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꼼수 1년]"도덕적 완벽한 메뉴" 나꼼수 '벙커원' 가보니…

머니투데이 김정주 기자 2012.04.30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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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6일 공식 개장… 화장실에 새누리 로고 활용 등 풍자 봇물

↑'나꼼수'의 오프라인 카페 벙커원(BUNKER1)↑'나꼼수'의 오프라인 카페 벙커원(BUNKER1)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1주년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3시, '나꼼수'의 오프라인 카페 벙커원(BUNKER1)을 찾았다. '나꼼수'의 아지트를 염탐(?)하기 위해서다.

벙커원은 딴지일보가 '나꼼수'의 지지자들과 더욱 활발하게 소통하기 위해 만든 오프라인 카페다. 서울 대학로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인근에 위치해 있다. 총선 당일 오픈 행사를 열고 19일 영업을 시작했다. 정식 오픈 예정일은 내달 6일이다.



벙커원의 건물 외벽은 진회색의 철제로 제작돼 있다. 인테리어를 중시하는 일반 카페와 달리 투박한 느낌이다. 딴지일보 측에 따르면 "초딩들의 공격을 감안해 BB탄도 쉽사리 뚫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란다.

내부는 지상 1층과 지하 1층으로 이뤄져 있다. 1층의 분위기는 여느 카페와 다르지 않다. 여종업원 두 명이 음료와 케익을 판다. 눈에 띄는 건 계산대 위에 걸린 메뉴판이다. 아메리카노는 '아에리카노', 카페모카는 '가카모카', 카라멜마키아또는 '카라멜라민마끼아또'로 현 정권을 풍자했다. 모두 '나꼼수' 방송에서 언급된 내용들이다.



↑벙커원(BUNKER1) 1층 전경↑벙커원(BUNKER1) 1층 전경
압권은 비비케익. 이명박 대통령의 BBK 의혹을 빗대 작명한 치즈케익이다. 케익 위에 '나꼼수'의 멤버인 김어준 총수, 주진우 시사IN기자, 김용민 PD와 더불어 이명박 대통령의 캐리커처가 그려져 있다.

메뉴판 우측 하단에는 "도덕적으로 완벽한 메뉴"라는 글귀가 보인다. 이 역시 도덕성을 강조한 현 정권을 겨냥한 말이다.

벙커원의 본진은 지하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탁 트인 넓은 공간 정면으로 스튜디오가 있다. '나꼼수'와 '나는 꼽사리다'의 녹음이 이뤄지는 녹음실이다. 통유리로 제작돼 밖에서도 안을 들여다 볼 수 있다.


↑벙커원(BUNKER1) 지하 전경↑벙커원(BUNKER1) 지하 전경
녹음실 우측에는 딴지일보 사무실이, 좌측에는 '나꼼수'의 작전 상황실이 있다. 출입이 엄격히 제한된 곳이다. 사무실 벽엔 "맹수 서식지와 마찬가지인 곳이니 출입을 자제하시고 먹이를 주지 말라"는 경고가 붙어 있고, 상황실에도 "무단 침입할 경우 스파이로 간주한다"는 엄포가 내려졌다.

라운지 좌측으로 긴 테이블이 5줄로 늘어서 있다. 한 테이블 당 의자가 10개 정도 있었으나 손님이 모여들자 플라스틱 의자 20여 개를 추가했다. 테이블 간격은 약간 좁은 편이다. 테이블을 2/3 정도 메운 손님들은 각자 책을 읽거나 노트북으로 개인 작업 등을 했다. 배경음악으로는 마이클잭슨의 'You Are Not Alone'이 흘러 나왔다.

오른쪽에 위치한 화장실엔 새누리당의 로고를 연상케 하는 마크가 붙어 있다. 그 앞엔 팬 카페 '정봉주와 미래권력들'이 보낸 "감옥으로부터의 화분" 두개가 나란히 배치돼 있다.

아직 인테리어가 완성되지 않은 탓에 벽면 한 쪽에는 건축 자제들과 사다리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화장실엔 세면대가 설치되지 않아 손을 씻으려면 몸을 구부려야 했다. 수도꼭지가 위로 향해 있어 자칫 잘못하다간 옷이 물에 홀딱 젖는 봉변을 당할 수 있다.

↑벙커원 지하에 위치한 스튜디오↑벙커원 지하에 위치한 스튜디오
기자가 벙커원을 들렀을 때 '나꼼수'의 멤버 3명 모두 상황실에서 '작전'을 계획하고 있었다. 트위터(@funronga)에 소개된 대로 벙커원 지하에서 '서식'한다는 김용민씨를 비롯해 김어준 총수와 주진우 기자 역시 회의를 위해 자주 들른다고 했다. 이들은 이따금 밖으로 나와 벙커원을 찾은 손님들에게 사인을 해주거나 함께 사진을 찍었다. 멤버들이 등장할 때마다 분위기가 술렁였다. 대부분의 손님이 '나꼼수'의 지지자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들의 책을 들고 와 사인을 요청하는 이들이 줄을 섰다.

중간고사를 막 마치고 벙커원에 들렀다는 위모(18)양은 잠시 상황실을 나온 김용민씨에게 방석을 선물했다. '나꼼수'의 팬을 자처한 위 양은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는 메리트가 '나꼼수'만의 매력"이라며 "직접 만나서 사인도 받고 지지 의사를 표시할 수 있다는 게 벙커원의 장점인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주진우 기자가 1층으로 올라왔을 땐 요리 커뮤니티 '82cook' 회원들 십여 명이 그의 사인을 받기 위해 몰려들었다. 정문에서 '우발적인' 사인회가 열린 셈이다. 동호회 회원인 김모씨(32)는 "'나꼼수'를 평가할 때 지상파의 기준을 들이대서는 안된다"며 "대안언론으로서 그 나름의 기준과 역할이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지하에 위치한 화장실 문과 그 앞에 놓인 화분↑지하에 위치한 화장실 문과 그 앞에 놓인 화분
벙커원을 찾은 손님들은 '나꼼수'를 비판하고 자신들을 팬덤으로 몰아붙이는 일부 보수언론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검증되지 않은 내용을 맹신한다는 비판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오픈 이후 두 번 째 방문했다는 이형석(27)씨는 "'나꼼수'의 내용을 100% 믿는 게 아니라 허구와 진실을 구분하고 충분히 걸러들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앞뒤 비판없이 무조건적으로 지지한다는 편견은 잘못됐다"고 말했다.

또 "기존 언론들은 정치 얘기를 너무 어렵게 하는 반면 '나꼼수'는 쉽게 풀어서 설명해주니 관심을 갖게 되는 건 당연지사"라며 "친근함과 편안함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방문 이유를 밝혔다.

함께 온 송덕용(30)씨 역시 "청취자들은 각자 필터링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며 "보수 언론에서 지나치게 몰고 가는 측면이 있다"고 일갈했다. 이어 '막말 파문'이 총선 패배에 주요인이라는 주장에 대해 "막말과 민주통합당의 패배는 전혀 관계가 없다"며 "김용민 개인에게는 피해가 있을 수 있지만 당 전체에 영향을 끼치거나 선거 결과와는 무관해 보인다. 보수 언론에서 흠집 내기 위한 공격"이라고 반박했다.

중간고사를 끝낸 중학생 딸과 함께 온 배수이(42)씨는 "덮어놓고 비이성적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 대부분은 방송을 듣지 않고 보수 언론의 평가만을 듣고 비판하는 이들"이라며 "'나꼼수' 방송 이후 기존 언론에서 따라 취재하는 것을 보면 신뢰가 간다"고 밝혔다.

그러나 멤버들과 스스럼없는 소통을 기대했던 이들은 아쉬움을 표했다. 배씨는 "가까이 다가와서 편하게 이야기하고 토론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 기다렸다가 한꺼번에 사진을 찍어준다"고 불만을 토로하면서도 "일견 생각해보면 우리는 그들을 알지만 그들은 우리를 처음보니까 어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용민씨가 활발하게 얘기하고 먼저 말 거는 성격은 아닌 것 같다"고 평했다.

딸 위인하(13)양은 "시험이 끝나기만을 기다렸다가 왔다. 멤버들과 얘기하고 싶어서 상황실 문을 두드렸는데 안 열어줘서 실망했다"고 아쉬워했다.

창동에서 왔다는 신모(38)씨 또한 "자리마다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얘기해 줄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서 조금 아쉽다"며 "방송에서 보는 것보다 의외로 부끄러움이 많으신 분들 같다"고 밝혔다.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김용민씨는 "아직 너무 바쁘다"고 양해를 구했다. 김씨는 벙커원에서 독서 프로그램과 강연 프로그램 등 '나꼼수'관련 행사를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단순히 물 장사를 하는 게 아니라 사색과 성찰, 대화와 공부의 공간으로 만들고 싶다"며 "벙커원을 찾은 손님들과 '상호부조론', '유러피안 드림' 등 인문학 서적을 읽고 우리나라 모습에 대해 다 같이 토론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운영 계획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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