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새 2억→11억 아파트 지금... "어떡해"

머니투데이 최윤아 기자 2012.07.14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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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後]은마아파트 환희와 절망 교차한 '10년'

편집자주 우리나라 주택시장에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는 '보통명사'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를 대표함과 동시에 학군과 상권, 미래가치까지 3박자를 두루 갖춘 아파트를 상징한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이 보통명사의 뜻은 조금 바뀌었다. 이제는 시세가 가파르게 하락한 '거품빠진 아파트'의 대표격으로 읽힌다. 은마아파트의 화려했던 어제와 침울한 오늘, 안갯속 내일을 '부동산 후'에서 살펴본다.

 #2003년 6월. 은마아파트 조합원은 한껏 기대에 부풀어 있었다. 삼성물산과 GS건설 컨소시엄, 이른바 '드림사업단'을 시공사로 선정하고 재건축사업의 첫걸음을 뗐기 때문이다. 당시 드림사업단이 제시한 일정은 2004년 사업계획승인을 받아 2005년 착공, 2008년 입주하는 것.

 조합원은 강남구 대치동에 대단지 브랜드 아파트로 재건축되면 당시 시세였던 2억원대보다 최소 몇 배는 가격이 뛸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이 꿈은 이로부터 10년 뒤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은마아파트는 대치동 316에 위치한 4424가구 규모 대단지다. 1979년에 입주했으니 올해로 34년 됐다. 전용면적 77㎡와 84㎡ 등 두 주택형으로 구성됐으며 2002년 안전진단을 신청하면서 본격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했다.

 하지만 안전진단 통과에 세 번이나 실패하고 2006년 3월에는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 기본계획'에서 기준용적률이 조합 측 예상치인 250%보다 낮은 210%로 확정되면서 사업 추진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이후 2010년 4수 끝에 안전진단을 통과하면서 재건축 추진에 탄력이 붙었지만 이후로도 재건축 방식(1대1, 2대4대4) 등을 확정하지 못하면서 사업은 아직도 답보 상태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5월30일 내려진 추진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으로 사업 추진은 더뎌지고 있다.

 ◇2006년 13억2000만원까지 찍었지만…지금은 '반토막'
 사업 추진이 지연되면서 가격도 큰폭의 등락을 거듭했다.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재건축사업을 처음 추진하던 2002년 전용 77㎡ 기준 2억1000만∼2억4000만원이던 이 아파트 시세는 이후 2006년 말 10억9000만원까지 상승했다.

 재건축 추진 4년여 만에 5배가 오를 정도로 초고속 상승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후 2007년부터 주춤하던 매매값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완전히 꺾였다. 현 시세는 전용 77㎡ 기준 7억9000만∼8억1000만원, 전용 85㎡ 9억1000만원 수준에 형성됐다.


 고점에 비해 최고 4억원, 40%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다만 분기별 거래량은 시세와 반대로 증가했다. 2006년부터 현재까지 거래가 가장 활발했던 시기는 금융위기 이후 가격이 급격히 떨어진 2009년 초반이다. 이후로는 월 평균 40∼60건 정도 거래되고 있다.

 ◇은마아파트 사업 추진 걸림돌은
 은마아파트 사업 추진의 발목을 잡는 가장 큰 걸림돌은 재건축 방식이다. 1대1 방식은 재건축 후 주택크기가 이전과 큰 차이가 없어 조합원이 선호하지 않고 2대4대4 방식은 임대주택이 늘어나 단지가치가 하락한다는 점에서 불만이 크다. 두 방식 모두 이같은 한계를 지니고 있어 조합원의 의견이 하나로 좁혀지지 않는 상황이다.

 단지내 폭 15m의 도로도 걸림돌로 작용한다. 단지를 가로지르는 도로가 전체 사업부지 24만3677㎡ 중 6600㎡를 차지하는 데다 건물 높이에 '사선제한'을 받아 아파트 층수를 높이는 데 한계가 있어서다.

 주택시장 분위기가 좋다면 이런 제약에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겠지만 현재는 시장도 침체된 상황이어서 극복이 어렵다는 게 이 일대 중개업계의 설명이다.

 ◇은마아파트의 미래는 장밋빛? 회색빛?
 현지 부동산 중개업소와 전문가들은 은마아파트가 관리처분 및 이주까지 최소 5년, 최대 10년 더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주택시장의 침체로 사업성을 담보할 수 없는 데다 조합원간 의견 충돌도 상당해 빠른 시일 내 결론을 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A부동산 중개업소 관계자는 "은마아파트 조합원의 65%는 이곳에 살지 않는 외지인이라 사업 추진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편"이라며 "지난달에는 추진위원장이 직무정지 가처분을 받아 내년까지 사업 추진이 올스톱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사업성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주택경기 침체로 일반 분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어 조합원의 추가 부담금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조합원의 반발로 분양이 더 미뤄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인근 청실아파트도 이주를 마치고 분양가 문제로 사업이 늦어지고 있지 않냐"며 "은마아파트는 현재 용적률과 재건축 방식조차 확정되지 않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말했다.

 2006년 기준 용적률 210%를 확정받은 이 아파트는 각종 인센티브를 더해 총 250%의 용적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부채납 등이 필수지만 이 경우 사업성이 떨어지는 것은 필연적이다. 하지만 일단 사업이 진행되기만 하면 강남 일대 최고급 신규단지가 되는 만큼 투자금 회수는 물론 시세차익까지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C중개업소 관계자는 "단지 규모가 큰 데다 신규 입주한다는 프리미엄도 있어 분양하기만 하면 인근 '반포래미안퍼스티지'만큼 가치를 지닐 것"이라며 "'반포래미안퍼스티지' 전용 116㎡는 18억원에 시세가 형성된 만큼 은마 85㎡ 시세인 9억원에 추가부담금 4억3000만원(자료 J&K부동산컨설팅)을 합해도 이보다 4억6000만원가량 저렴해 투자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김광석 리얼투데이 실장은 "재건축사업은 투자성이 뒷받침돼야 사업 추진에 가속도가 붙는데 현재 주택시장의 침체로 투자 수익성이 약해진 점이 가장 큰 문제"라며 "이 단지는 조합원도 많아 의견 수렴이 어렵다는 점을 투자에 참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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