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대 매몰비용없는 뉴타운 출구전략 통할까"

머니투데이 이군호 기자 2012.04.19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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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도시 및 주거환경조례 개정안 입법예고…사업속도 높이면 시기조정이 관건

박원순 서울시장의 핵심 주택정책인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을 실현할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조례' 개정안이 오는 7월 공포된다. 과다 지정된 610개 뉴타운·정비사업 구역의 출구 찾기가 본격 추진되는 것이다.

서울시가 과다 지정된 것으로 추정한 이들 구역 가운데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설립된 293곳은 추진위원회 구성 또는 조합 설립에 동의한 토지 등 소유자의 과반수 동의로 해산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추진위원회·조합 등이 사용했던 비용, 즉 '매몰비용' 보전방안과 추진위·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사업구역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은 빠져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천억 매몰비용 누구 부담?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던 이유는 주민들이 수천억원에 달하는 매몰비용을 부담할 수 없기 때문이었다.



추진위의 매몰비용은 5억원 내외에 불과하지만 조합은 평균 30억~50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크고 일부 대규모 뉴타운은 100억원대에 육박하는 곳도 있어 추진위나 조합을 해산할 경우 주민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지난해 말 개정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선 추진위원회 해산 때 법정비용 내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해 줄 수 있도록 했지만, 조합 해산에 따른 비용 보조는 제외됐다. 이 때문에 시는 중앙정부에 매몰비용 지원을 요청했으나, 국토해양부는 국민들의 세금을 사적인 추진위·조합 지원에 대해 여전히 부정적인 입장이다.

시는 이번 입법예고안에 매몰비용 보전방안이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직 중앙정부의 시행령이 만들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양측이 타협을 보려면 진통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추진위나 조합이 설립되지 않은 이른바 초기사업지에 대한 구조조정 방안이 빠진 것도 실효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뉴타운·정비사업 출구전략 발표 당시 추진위가 구성되지 않은 83개 구역과 정비예정 234개 구역 등 317개소는 토지 등 소유자의 30% 이상이 구역 해제를 요청하면 허용하기로 했다. 시는 초기사업구역 구조조정은 실태조사 기준과 대상이 마련되는 5월 중 발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업속도 빨라지지만 시기조정이 관건
매몰비용 보전이 현안으로 부상하면서 조합설립 이후 사업장은 오히려 사업 속도가 빨라질 전망이다. 주민들이 매몰비용을 부담할 여력이 없다보니 장기 표류되도록 방치하거나 조합을 해산하기 보다는 사업계획을 수정해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실제 상당수 구역들이 시공사와 사업계획이나 설계 변경을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대책위원회 등의 내부 문제가 해소되고 중소형 변경을 통해 사업성을 높이면 사업 추진이 빨라질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 설명이다.

부동산114 김규정 리서치센터장은 "추진위나 조합이 있는 구역은 반대파가 50%까지 이르기 어렵고 이번 조례로 여건이 개선된 만큼 사업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다만 실행 여부는 구역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정비사업이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될 경우 단기간에 저렴한 주택이 대량 멸실되고 이로 인해 정비구역이나 주변지역까지 집값이 연쇄적으로 급등할 공산이 크기 때문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선 시가 직접 시기조정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기조정 대상은 정비사업구역내 주택수가 2000가구를 초과하거나 해당 자치구 전체 주택수에서 정비사업으로 멸실되는 주택수를 뺀 가구수의 1%를 초과할 경우다. 대상에 포함되면 1년 범위 안에서 사업시행인가나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시기조정하게 된다.

현재 과다지정된 것으로 추정된 610개 구역 중 추진위원회와 조합이 설립된 구역은 293곳에 달한다. 강남 대단위 재건축단지와 서대문구처럼 뉴타운·재개발 구역이 몰려있는 곳은 상당수 사업장이 시기조정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일단 시기조정 대상에 포함되면 주민들의 반발이 커지면서 시와 주민간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현재도 수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시기조정을 이유로 사업이 늦어질 경우 이자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수천억대 매몰비용없는 뉴타운 출구전략 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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