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수도권 아파트값은 대체적으로 박스권에서 등락을 거듭하며 거품이 서서히 빠지는 양상이었다. 하지만 최근 단기간에 아파트값은 박스권을 하향 이탈하면서 속절없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버블세븐 대형아파트값이 올 들어 많게는 2억원 이나 빠졌다.
지난해부터 최근까지 나온 부동산 대책은 총 7차례다. 이들 대책은 어찌 보면 주택 활성화 대책보다는 전체 주택의 59%인 아파트 활성화 대책에 가깝다. 아파트 경기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사실 요즘 시장을 둘러보면 아파트만 인기가 없지 도시형 생활주택이나 오피스텔 같은 임대 소득형 주택상품은 각광을 받고 있다. 아파트는 본질적으로 자본이득형 투자 상품이다. 임대소득은 정기예금 금리에도 못 미친다.
하지만 시세차익을 노리고 사고파는 대상인 자산(Asset)이라면 얘기는 달라진다. 만약 집값이 더 떨어질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면 손실회피(Loss Aversion)심리로 굳이 나서서 집을 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가격 상승 기대심리 상실에 따른 아파트 무관심 족 증가로 나타난다.
더욱이 급변하는 인구구조도 아파트시장을 위협하고 있다. 50대 베이비부머들이 본격적으로 은퇴를 시작하면서 자본이득형 아파트보다는 임대소득형 주택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이러다보니 아파트는 수요자의 기대에 미달하는 상품이 되어버렸고 수요층도 매우 얇아졌다. 이 같은 아파트 수요의 구조적 변화가 대책의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결정적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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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권력집단(파워엘리트)의 남하도 중요한 문제다. 최근 들어서는 세종시나 혁신도시로 공무원이나 공기업 임직원들이 수도권을 떠나면서 시장 침체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과거의 수도권 아파트 시장은 만성적인 수요초과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도권 아파트시장은 일시적인 수요공백이 발생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런 추세라면 수도권 아파트시장의 경우 좀 더 바닥을 다지는 형태가 될 것이다. 단기적으로 가격이 급락해서 추가적으로 급락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일본 방식의 버블붕괴 가능성은 낮다. 세계유일의 전세제도가 있는데다 DTI 안전망, 상대적으로 낮은 주택보급률 등을 감안해볼 때 그렇다는 얘기다.
하지만 체력이 바닥나 곧바로 회복세로 접어들기는 힘들다. 아파트 한 채가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베이비부머에게 미안한 얘기지만, 좀 더 고통스러운 에너지 비축작업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 본 기사는 <머니위크>(www.moneyweek.co.kr) 제236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