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 화장품, 얼마나 벌겠어 했는데…"억!"

머니투데이 박희진 기자 2012.05.02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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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샤' 에이블씨엔씨 주가 폭등..서영필 대표, 주식평가액이 1년도 안돼 1000억 늘어

국내 화장품 시장이 지난해 연매출 10조원 시대를 여는 등 매년 고공성장하면서 화장품 업계에 '갑부'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화장품 업계의 속성상 대박 상품으로 일약 성공가도를 달리는 '자수성가형' 화장품 창업주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미샤'의 환골탈태…서영필 회장, 주식 평가액 1700억대=
↑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서영필 에이블씨엔씨 회장


서영필 대표는 2003년 '3300원 화장품'으로 유명한 '미샤'라는 초저가 제품을 처음 선보이며 화장품 유통 시장에 일대 지각변동을 일으켰다.



그러나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등 후발업체들의 공세에 밀려 2006년 회사가 적자의 늪에 빠졌고 설상가상으로 회사 로고 표절 시비까지 휘말리며 서 대표의 명성은 바닥으로 떨어졌고 회사는 매각설에 시달렸다.

미국에 체류해온 서영필 대표가 2007년 책임경영을 선언하며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2008년 10월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922원까지 떨어졌지만 그해 흑자를 기록하며 '턴어라운드'에 성공,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에이블씨엔씨 주가는 지속적인 실적 개선에 주가가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어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기 시작했다. 현재 주가는 5만6200원으로 올 들어서만 110.5% 뛰었다. 에스티로더, SK-II 등 세계적인 브랜드의 스테디셀러의 겨냥한 '모방 전략'이 주효했다.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며 주가가 급등세를 연출하자 서 대표의 보유주식 평가액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서 대표는 에이블씨엔씨 주식 311만749주(30.09%)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174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8월만 해도 평가액은 502억원이었다. 1년도 안 돼 1000억원 이상 평가액이 불어난 것. 부인과 자식들 보유주식(3만2998주)까지 포함하면 평가액이 18억원 더 늘어난다.

양지혜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에이블씨엔씨는 1분기 매출액 775억원, 영업이익 82억원 달성하며 당사 추정치를 크게 상회하는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며 "올해 계속되는 신제품 런칭과 화장품 브랜드숍의 폭발적 성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목표가도 기존 5만4000원에서 6만5000원으로 상향했다.


◇'자수성가형' 화장품 경영자 전성시대=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사장↑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사장
더페이스샵의 창업주 정운호 사장도 대표적인 자수성가형 경영가로 꼽힌다. 정 사장은 2005년 사모펀드 어피니티와 2009년 LG생활건강으로 더페이스샵 지분을 매각하면서 2500억 원대의 차익을 남겼다. 더페이스샵으로 '캐시아웃'(현금화)에 성공한 그는 이후 네이처리퍼블릭으로 업계에 복귀했지만 '양강' 미샤, 더페이스샵에 비하면 여전히 열세다.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대표도 '오너'가 아닌 '전문경영인'이라는 점에서 자수성가형 화장품 CEO군에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LG그룹에서 외부 영입 사장으로 처음으로 지난해 부회장까지 오른 차 대표는 2005년 1월 LG생활건강 신임 대표이사로 취임한 후, 회사 주식을 조금씩 사 모았다.

당시 3만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60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뛰어오르면서 차 부회장도 '주식갑부' 대열로 올라섰다. 차 부회장은 LG생활건강 보통주 3만3888주를 보유하고 있다. 평가액은 209억원에 달한다. 우선주도 1만1888주 보유해 평가액 17억원 가량이다.

제약회사 샐러리맨 출신인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도 자수성가형 화장품 업계 주식갑부다. 코스맥스는 2009년 7월 3610원에 불과했던 주가가 1만8550원으로 치솟았다. 이 회장 지분은 13.1%(178만5850주)로 평가액은 331억원이다. 부인, 아들 등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한 최대주주 지분은 23.5%로 평가액은 600억원에 달한다.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도 470만4071주(16.3%)로 평가액이 430억원이다. 한국콜마 역시 2009년 7월 주가는 3000원대에 불과했지만 현재 9160원으로 뛰었다.
↑이경수 코스맥스 회장↑이경수 코스맥스 회장
◇"아~옛날이여"…2·3세 경영자는 초라해=화장품 회사를 창업하거나 전문경영인으로 일가를 이룬 자수성가형과 달리 회사를 물려받은 2·3세 경영인의 주식 평가액은 상대적으로 초라하다.

코리아나화장품, 한국화장품 등 90년대를 풍미했던 중견화장품 업체는 주가가 부진의 늪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매각설'로 가끔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일 뿐이다.

전성기를 구가하던 1999년 1만2000원이 넘었던 코리아나 (3,330원 ▼300 -8.26%)화장품 주가는 10분의 1로 쪼그라들었다.

창업주 유상옥 회장은 아들인 유학수 코리아나 대표 등 친인척으로 구성된 특수관계인 22명을 포함해 지분 23.73%(9493만510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그러나 주가 부진으로 최대주주의 주식 평가액은 114억원에 불과하다.

한국화장품도 브랜드숍 '더샘'으로 신사업에 나서면서 2010년 6월 주가가 7930원까지 올랐지만 현재 주가는 1755원으로 떨어졌다.

한국화장품의 최대주주는 한국화장품제조(20%)와 창업주 임충헌 회장, 김숙자 부회장과 아들 이용준 대표 등 특수관계인 지분이 35.95%다. 최대주주 전체 평가액은 157억원이다. 3세 경영인이자 현재 대표이사인 이용준 사장의 지분율은 3.06%로 평가액은 9억원에 채 미치지 못한다.

그나마 2세 경영인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는 예외다. 서 대표의 주식평가액은 6796억원으로 압도적 우위다.

그러나 아모레퍼시픽 (173,900원 ▼2,500 -1.42%) 주가는 올해 반등장에도 오히려 뒷걸음질 치며 한때 100만원이 무너지며 '황제주' 자리에서 밀려나기도 했다. 현재 주가는 108만5000원으로 지난해 10월 132만5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18.11% 빠진 상태다. 경쟁사 LG생활건강은 지난 30일 장중 61만4000원까지 올라 신고가를 갈아치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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