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다스손 '적자 쇼크'…27년만에 무슨일?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송정렬 기자 2012.05.30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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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공제회, 지난해 부동산PF·주식투자 손실 여파...26년 흑자에 '오점'

군인정신에 입각한 과감한 투자로 부동산 개발과 기업 인수·합병(M&A) 등 손대는 곳마다 대박을 터뜨려 '미다스의 손'으로 통했던 군인공제회가 고개를 숙였다. 지난해 창립 후 처음으로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지난해 총손실 573억원, 당기순손실 3536억원을 기록했다. 투자자산이 8조5000억원에 달하는 군인공제회가 영업적자를 낸 것은 1984년 창립 후 처음이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사업에서 손실이 발생한 데다 '몰빵형' 주식투자가 유럽 재정위기로 인한 증시 급락으로 수익을 내지 못하는 등 악재가 겹친 탓이다.

미다스손 '적자 쇼크'…27년만에 무슨일?


지난해 대내외 여건 악화로 어느 정도 실적 부진은 예상됐지만 창립 후 26년 연속 흑자를 달성하며, 회원들에게 약속된 이자는 물론 순익이 넘칠 경우 배당까지 해주던 '우등생' 군인공제조합이 대규모 적자에 빠진 데 군인, 군무원 등 회원 뿐 아니라 투자업계도 놀라고 있다.



◇창립후 첫 영업 적자= 군인공제회는 2010년 375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지난해 466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적자전환했다. 2010년에는 총이익이 342억원이었으나 지난해는 573억원의 총손실로 바뀌었다.

총이익은 군인공제회가 투자사업을 통해 남긴 이익이다. 총이익을 회원들에게 이자로 나눠주는데 지난해는 손실을 낸 탓에 그동안 쌓인 이익잉여금에서 이자적립액 2963억원을 충당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이자적립액을 뺀 당기순손실로 3536억원을 기록하며 전년비 적자폭이 확대됐다.

군인공제회는 2010년까지 다른 기관에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창립 이래 2009년까지 26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순익이 넘칠 때면 회원들에게 특별 배당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92년과 97년, 2006년, 2007년에 특별가산금을 배당했다. 회원들에게 이자에 배당까지 더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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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 후 남은 돈은 이익잉여금으로 적립됐는데 2007년에는 잉여금 규모만 9047억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2010년부터 총이익이 감소하자 이익잉여금으로 손실을 보충했다. 그 결과 잉여금은 2009년 7709억원에서 2010년 5281억원으로, 이어 지난해 1717억원까지 큰 폭으로 감소했다.

전체 기금은 지난해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5조원대를 유지(5조4868억원)하고 있다. 회원 수탁고는 증가했지만 이익잉여금 감소분이 반영된 탓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의 그림자= 군인공제회는 그간 부동산 개발로 쏠쏠한 재미를 봤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거꾸로 부동산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았다. 부동산 PF에서 회수 불가능한 사업 규모가 급증하며 감사 과정에서 대규모 대손충당금(회계에 반영될 회수불가능한 금액)을 적립해야 했다.

지난해 8월 기준 군인공제회의 PF사업 규모는 2조823억원으로 회수계획 대비 회수율이 75% 미만인 사업이 1조3613억원에 달했다. 특히 경기 광주 오포, 군포 당동 주상복합 등 9개 사업장은 100% 충당금을 쌓으며 '회수불가능한 사업장'으로 분류됐다. 이 여파로 대손충당금 누계액이 2010년에 이미 6245억원 규모였으나 지난해 큰 폭으로 늘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인공제회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로 진행 중인 PF 사업 일정이 지연됐다"며 "회계 처리기준에 맞추다보니 대손충당금 적립액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군인공제회가 부동산 PF 투자를 부실하게 진행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지난해 국정감사 과정에서 정의화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은 "군인공제회가 1000억원이 넘는 부동산 사업에 투자하면서 외부 전문기관에 분석 용역을 의뢰하거나 검토를 거친 경우가 1건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PF들이 대부분 시공사 지급보증을 받는 반면 군인공제회는 시공사 지급보증 없이 모든 책임을 떠안는 경우가 많았다고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난해 유럽 재정위기로 주식 운용 실적도 타격을 받았다. 증시가 급락한 9월에는 1468억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증시 회복으로 평가손실은 감소했지만 OCI, KTB투자증권 등 집중 투자한 일부 종목 때문에 지난해 연간 주식운용 수익률은 -10.8%를 기록했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군인공제회는 회원들에게 연간 6%대 고수익을 지급하고 있다"며 "높은 이자를 지급하기 위해 위험이 높은 사업을 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2011년 8월 기준 군인공제회의 투자자산은 건설·주택 부문 3조2890억원(38.8%), 금융 3조5701억원(42.1%), 기타 사업체 운영 1조6240억원(19.1%) 등이었다. 총 투자자산 규모는 8조4577억원이다.

일각에선 이사장 교체 후 평가손실 등을 회계에 적극 반영한 점도 부진한 실적의 한 요인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해 10월 양원모 전 이사장이 임기를 7개월 남기고 중도하차한 후 김진훈 이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았다.

사실 지난해 적자에도 불구하고 군인공제회의 회원기금 확보율은 103.2%다. 이는 회원들이 맡긴 금액 대비 3.2% 더 많은 돈을 보유하고 있다는 뜻이다.

◇군인공제회는= 군인과 군무원의 생활안정과 복지증진을 위해 1984년 설립된 비영리공익법인이다.

재원은 회원부담금과 사업이익금으로 마련하며 회원 저축에 대한 이자 지급, 생활자금 대여, 주택분양 등 사업을 하고 있다. 한국캐피탈, 대한토지신탁 등 5개 법인사업체와 군인공제회C&C 등 7개 직영사업체도 경영하고 있다. 회원은 올 1월 현재 17만명, 1인 평균 저축액은 2370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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