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역시 여·야의 마찰로 파행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14대 국회의 '불명예'를 재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1992년과 올해 모두 총선과 대선이 겹친 해라는 공통점 때문이다.
14대 국회 당시 원 구성 협상 쟁점은 같은 해 예정됐던 민선지방자치단체장선거 시기 문제였다. 여당이었던 민자당은 한 해에 총선과 지방선거, 대선까지 치르면 "인플레와 기강문란으로 선거망국을 자초할 것"이라며 지방선거를 연기하자고 주장했지만 야당은 예정대로 치르자고 맞섰다.
이밖에 1992년의 정치·사회적 환경 역시 올해와 묘하게 닮았다. 당시 MBC는 52일간 총파업을 벌였다. 공권력 투입 끝에 이완기 위원장 직무대행과 손석희 아나운서 등이 구속됐지만, 비판 여론이 비등해지면서 최창봉 사장이 퇴진했다. 올해 민주통합당은 100일을 훌쩍 넘긴 MBC 파업문제 해결을 목표로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장 확보를 원 구성 협상의 조건으로 내걸었다.
최근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종북' 논란 역시 20년 전에도 등장했다. 14대 총선을 사흘 앞두고 국가안전기획부 직원이 당시 야당인 민주당 소속으로 서울 강남에 출마한 홍사덕 후보를 비방하는 흑색선전 유인물을 살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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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 쟁점 역시 변치 않는 '화석'처럼 비슷하다. 상임위원장 배분과 민간인 불법사찰, 방송사 파업 국정조사 및 특검 문제, 일부 '종북' 논란 의원들의 제명 문제가 쟁점이 됐고 여·야가 좀처럼 접점을 못 찾고 있다.
19일도 여·야는 원 구성 협상 지연을 두고 '네 탓' 공방만 이어갔다. 김기현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어제까지 원내수석부대표 회동이 7번 있었지만 야당 쪽에서 만남을 제안한 것은 단 한 번뿐이고, 내가 연락하고 찾아가야 한다"며 책임을 야당에 떠넘겼다.
반면 박기춘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새누리당의 협상 태도를 보면 가이드라인을 정해놓고 전혀 후퇴하지 않고 있다. '명박산성'이냐, '근혜산성'이냐"라고 비판하며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수첩에 의존하는 식물 국회는 안 된다"고 맞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