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의 유통기한은 요구르트보다 짧다?

머니투데이 노엘라 바이올리니스트,작가 2012.04.14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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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엘라의 초콜릿박스]스트리밍 서비스.. 좋은 음악접할 기회 사라지게 할 수도

가요의 유통기한은 요구르트보다 짧다?


며칠 전 미장원에서 머리를 손질할 때다. 약 2시간 가까이 머무르는 동안 실내에선 수많은 음악들이 흘러나왔다. 담당 미용사에게 물으니, 월 3000원 정액제인 스트리밍 서비스로 음악을 틀고 있다고 했다.

최신 곡부터 히트곡까지 수많은 음악을 듣고 있자니 귀가 즐거워졌다. 얼마 전 홍대 앞 커피숍에서 만난 한 작곡가의 말이 불연 듯 떠올라 머리가 복잡해지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 작곡가는 "요즘 가요의 유통기한은 요구르트보다 짧아요"라며 겸연쩍어 했다. 지나가는 소리로 한 말이었지만 요즘 가요계의 현실을 한마디로 요약한 뼈가 있는 말이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히트곡의 수명은 적어도 2-3개월 정도는 됐다. 그 이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하지만 요즘엔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신곡들이 쏟아져 나온다.



또 소비자들의 경우, 월정액 요금제와 같은 서비스에 길들여져 유통사가 제공하는 음악을 수동적으로 듣게 되는 일이 많아졌다. 예전처럼 매 곡당 금액을 지불해야 한다면 소비자는 마음에 드는 곡을 신중히 선택할 것이다.

하지만 불과 몇 천 원으로 수많은 곡들을 즐길 수 있다 보니 곡에 대한 애착이나 곡을 선택하려는 노력은 그만큼 줄어든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스트리밍 서비스에 의존하는 음원 순위는 하루가 멀다 하고 변하고 있고 히트곡조차도 순위에 머무르는 시간이 요구르트의 유통기한보다도 짧아졌다는 것이다.

소비자의 입장에서 보면 정액제와 같은 서비스는 적은 비용으로 다양한 곡을 접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제작자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공들여 좋은 음악을 만들든, 애초 기대만큼 큰 성과를 내지 못하게 되니 사기가 떨어지는 일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 보니 제작자들은 한두 곡에 심혈을 기울이기 보단 '다작'으로 승부를 낼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치닫게 되었다.


이런 월정액 스트리밍 서비스를 비롯한 저작권 관련된 문제들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음악을 만드는 제작자, 유통사, 그리고 소비자의 니즈는 각각 다를 것이기에 모두를 만족시킬만한 혜안이 나오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렇게 적은 비용으로 수많은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사실은 당장은 혜택처럼 느껴질지 모르나, 궁극적으로 보다 좋은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점점 사라지게 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요즘 한류를 비롯해 우리나라가 문화강국으로 도약하고 있단 얘기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물론 몇몇 아이돌 그룹이 세계적인 스타로 부상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화강국은 콘텐츠의 소중함을 이해하고 이를 즐기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열 줄 아는 사람들이 많아질 때 비로소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음악의 홍수에서 빠져 나와 미장원을 나서며 문득, 학창시절 용돈을 털어 산 음반 한 장을 소중히 가슴에 품고 집으로 걸어가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이제는 찾아볼 수 없는 오랜 기억이 되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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