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가난, 대물림을 막아주세요"

머니투데이 이경숙 기자 2012.06.1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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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 토요일]<1>아름다운가게 '희망 만들기' 프로젝트

↑아름다운가게 '희망 만들기' 후원을 받은 대전의 한 지역아동센터. ⓒ아름다운가게↑아름다운가게 '희망 만들기' 후원을 받은 대전의 한 지역아동센터. ⓒ아름다운가게


교실이 시끄러워졌다 하면, 그 가운데에 동해(가명, 10)가 있었다. 동해는 공부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면서 경쟁심은 강했다. 별다른 이유 없이 다른 아이들을 공격했다.

희수(가명, 10)는 과시욕이 남달랐다. 상상하는 자신의 모습과 현실 속 자신의 모습을 구별하지 못하곤 했다. 소유욕도 강했다. 좋은 걸 보면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어 발을 동동 굴렀다.



서울의 한 복지관은 두 아이에게 미술심리치료를 진행했다. 동해는 미술시간을 즐겼다. 생동감 넘치는 '작품'을 그려냈다. 점점 집중력도 높아졌다. 희수는 탈 만들기를 좋아했다. 자신의 갈등을 탈에서 은유적으로 드러냈다. 점차 남 앞에서 자신을 낮추어 인정받는 법도 터득하게 됐다.

◇게임·폭력 앞에 방치되는 아이들=밥은 아이를 배부르게 한다. 책은 아이의 지성을 키운다. 아이들의 마음을 건강하게 만드는 것은 뭘까. 송기호 아름다운가게 나눔사업 팀장은 "가족의 사랑, 교사의 관심, 친구 관계, 아이들에게 책임감 있는 사회"라고 말했다. 이 모든 것이 존재할 때 아이는 건강하게 큰다.



송 팀장은 "빈곤가정의 아동은 경제적 결핍에서 오는 물질적 부족과 함께 정서적 부족을 동시에 겪을 위험이 높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빈곤가정은 편부모이거나 조손가정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모 모두 온종일 생업에 매달려 있어 아이가 방과 후에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 없다. 관심과 사랑을 받을 기회가 적은 아이는 게임, 폭력 등 정서 발달에 안 좋은 환경에 그대로 노출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4일 발표한 ‘저소득층 아동의 범죄실태 및 보호방안’ 보고서는 친구나 선후배로부터의 괴롭힘에 따른 부상 정도를 설문 조사한 결과 ‘상처가 났다’고 밝힌 저소득층 학생이 28.2%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반면, 일반 학생은 14.3%에 그쳤다. 연구원은 저소득층 가정 자녀일수록 부모의 보호가 취약하고 성적도 낮아 친구들로부터 무시당하다 보니 친구 사이에 애착도도 낮았다고 분석했다. 이 때문에 가해학생들도 저소득층 학생을 대한 폭력 수위를 더욱 높이게 된다는 것이다.

게임에 중독될 위험도 저소득층 아이들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0 인터넷 중독 실태조사’는 월소득 100만 원 미만인 가정의 인터넷 중독률이 11.1%라고 보고했다. 500만 원 이상인 가정이 6.6%인 것과 비교하면 두 배 가까이 높았다. 이 보고서는 소득이 적을수록 중독률이 높아지는 것은 ‘중독에 빠지지 않도록 관리하고 관심을 보이는 사람’이 옆에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 부모 가정의 인터넷 고위험사용자 비율은 6%로, 부모가 다 있는 가정(2.8%)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감성 활동만 해도 정서 발달에 도움"=이런 환경은 아이의 정서 발달에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우종민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과장은 "기쁜 일, 슬픈 일, 분류하는 뇌의 기능이 청소년기까지 거의 90% 정도 완성 된다"며 "느끼고 분별하고 공감하는 능력이 이 시기에 발달해야 사회화가 잘 이뤄진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중요한 시기를 게임으로 보내는 것은 사회성 발달에 장애 요인이 된다.

이런 아이들에게 정신과 의사가 1대1 상담을 제공한다고 갑자기 좋아지지 않는다. 우 과장은 "저소득층 가정에선 부모 등 양육자들이 상대적으로 아이들에게 시간을 못 쓰기 때문에 집안에서 해결할 수 있는 감성 활동의 절대량이 적다"며 "아이들이 드럼 클럽, 아마추어 밴드 활동, 길거리 농구나 축구 등 취미활동을 많이 하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사회적기업 아름다운가게는 '희망나누기' 프로그램을 통해 소외아동에게 '정서'를 지원한다. 특기적성교육, 정서함양 프로그램을 받게 해준다. 아름다운가게는 2011년에만 14억8000만 원을 이 프로그램에 사용했다.

16일에 서울 동숭동 아름다운헌책방(02-765-6004)에서 열릴 머니투데이와 함께 하는 아름다운토요일에서 책을 구매하면 수익금 전액이 이 프로그램에 기부된다. 현금으로 기부할 수도 있다. 문의 전화번호는 02-725-8080.
↑2010년 아름다운가게가 개최한 어린이 합창대회 모습.합창은 어린이들 스스로 책임감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아름다운가게↑2010년 아름다운가게가 개최한 어린이 합창대회 모습.합창은 어린이들 스스로 책임감과 자존감을 찾아가는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아름다운가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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