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돈 벌게 해주는 건 누구?

머니투데이 이경숙 유보라 이로운닷넷 에디터 2012.06.23 10:05
글자크기

[생활 속 윤리 사전]<6>기업가 윤리와 사회적기업가

"사회구조를 바꾸는 건 이삼년이 아니라 수 십 년,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그들(사회적기업가들)이 지치지 않고 열정을 유지하는 것이다."

1982년 ‘아쇼카'를 창립한 빌 드레이튼의 말이다. 아쇼카를 통해 3000여 명의 사회적 기업가를 키워낸 그는 사회적 기업가를 '꿈을 가진 행동가'로 정의한다.



사회적 기업가는 경영 행위를 통해 사회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사람을 뜻한다. 빈곤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생활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 폐기물을 활용해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전화하는 것 등 사회적 기업가는 다양한 영역에서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사회 문제는 뒤집어보면 일정 정도 기업들이 만들어낸 것이다. 기업들이 수익의 최대화를 위해 기계와 시스템을 개선하면 고용은 줄어든다. 자원의 집중과 효율화를 위해 대도시로 모여들면 지역경제는 쪼그라든다. 폐기물을 모른 체 하고 비용을 외부화하면 환경문제가 생긴다.



기업은 자사가 번 돈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아야 한다. 윤리ㆍ준법경영인학회(ECOA)의 키이스 다시(Keith T. Darcy) 사무총장은 한 인터뷰에서 "회사를 승인해주고 돈을 벌게 해주는 건 바로 국가와 사회"라고 말했다. 따라서 기업은 국가와 사회에 대한 의무를 당연히 갖게 된다. 규제와 법을 존중하고 지키는 건 기본이다.

최근에 기업가들은 여기에 더해 단순한 준법을 넘어서는 의무이행에 헌신하도록 요구 받고 있다. 다시 총장은 "기업이 계속적으로 자유로운 경영환경을 누리고 싶다면, 자기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도 SR(Social Responsibility)에서 SA(Social Accountability)로 진화해야 한다. SR는 기업의 사회에 대한 단순한 '반응' 정도였다면 SA는 제대로 수행하지 않으면 문제가 되는 '진짜 책임'을 뜻한다.

그런 면에서 사회적 기업가들은 영리만 추구하는 기업가들한테 기업이 지켜야 할 '진짜 책임'이 뭔지 알리는 나침반의 역할을 한다. 기업이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해야 할 일을 보여준다. 설사 사회적기업 자체가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하더라도, 사회적기업의 활동을 통해 우리 사회에 필요한 기업활동이 뭔지 알린다.


영리기업은 사회적인 기업 활동이 만든 기반에서 새로운 시장을 찾는 데에 성공하기도 한다. 한 예가 친환경 먹거리 시장이다. 친환경 농업 운동과 소비자협동조합 운동이 꾸준히 다져온 기반에서 대기업들은 친환경 소비자들을 얻고 있다.

그러나 아직 대부분의 시장에선 이윤을 최우선 목표로 전력을 다해도 성공하기가 어렵다. 이 속에서 기업가들이 '진짜 책임'을 이행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길을 선택할 수 있을까? 치열한 시장 경쟁과 탐욕의 트로피에 길든 대개의 기업가들에겐 '법과 윤리를 지켜야 한다'는 기본적 요구조차 여전히 이상주의자들의 잔소리로 들릴 것이다.

그럼에도 법과 윤리를 지키는 기업은 살아남아야 한다. 다른 기업의 나침반이 되어주어야 한다. 사회 책임성이 높은 기업을 키워내는 건 우리 사회가 지속되기 위해, 우리의 미래를 위해 품어야 할 꿈이다. 빌 드레이튼이 사회적 기업가를 '꿈을 가진 행동가'라고 표현한 이유가 여기 있지 않을까.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