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세 국대떡볶이 사장 "손님에 묻지말고…"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2012.04.0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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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위크]김상현 국대F&B 대표/"1억이면 차리지만 위험" 창업상담 땐 깐깐

구수한 대구 사투리, 3일은 깎지 않았을 법한 덥수룩한 수염, 5살은 족히 더 들어 보이는 풍채…. 점포 80여개를 거느린 1980년생 프랜차이즈 대표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다. '국대떡볶이'의 김상현 대표의 인상은 갓 상경한 투박한 시골 노총각이다.

그와의 인터뷰는 모 방송에서 패널로 출연하면서 생긴 인연으로 이어졌다. 방송을 통해 소개된 그의 성공담은 어찌 보면 진부했다. '하루 세끼 식사를 모두 떡볶이로 때웠다'거나 '전국 맛있다는 떡볶이집은 다 돌아다녀봤다'는 이야기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언론과의 인터뷰도 그랬다. '2년 만에 연매출 500억 신화', '학비 빼돌려 성공한 청년 CEO' 등 성공 스토리가 크게 부각됐다.



그는 그게 부담이라고 했다. 똑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는 것도 그렇고,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크게 성공한 인물로 비춰지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기사의 방향을 잡지 않고 편하게 사는 이야기나 하자고 했다. 방배동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2시간가량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33세 국대떡볶이 사장 "손님에 묻지말고…"


사진 류승희기자 



◆보여지는 것의 중요성

감색 재킷에 노타이 와이셔츠와 짧게 세운 듯한 헤어스타일을 통해서 그가 어떤 일을 하는지 유추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업장을 배경으로 앞치마를 두르고 사진 촬영을 해보자고 했다. 돌아온 대답은 "나는 요리사가 아니다"였다.

"사업 초기(2009년) 일에만 몰두하던 시절 좋은 음식 재료를 구하려고 마구 다니곤 했는데요. 식재료 공급업체에서 제 옷차림과 오래된 소형차를 보고 좋은 재료를 보여주지 않는 일이 많았어요. 내 의지와 달리 어떻게 보여지느냐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죠."


그는 설문조사를 신뢰하지 않는다. 제대로 된 정보가 아니라는 믿음이다. 흔한 시장조사 결과도 남일 보듯이 한다. 음식을 다 먹은 손님에게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네'라는 대답처럼 무의미한 결론이 도출될 게 뻔하다는 지론이다.

대신 관찰로 고객의 반응을 살핀다. 맛에 대한 평가는 특히 그렇다. 숟가락을 달라고 해서 싹싹 긁어먹거나 맵다고 난리치는 행동에서 해답을 구한다. 음식을 남기더라도 입맛에 맞는 사람은 꼭 남은 것을 포장해달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본인의 행동도 주변사람이 자신을 판단하는 중요한 가치가 된다고 믿는다. 사업 초기처럼 걸레를 들고 다니면 직원들이 불편해진다. 술자리가 늘어나 인사치레로 상품권을 돌리면 '나는 고생하는데 사장은 저러고 다닌다'고 볼까 싶어 직원들의 사기가 걱정된다. 모든 행동이 공개되는 세상이라 더욱 조심스럽다.
 
◆떡볶이 마니아의 고춧가루 예찬론

기자가 김 대표와 두번째 만나면서 발견한 버릇은 가끔 그가 '울컥' 한다는 것이었다. 다혈질적인 성격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로 뭔가 역류하는 것을 참는 듯한 행동이 그에게 있다. 그가 하루 여섯끼를 떡볶이로 때웠다는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조심스레 그의 건강상태를 물어봤다.

"글쎄요. 잘 모르겠는데요. 제가 매운 떡볶이를 심하게 좋아하긴 하는데…."

그는 몸을 아끼지 않는 떡볶이 애호가다. 떡볶이집이 보이면 식사약속을 앞두고 있더라도 먹지 않고는 견디지 못한다. 하루 여섯번 떡볶이를 먹기도 했다. 위장이 견뎌낼 재간이 없는 게 당연하다.

통증이 심한 적도 있었다. 사전조사랍시고 매일 고춧가루만 뱃속에 퍼 넣었던 날들이다. 속쓰림에 좋다는 약을 며칠 먹고 그냥 넘겼다. 그래서인지 유독 고춧가루에 민감하다. 쓰고 있는 재료는 오로지 최고급 국산 고춧가루다. 암암리에 사용하는 중국산 고춧가루에 비해 원가가 3배가량 비싸다.

국대떡볶이는 밀가루 떡을 쓴다. 전국의 줄 서서 먹는다는 떡볶이 맛집을 돌아다녀본 결과 60~70%가 밀가루 떡을 썼다는 통계를 얻고 자신감을 얻었다. 게다가 밀가루 떡은 어릴 적 동네에서 먹던 향수를 자극한다. 매뉴얼에 표시된 정량이 있지만 무시하라고 교육하는 이유도 어릴 적 동네에서 먹었던 떡볶이 아줌마의 향수와 연관이 있다.

"웰빙 음식이 강조되고 있는 현실에 역행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더니 "떡볶이 자체가 웰빙 음식은 아니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밀가루가 몸에 나쁘다는 설명도 맞지 않아요. 떡볶이는 그저 간식입니다. 건강을 좌우하는 것은 오히려 소스죠."

그가 비싼 돈을 주고 국산 고급 고춧가루를 고집하는 이유다.
 
◆떡볶이는 소자본 창업이 아니다

5월이면 면적이 넓은 인근 사무실로 이전 계획까지 있다고 하니 돈 좀 벌었겠다 싶었다. 대놓고 대뜸 얼마나 벌었느냐고 물었다.

"아직까지 통장에 2000만원을 찍어본 적이 없어요. 3개월 전에 처음으로 통장 잔고가 1000만원을 넘었어요. 그동안 번 돈은 고스란히 회사로 다시 들어갔어요."

그는 회사 인근의 작은 오피스텔에 산다. 현재 가치를 가늠할 수 없는 회사 지분이 그가 가진 전부다. 캐나다 토론토 유학시절 등록금으로 중고차를 구입해 배달업에 뛰어들었던 열정이 그나마 든든한 자산이다.

창업을 상담하러 온 고객에게 그는 상냥한 편이 못된다. 창업자금 1억원으로 작은 점포 하나를 열 수는 있지만 '먹고 살기 어렵다'고 못을 박는다. 단순히 매장 수만 늘려서는 가맹업주의 피해로 귀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창업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입지인데, 목이 좋은 곳은 가격이 비싸게 마련입니다. 저에게는 1억원 점포가 위험하다는 것을 알려줄 의무가 있습니다. 점포 하나하나의 영속성이 기업을 운영해 나가는 중요한 요소거든요."

가맹점주를 속여 이윤을 챙기는 프랜차이즈 관행을 깨보고 싶다는 김 대표의 꿈은 '좋은 기업의 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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