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규일의 왓츠 업 사커] 축구 세계화의 성공작 첼시

머니투데이 최규일 Terra스포츠 대표 2012.04.27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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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시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컵의 향방은 첼시(잉글랜드)-바이에른 뮌헨(독일)의 한판으로 좁혀졌다.

많은 축구팬들은 요즘 세계 축구의 대세인 스페인의 두 명문 FC 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가 우승을 다툴 것으로 예상했지만 역시 축구공은 둥글었다. 준결승 당시 슈팅수와 공 점유율에서 앞선 팀들이 나란히 쓴잔을 마신 것, 또 두 팀의 간판 스타인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레알 마드리드)가 약속이나 한 듯 페널티킥을 실축한 것도 공교롭다.

스페인 팀들끼리의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무산된 대신 유로파리그 결승에 오른 팀은 아틀레틱 빌바오-아틀레티코 마드리드로 '스페인 천하'가 됐으니 이쯤되면 잘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가 아닐 수 없다.



ⓒ 첼시 홈페이지.ⓒ 첼시 홈페이지.


첼시 얘기를 해볼까 한다.

첼시의 어제와 오늘은 너무나 극명하게 대비되기때문에 이 팀이 걸어온 길은 축구계 뿐 아니라 사회, 경제적으로, 또 문화인류학적으로도 연구 대상이 된다고 한다.



서부 런던을 본거지로 탄생한 첼시는 초창기엔 지역 라이벌인 토튼햄에게 밀릴 정도로 별 볼일 없는 팀이었다. 그나마 첼시가 국제적인 유명세를 타게 된 연유도 '훌리건'으로 불리는 축구 난동꾼들 때문이었다.

당시 첼시의 홈구장인 스탬포드 브릿지는 버려진 개들이 뛰어놀만큼 황량했고, 공장 노동자들이 대부분인 이 곳의 축구팬들은 상대 응원단에게 폭력과 파괴를 일삼는 것으로 삶의 고단함을 풀어내곤 했다.

당시 영국 언론들은 첼시의 상황을 빗대 '훌리거니즘'이란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영국의 지식인들은 축구를 '빈민에 의한 빈민의 스포츠'라고 폄하했다. '철의 여인'으로 유명한 마거릿 대처 당시 영국 수상이 첼시를 비롯한 몇몇 구단의 서포터스를 '내부의 적'으로 규정했다고 하니 당시의 살벌했던 상황을 짐작할만 하다.


1989년 셰필드에서 열린 리버풀-노팅엄 포레스트전에서 관중석 울타리가 무너져 95명의 축구팬이 압사한 이른바 '힐스보로의 비극'을 계기로 훌리건 문제가 빅 이슈가 되면서 첼시도 변화의 바람에 몸을 실었다.

안전 조치의 일환으로 관람석을 비롯한 스탬포드 브릿지의 환경을 보수하고, 주변 부동산을 개발했다. 외부 자본을 끌어들여 막대한 금액을 쏟아부으며 외국 감독과 외국 선수를 영입, 한때 첼시는 '영국인이 없는 영국 구단'이란 말을 들었다.

고급화를 추진하는 와중에 주머니가 넉넉지 못한 노동자들은 점차 소외됐고, 급기야 2003년 러시아의 유대인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구단을 통째로 사들이면서 첼시는 가장 폭력적인 구단에서 가장 세계화된 구단으로 탈바꿈하게 됐다.

첼시의 탈 영국화, 국제화 바람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막대한 자금력으로 세계 곳곳의 실력있는 선수들을 데려오기 때문에 선수단은 당연히 '다국적 군'이다. 특히 감독의 경우 더욱 심하다.

2007년 이후부터 최근까지 조세 무리뉴(포르투갈), 아브람 그랜트(이스라엘), 펠리페 스콜라리(브라질), 거스 히딩크(네덜란드), 카를로 안젤로티(이탈리아), 안드레 빌라스-보아스(포르투갈), 로베르토 디 마테오(이탈리아)까지 무려 7명이 첼시 감독(혹은 대행)을 역임했다.

감독을 밥먹듯이 교체한 것도 그렇지만 이들 중 영국인이 단 한명도 없다는 것 또한 이채롭다. 더욱이 최근 <미러>지에 따르면 차기 감독 후보로 떠오른 인물이 디 마테오 현 감독 대행 외에 챔스리그 4강전에서 맞붙은 '스페인의 자존심' 펩 과르디올라 전 FC 바르셀로나 감독과 영국의 '축구 앙숙'인 독일 대표팀의 요아킨 뢰브 감독이라니, 팀 성적과 세계화를 위해선 '적장'도 마다하지 않는다는 첼시 운영진의 발상이 놀랍다.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앞둔 시점인 만큼 첼시의 세계화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그리고 첼시와 함께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는 곳이 바로 한국의 삼성전자다.

2005년부터 삼성 로고가 선명한 푸른 유니폼을 입고 뛰는 첼시 선수들의 모습은 지구촌 곳곳에서 전파를 타고 있다. 얼핏 한국의 수원 삼성 선수들과 비슷해 '삼성 첼시'라는 말이 무방할 정도다. 첼시와의 파트너쉽 이후 삼성전자의 LCD TV와 휴대폰의 유럽 내 시장 점유율은 최상위권으로 올라섰고, 만약 첼시가 챔스리그까지 우승할 경우 삼성의 광고효과는 천문학적이라고 한다. 2012 런던 올림픽의 무선 통신분야 공식 후원사인 삼성 전자는 막대한 시너지 효과를 보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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