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롯데회장, 비상경영선포 "경제상황 극도로 불안"

머니투데이 반준환 기자 2012.06.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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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그룹 사장단 회의에서 원가절감, 투자재검토 지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8일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할 것을 주문했다. 글로벌 경기 뿐 아니라 내수시장 침체조짐도 심상치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롯데쇼핑 등 계열사들은 원가절감을 비롯해 강도 높은 컨텐전시 플랜을 마련할 예정이다.

롯데그룹은 이날 신 회장이 롯데백화점 평촌점 문화홀에서 열린 그룹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어려운 경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전 계열사가 '비상경영체제'를 준비해 달라"는 주문을 했다고 밝혔다.



사장단회의에는 롯데그룹 국내외 48개 계열사 대표이사와 롯데정책본부 임원 등 60여명이 참석했다. 회의에서는 하반기 경제전망, 주요 사업의 진행경과보고, 계열사 사례 발표 등이 있었다.

이날 회의를 주재한 신 회장은 "지난 몇 년간 국내외의 대형 인수합병(M&A)을 바탕으로 빠른 속도로 성장해 왔다"고 평가한 뒤 "그러나 지금은 극도로 불안정한 경제상황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런 불확실한 시대에 앞만 보고 달려가는 것은 너무나 위험한 도박"이라며 "하반기에는 어떤 상황이 우리에게 닥칠지 예상할 수 없는 만큼 방심하지 말고 워스트 케이스에서 모든 것을 대비해 달라"고 강조했다.

신 회장은 계열사 대표이사들에게 즉시 비상경영 시스템을 구성하고 구체적인 액션 플랜을 수립하라고 지시했다.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원가와 비용절감계획을 만들어 달라는 주문도 이어졌다.

신 회장은 투자와 관련해서도 "만에 하나 잘못된 결정으로 판단될 경우 언제든지 빠져나올 수 있는 출구전략(Exit Plan)도 함께 준비하라"고 했다.


주요 프로젝트 투자시 정확한 평가와 단계별 계획을 철저히 세우되, 여건이 악화될 경우 투자를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방안도 마련하라는 얘기다. 롯데그룹이 최근 하이마트 인수를 보수적으로 접근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해석된다.

해외사업에 있어 모기업 책임경영과 현지화 조기정착으로 안정화 기반을 조성해 달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해외에 진출한 식품사는 적극적으로 리딩상품을 육성하고, 유통사는 상품 구색과 통합 매입 비중을 대폭 개선해 달라는 주문도 있었다. 석유화학 부문은 공장 가동률과 생산효율을 올릴 것을 지시했다.

신 회장은 각 사 대표이사들에게 "상황이 어렵더라도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며 "언제나 고객만족에 책임을 다하면서 협력사와 윈-윈 하는 방안들을 마련하고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전개해 달라"고 요청했다.

신 회장은 끝으로 "지금은 더 멀리 도약하기 위해 불확실성이 제거될 때까지 내실경영을 통한 체질 강화에 들어가는 단계로 생각해 달라"며 "비상경영체제를 통해 도약을 위한 발판을 만들자"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롯데그룹은 당분간 M&A는 물론 설비확충 등 신규투자에 신중한 자세를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신 회장의 지시에 따라 조만간 계열사별 비상전략 수립에 착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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