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투자도 회수도 너무 빨랐다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2012.04.2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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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드만삭스의 한국 굴육' 7년전부터 무슨일이(중)

세계최고 투자은행(IB)골드만삭스는 한국 시장이 외부 위기에 내성을 갖춘 시점에 '너무 빠른' 투자로 인해 IB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2004년 C&M에 투자한 것은 한국 케이블 TV시장의 성장을 예견한 '한발 빠른' 대응이었다. 골드만삭스는 1400억원을 투자해 3년여만에 7000억원에 매각, 400%가까운 수익률을 올렸다.



그러나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대한통운을 시작으로 골드만삭스의 '대박'행진에 제동이 걸렸다. 2005년 동아건설 파산채권을 싸게 인수했으나 매각방식이 예상을 빗나가면서 대박을 챙기는 데 실패했다.

2006년부터 글로벌 캐릭터 뽀로로에 발 빠르게 투자했고, 대체에너지·미디어·엔터테인먼트 업종에도 일찌감치 자본을 투입했다. 그러나 재미를 보지 못했다. 미리 시장을 내다봤지만 산업이 꽃피기 전에 투자를 회수하는 '두 발 빠른 투자'였던 셈이다.



◇대한통운, 빗나간 회수 타이밍= 골드만삭스는 2005년 동아건설 파산채권을 인수한 뒤 대한통운 (121,800원 ▲1,200 +1.00%) 투자를 시작했다.

골드만삭스의 트라이엄프는 2006년 12월 대한통운 주식을 시간외 매매로 주당 9만원에 328만4527주를 인수했다. 금액으론 2956억원 규모다. 다음달인 2007년 1월에도 시간외매매로 주당 10만원에 55만2000주(552억), 9만7000원에 20만2263주(196억2000만원)를 각각 인수했고, 107억원어치를 장내매수하기도 했다. 총 투자금은 약3811억원.

그러나 투자 2년여만인 2009년 2월 금호아시아나그룹의 대한통운 및 금호렌터카 합병에 반대해 주식매수 청구권을 행사하면서 3701억원을 회수하는데 머물렀다. 주식으로만 보자면 2년여 110억원 손실을 본 것이다. 동아건설 파산채권 인수가격이 3000억원에 못 미치는 점을 감안하면 전체적으로 수백억원의 차익을 본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대한통운의 '매각'을 노리고 과감하게 투자했던 골드만삭스의 예상은 빗나갔다. 법원이 제3자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금호그룹의 인수를 허락하면서 구주를 비싸게 팔려던 골드만삭스는 큰 이익을 얻지 못했다. 골드만삭스는 주당 15만원에 구주매입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실제 매각 가격은 주당 8만9205원이었다.

특히 투자회수 3,4개월 후 대한통운이 주당 17만1000원에 주식을 유상감자하면서 골드만삭스의 아쉬움은 컸다. 골드만삭스는 한발 빠른 철수로 주당 8만2000원 가량의손실을 본 셈이다.

◇뽀로로, 캐릭터는 잘 봤지만= 골드만삭스는 캐릭터 산업에선 후진국으로 간주되던 한국의 '뽀로로'에 일찌감치 베팅했다. 투자시점은 2006년 6월. 뽀로로가 2003년 11월 TV에 선보인지 2년반 만이었다.

캐릭터가 성공하리라는 예상은 적중했지만 투자대상 선정이 빗나간 게 문제였다. 골드만삭스는 2006년 계열 투자회사인 트라이엄프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뽀로로 공동제작사인 오콘 지분 29.76%를 100억원에 매입했다. 오콘의 시가 총액을 300억 정도로 산정, 기업공개(IPO)를 예상한 투자였다.

그러나 2011년 동양종금증권과 미국계 사모투자펀드(PEF)운용사 코스톤아시아가 공동으로 조성하는 펀드에 매각했다. 매각대금은 약 110억원으로 투자 5년간 금융비용을 감안할 때 실질적인 캐피털게인(자본차익)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오콘은 골드만삭스 투자가 이뤄진 2006년부터 2009년까지 적자를 냈고 2010년 영업이익 2억원, 2011년 12억원을 각각 거뒀다. 뽀로로 테마파크로 본격적인 수익을 낸 시점에 골드만삭스는 투자를 접은 셈이다.

원저작권을 놓고 오콘과 소송을 벌인 주간사 아이코닉스엔터테인먼트는 영업이익이 2008년 56억원, 2009년 34억원, 2010년 43억5000만원, 2011년 56억원 등을 꾸준히 올려 대조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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