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 투자한 '싼타페' 스파이샷 한장 때문에…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배소진 기자 2012.04.03 15:49
글자크기

싼타페 유포자 적발, 경찰 수사 잇따라…회사 "피해 막급" 매니아 "정보갈증"

수천억 투자한 '싼타페' 스파이샷 한장 때문에…


출시 직전 신차의 스파이샷(시판되지 않은 차량을 찍은 사진) 유출에 대한 경찰 조사가 이어지고 있다.

출시 전 신차의 디자인은 제품 잠재 구매자들 뿐 아니라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도 최고의 뉴스거리다. 신차 출시 직전에 인터넷 상에서 사적으로 촬영한 스파이샷이 집중적으로 유포되는 것도 신모델에 대한 폭발적 관심 때문이다.

하지만 수천억원을 투자해 신차를 개발하는 회사 입장에서는 스파이샷 유출에 따른 피해가 만만찮다. 회사 내부로부터의 스파이샷 유출이 '범죄'로 규정되는 이유다.



서울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일 현대자동차의 미출시 신차 싼타페(올해 4월 출시 예정)의 외부 디자인을 사진 촬영해 인터넷에 유포시킨 혐의(부정경쟁방지및영업비밀보호법 중 영업비밀누설 등)로 현대차 (241,500원 ▲4,500 +1.90%) 직원 박모씨(29)와 현역군인인 손모씨(34)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박씨는 지난 해 7월쯤 현대차 (241,500원 ▲4,500 +1.90%)가 개발 중인 신형 싼타페의 사내품평회에 참석해 자신의 스마트폰으로 차량의 외부디자인을 몰래 찍은 다음, 이를 자신의 사촌형인 손씨에게 전송한 혐의다.



손씨는 이 사진을 올해 1월쯤 자신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터넷 동호회 사이트에 '구정맞이 특종입수 신형 싼타페'라는 제목으로 게재한 혐의다. 당시 대형 포털사이트에서는 해당 사진이 실시간 검색되며 현대차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입힌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조사 결과 손씨는 자신이 전송받은 사진을 인터넷에 그대로 게재할 경우 촬영장소가 노출될 것을 우려해 사진배경을 포토샵 처리하는 치밀함까지 보인 것으로 드러났다.

현대차는 싼타페DM를 비밀프로젝트로 진행하면서 특히 차량의 외부디자인 유츨을 막기 위해 위장막을 씌운 상태로 개발하다가 구조적 문제를 확인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위장막을 벗긴 사내품평회를 개최했다 이 같은 손해를 입게 됐다.


스파이샷 유출에 대한 경찰 조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8월에는 한국GM이 올해 연말 출시할 것으로 예상되는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 차량)의 핵심 디자인을 인터넷 상에 유출한 혐의로 차량 운송업체 직원 한모씨(32)가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의 스파이샷 유출은 네티즌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싼타페는 현대차가 올해 출시하는 유일한 SUV 차종으로 국내외 주력 모델 가운데 하나다. 한국GM의 신차는 국내 최초로 출시되는 소형급 SUV 차량이다. 주요 차량인 만큼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는 해당 사진 검색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네티즌들의 신차 정보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된 셈이다.

하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스파이샷 유출에 따른 피해가 작지 않다.

우선 신차 디자인 유출로 구형 모델에 대한 신선도가 떨어져 판매가 떨어졌다. 현대차의 구형 싼타페는 올해 1~3월 지난해 같은 시기 대비 23.4% 감소한 4702대가 팔렸다. 신차 대기 수요를 감안할 때 판매가 감소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스파이샷 유출이 감소폭을 키운 부분도 크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마케팅 효과도 감소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신차 출시에 앞서 많은 비용을 투입해 마케팅 전략을 세웠다"며 "하지만 스파이샷 유출로 기존 마케팅 전략의 효과 반감이 예상돼 전략 수정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경쟁사에 핵심 제품 정보가 유출되는 효과도 가져온다. 한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신차의 내외부 디자인이 유출될 경우 경쟁사는 이에 따라 향후 신차 개발과 판매 전략을 수립하기가 한결 수월해 진다"며 "당장 피해 규모를 따질 수 없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큰 타격"이라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