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지야 인형은 차에 두고 와야지" 권 씨가 아무리 달래도 민지는 고집을 부렸다. "잘 데리고 다닐래요. 응?" 민지가 몇 번이나 졸라대는 바람에 권 씨는 결국 허락했다.
민지가 떨어뜨린 마루인형을 줍기 위해 웅크린 채 손을 내밀었다가 무빙워크 홈에 손가락이 낀 것이다. 10분 정도 지나 119 요원들이 도착하고, 끼인 손을 겨우 빼냈다. 하지만 민지의 손가락 4개는 절단된 상태였다. 즐겁게 나섰던 대형 마트 쇼핑이 사고로 잊지 못할 고통의 날로 남게 됐다.
무빙워크 위에서 실수로 넘어지거나 중심을 잃어 사고를 당하는 일뿐 아니라 운동화 끈, 스카프, 치마 자락 등이 무빙워크 바닥의 틈으로 말려 들어가는 사고도 발생했다.
한국승강기안전관리원에 따르면 무빙워크를 포함한 에스컬레이터의 사고가 전체 승강기 안전사고의 79.4%에 달한다. 특히 전체 사고 중 13세 미만 어린이 사고는 2009년부터 총 33건으로 전체 사고의 9.7%를 차지했다. 무빙워크를 포함한 에스컬레이터 끼임 사고는 2009년에는 8건이었지만 2010년 10건, 지난해에는 11건으로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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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월별 건수를 분석한 결과, 전체 끼임사고 중 54.5%가 6~9월에 집중적으로 일어났다. 주요 원인으로는 여름에 신는 아이들의 고무 재질 신발이 꼽혔다. 샌들, 슬리퍼 등도 끼임사고를 일으키고 있었다.
연령별로는 10세 미만에서 9건(81.8%)이 발생해 어린이 사고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10대와 30대는 각각 1건씩 밖에 없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를 이용할 때는 어린이의 손을 잡고 함께 탑승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이 혹시 보호자 없이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를 사용할 때도 진행방향의 앞을 똑바로 보고, 뛰거나 걷기지 말고 제자리에 서서 도착지점까지 안전히 이동하는 습관을 길러주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어 "양 옆의 핸드레일(손잡이)을 반드시 붙잡고, 옷의 리본 끈, 운동화 끈 등이 끼이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면서 "어린이들이 무빙워크와 에스컬레이터의 양쪽 바닥에 그려진 황색 안전선 밖으로 몸이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