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사금융과 전쟁' 첫날, 금감원에서는…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2012.04.18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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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절한 서민들의 하소연 하루 종일 쏟아져…"불법 사금융 뿌리 뽑고 서민금융 확충"

#박모씨는 무등록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린 후 하루하루 지옥을 맛봤다. 연체를 하면 어김없이 건장한 사내들이 운영 중인 가게로 몰려왔다. 온 동네 망신을 주는 건 물론 육두문자와 협박도 서슴없었다. 10여년 전 전단지 광고를 보고 매일 1만3000원을 갚는 100만원 일수대출(연 200% 금리)을 쓴 게 화근이었다.

#최씨는 대부업체 빚만 2300만원이다. 금리는 모두 법정 최고한도인 연 39%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처지에서 매월 70만~80만원에 이르는 이자는 최씨의 숨통을 조인다. 저금리 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방법이 절실하다.



금융당국이 18일 불법 사금융과의 전쟁에 본격 돌입했다. 박씨를 괴롭힌 일당들은 이날부터 경찰의 수사대상이 됐다. 최씨는 저금리 전환대출 상품을 안내받았다.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가 자리 잡은 금융감독원 7층. 피해신고 전화를 받느라 담당직원들은 이날 하루 종일 눈코 뜰 새 없었다.
↑권혁세 금감원장(오른쪽 세번째)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오른쪽 두번째),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오른쪽 첫번째) 등이 18일 오전 금감원 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권혁세 금감원장(오른쪽 세번째)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오른쪽 두번째),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오른쪽 첫번째) 등이 18일 오전 금감원 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찾아 둘러보고 있다.


기존 '서민금융종합지원센터'에는 평소 하루 120통 정도가 접수됐지만 이날은 오전9시 업무가 시작되자 수 백 통의 신고전화가 쏟아졌다. 그동안 보복이 두려워 혹은 마땅한 해결방법을 몰라서 숨죽였던 서민들의 하소연이 봇물 터지듯 나오기 시작했다.



"말씀하신 그 사안은 대출사기에 해당합니다. 정확한 피해 사실을…", "빚 독촉을 그런 식으로 하는 건 불법입니다…". 수화기 너머로 절절한 서민들의 사연이 쏟아졌다. 여기저기서 피해사례를 접수하고 상담하는 대화내용이 숨 가쁘게 오고갔다.

이날 오후 4시까지 처리된 신고 접수 건수만 838건에 달했다. 오전 한때는 신고 대표번호 1332번(국번없이)에 전화가 폭주하면서 연결이 잘 안 되는 상황도 발생했다.

신고 접수와 상담 건수는 물론 주요 피해유형까지 모두 매일매일 청와대로 보고된다.


오전에는 권혁세 금감원장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 추경호 금융위 부위원장, 주재성 금감원 부원장 등이 신고센터를 찾았다.

권 원장은 "지난 2008년 사금융 실태조사를 했을 때 16조원 정도로 자금수요가 조사됐는데 지금은 경기 상황도 안 좋고 가계대출 억제 대책도 실시하고 있어 이 수요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며 "신고접수와 상담 등을 통해 서민들의 자금사정을 파악한 후 대책을 세우겠다"고 밝혔다.

권 원장은 이어 "단순 피해구제에서 벗어나 다양한 서민금융 지원 제도와 연결해주는 종합적 서비스가 되도록 할 것"이라며 "특히 새희망홀씨 등 금융권의 서민금융 재원이 늘어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 하겠다"고 말했다.

유관기관 직원을 포함해 최대 100여명이 투입되는 신고센터는 이날부터 오는 5월31일까지 총 45일간 한시 운영된다.

금감원은 피해 신고자를 대상으로 피해유형별 1차 상담을 실시한 후 자산관리공사나 신용회복위원회 등과 일대일 맞춤형 2차 상담도 연결해줄 예정이다. 여기서 피해자들은 저금리대출로 갈아탈 수 있는 바꿔드림론이나 개인워크아웃, 미소금융 등 각종 지원제도를 안내받을 수 있다.
'불법 사금융과 전쟁' 첫날, 금감원에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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