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色있는 여자'의 색다른 디자인 철학

머니투데이 전병윤 기자 2012.03.14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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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高手열전]서명회 GS건설 주택디자인팀 과장

↑서명회 GS건설 주택디자인팀장.↑서명회 GS건설 주택디자인팀장.


 생각해 보면 늘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 있는가 하면 괜히 마음을 들뜨게 하거나 산만해지는 곳도 있다. 건축설계의 차이 때문일 수도 있지만 공간 색채를 어떻게 했는지도 큰 영향을 준다고 한다.

 서명회 GS건설 주택디자인팀 과장(사진)은 건축에 색을 입히는 통합색채설계 전문가다. 그의 분야는 아파트 외벽과 내부뿐 아니라 건축물 내 공원 등을 아우른다. 서 과장은 2002년 GS건설의 아파트 브랜드 '자이'가 출범한 이듬해부터 색채전문가로 참여했다. 당시 건설업계에선 생소한 직업군이었다.



 건설업계에서 색채전문가는 단순히 제품에 어떤 색을 입혀 잘 팔리게 할지에 그치지 않는다. 건축물은 인간의 삶과 동행해야 하는 공간이고 도시경관 측면에서도 공공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서 과장은 "제품의 색깔이 많이 팔리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건축물 색채는 우리 삶의 배경이 되기 때문에 시각적 건강함의 여부를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도시경관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건축물의 색깔은 지방자치단체로부터 색채심의를 받아야 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색채가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학적으로도 신빙성이 있다고 한다. "색은 빛의 파장이죠. 빨간색이면 빨간 빛의 파장만 반사된 것이고 그 파장이 우리에게 닿은 겁니다. 색이 심리적 영향을 주거나 생리적 반응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색채심리학을 이용한 '컬러테라피' 치료법도 있을 정도니까요."

 서 과장은 아파트단지 색을 주로 채도가 낮은 회색계열을 쓴다. 채도가 낮다는 건 빛의 파장이 약하다는 것으로 인간에게 편안한 느낌을 준다.

 "초창기 '자이' 아파트단지를 봤을 때 울타리 색은 청록색, 쓰레기통은 파란색, 걸레받이는 진한 갈색처럼 저마다 튀려는 듯 제각각이었고 공용공간에는 의미없는 페인팅이 돼 있었죠. 그래서 그레이 계열로 바꿔 숨을 죽여놨어요. 제가 오면 단지가 화려해질 것이라고 기대한 분들이 실망한 눈치더라고요."


 그는 채도가 낮은 그레이 계열을 눈에 거슬리지 않는 색깔이라 해서 은폐색으로 부른다. 대신 눈에 들어와야 할 곳에만 채도가 높은 색을 써 포인트를 준다. 전체 색채에 일관성을 주는 통합색채설계의 기본이다. 지하철 9호선 역사를 보면 바탕을 회색으로 한 뒤 농도 차이로 변화를 줬다. 같은 원리인 셈이다.

그는 "우리 눈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게 아니라 한꺼번에 받아들이기 때문에 통일감 속에 부분적 차이가 있어야 아름답다고 느낀다"며 "이처럼 난잡하거나 그렇다고 획일적이지도 않은 색의 구성이 통합색채설계의 궁극적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조화 역시 중요하다. 서 과장은 "색깔은 좋고 나쁜 개념이 아니라 주변과의 조화에 따라 아름답거나 혐오스러워 진다"며 "외벽과 바닥포장의 색이 어울리지 않거나 주변 경관과 맞지 않으면 결국 거부감을 준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진국의 경우 설계 단계부터 색채 전문가가 참여해 건축설계를 고려하는 데 반해 우리나라 설계도에는 '지정색 마감'으로 나중에 고르라는 식"이라며 "우리나라도 통합색채설계의 중요성을 점차 인식하는 만큼 시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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