로든 버냉키 의장이 QE3를 시사할 것이란 크리추라의 전망과 달리 아모드 울프의 최고투자책임자(CIO)인 존 브리니졸프손은 "시장이 버냉키 의장의 17일 발언을 이미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나는 아무 것도 기대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QE3가 추진돼도 오는 11월 대선 직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버냉키 의장이 미국 잭슨홀에서 열리는 오는 8월 전세계 중앙은행장 모임에서 QE3를 발표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2분기 어닝시즌이 계속되고 있고 이날은 씨티그룹이 실적을 발표했지만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았다. 2분기 어닝 자체는 실망스럽지만 기대가 크게 낮아져 예상치 상회는 어렵지 않아 보인다. 씨티그룹은 순익이 예상치를 웃돈 반면 매출액은 예상치를 밑돌았다. 그러나 주가는 0.6%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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