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명 바꾼 신세계SVN, 문어발 사업 속내는?

머니위크 이정흔 기자 2012.04.20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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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사업목적에 프랜차이즈업…정유경의 '신세계 빵' 골목 점령 포석?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신세계SVN으로 개명하고 빵뿐만 아니라 떡, 생활용품, 일용잡화, 유통까지 문어발식으로 사업 확장한다네요. 중소 자영업자들 밥그릇 빼앗는 이런 재벌탐욕을 규제해 모두가 행복한 나라를 만듭시다!"

지난 3월 천정배 의원(민주통합당)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아니나다를까 트위터리안들은 순식간에 이 글을 리트윗하며 '탐욕 재벌' 등의 댓글을 쏟아냈다.



지난 1월 '재벌빵집' 논란이 불거진 이후 대기업들이 줄줄이 철수선언을 발표했음에도 이에 아랑곳하지 않았던 정유경 신세계 (172,200원 ▼1,600 -0.92%) 부사장. 그가 대주주로 있는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신세계SVN으로 사명을 바꾼 사실이 알려지며 지금까지도 여론의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신세계SVN을 향해 끊임없이 제기되는 의혹들의 사실 여부를 짚어봤다.또 여론의 '융단폭격'을 속에서도 '빵집 사수'를 고수하고 있는 신세계SVN의 속내는 무엇인지 업계의 반응을 들어 살펴봤다.




사진 류승희기자

◆골목상권 계획 없다면서 프랜차이즈업은 왜?

조선호텔베이커리가 신세계SVN으로 사명을 바꾼 건 지난 1월. 그러나 신세계SVN을 둘러싼 의혹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문제가 된 것은 바뀐 사명과 함께 알려진 신세계SVN의 정관상 사업목적. 주력인 제빵 및 제과제조업 외에 프랜차이즈업, 인스턴트식품 제조업, 교육콘텐츠 공급업, 인테리어 잡화 유통업과 부동산 임대업까지 등록돼 있다. 여기에 트위터상에 언급된 떡류 제조 및 판매업, 생활용품과 일용잡화 역시 사업목적에 등록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신세계 측은 "정관에 올라가 있는 사업목적은 올해 1월 사명을 바꾸며 새롭게 추가한 업종들이 아니다"는 입장이다. 2005년부터 기재돼 있던 것으로 그 사이 2~3차례 개정을 거치며 사업목적이 추가됐다는 설명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사업목적은 지금 당장 사업을 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차후 혹시라도 사업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업종을 등록해 놓은 것"이라며 "현재로서는 골목상권과 관련한 사업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신세계 측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반응은 냉랭하다. 제과프랜차이즈업계의 한 관계자는 "만약의 경우라고 전제한 것은 향후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골목상권 진출을) 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냐"고 반문했다.

제빵 분야는 진입장벽이 낮아 대기업이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업종이지만 마진율은 3%대로 낮은 편이다. 여기에 제품 유통기간이 짧아 관리가 어렵기 때문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는 성공확률이 낮은 편에 속한다.

따라서 업계에선 신세계가 이마트를 활용한 프랜차이즈 진출을 꾀할 경우 우회적인 골목상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분위기다. 프랜차이즈업계의 관계자는 "사실 데이앤데이가 로드숍 프랜차이즈 매장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며 "하지만 이마트와 같은 유통채널의 내부 매장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와 같은 유통매장에서 제과는 소비자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품목 중 하나다. 때문에 유통망을 장악하고 있는 신세계로서는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이마트 피자와 같은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장해 매출을 늘리는 것이 가능하다.

실제 신세계SVN의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이마트가 피자사업을 시작한 2010년 9월을 전후로 매출폭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9년 1300억원가량의 매출은 2010년 1677억원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으나 2011년엔 2565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떡이나 인스턴트 제조 등을 사업목적에 포함한 신세계SVN을 향한 비판의 눈초리가 쉽게 걷히지 않는 이유다.

현재 신세계SVN에서 운영 중인 제과브랜드는 모두 6개로 전국 120여개 점포를 운영 중인 데이앤데이와 10여개 점포의 달로와요가 대표적이다. 달로와요는 신세계백화점 내에 입점해 있으며, 데이앤데이는 이마트와 최근에는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SSM인 에브리데이에도 입점이 늘고 있는 추세다. 이마트 내 데이앤데이 매장 몇몇은 현재 '밀크앤허니'라는 고급 브랜드로 리모델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일감몰아주기' 등 구설수…공정위 조사 중

신세계SVN을 둘러싸고 프랜차이즈사업 가능성이 지속적으로 대두되는 데는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진행 중인 '계열사간 특혜 시비'와도 무관치 않다.

신세계SVN은 조선호텔이 지분 45%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이명희 신세계 회장의 딸인 정유경 부사장이 40%로 2대 주주다. 정 부사장의 남편은 이마트 문성욱 부사장이며 오빠는 이마트를 이끌고 있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다.

이 같은 가족관계로 얽힌 특수계열사를 통해 신세계SVN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에 입점하는 과정에서 임대수수료를 낮게 책정받는 등 특혜 의혹에 휩싸였다. 이마트나 에브리데이 등 계열사 유통네트워크를 통해 전 매장을 운영하는 것과 관련해서도 내부 계열사간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일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이와 관련해 납품업체들의 신고가 이어지고 있으며, 지난 1월부터는 공정위가 '불공정 거래 행위' 조사를 진행한 바 있다.

지난 3월 작성된 재무제표에 따르면 신세계SVN의 2011년 총매출액 2565억원 중 이마트에 베이커리와 피자를 거래하는 영업1담당은 1991억원, 스타벅스 등 계열사와 특판거래처에 베이커리를 거래하는 영업2담당은 573억원을 올렸다. 참고로 임차료는 62억7883만6000원으로 책정돼 있다.

마찬가지로 비슷한 시기에 작성된 '출자계열회사와의 상품, 용역 거래'를 보면 이마트와 제품원재료를 거래하고 얻은 매출은 23억원. '위탁판매수수료 등' '물류대행 수수료' 등의 매출액은 공란이다. 신세계 관계자는 "출자계열회사와의 거래는 이마트와 직접 거래한 품목에만 해당되는 것으로 이마트에 입점해 소비자들에게 판매하는 매출은 공시 의무가 없어 적시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자료를 분석해보면 지난해 영업1담당의 1991억원 매출액 중 이마트와 직접 거래를 통해 얻은 30억원가량을 제외한 1960억원 정도가 데이앤데이 등 이마트 입점 매장의 판매 수익을 통해 얻은 매출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전체 매출 2500억원의 약 80%에 달하는 규모다. 계열사 유통망을 장악한 매장 영업과 관련해 특혜를 받고 있다는 의혹이 사그라지지 않는 이유다.

따라서 업계에서는 신세계SVN이 이 같은 공정위에 대한 '대응책'으로 프랜차이즈 진출을 염두에 둘 가능성이 적지 않다는 해석을 하고 있다. 현재 신세계SVN이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 이마트 내 데이앤데이 매장을 향후 가맹사업으로 전환할 경우 공정위로부터 압박 수위가 높아져 가고 있는 계열사 특혜 의혹 등을 피할 수 있는데다 가맹점수수료 등의 추가 매출까지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세계 관계자는 "이마트 피자를 비롯해 현재 소비자 편의를 위해 마진율을 낮춰가며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며 "이 같은 상황에서 가맹점주들의 경영성과까지 책임져야 하는 프랜차이즈 사업은 불가능하다. 앞으로도 전혀 계획이 없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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