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피다 파산보호 신청, "삼성전자·하이닉스 수혜"

머니투데이 배준희 기자 2012.02.2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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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램 수급 활성화 기대"(상보)

세계 3위 D램 제조사인 일본 엘피다의 파산보호(법정관리) 신청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에게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시장은 내다봤다. 향후 예상 가능한 시나리오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단기적으로는 국내 업체들의 주가 상승이, 중장기적으로는 D램 수급 활성화가 기대된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엘피다 파산보호 신청 이후 시나리오는?=지난 27일, 세계 3위 D램 제조사인 일본 엘피다가 도쿄지방법원에 파산보호(법정관리) 신청을 했다. 세계 시장에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등과의 경쟁에서 뒤쳐지면서 시장지배율이 급락한데 따른 것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 등 외신들은 상환 못한 채무가 4480억엔(약 6조3000억원)으로 일본 내 제조업체 가운데 파산규모로는 사상 최대라고 보도했다.

엘피다 파산보호 신청 이후 예상 시나리오는 △자체 갱생 △미국 마이크론과의 전략적 제휴 강화 및 매각 △도시바와의 합병 △글로벌 파운드리 업체와의 협력 강화 및 히로시마 팹 매각 등이 예상됐다.



최도연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외부 자금 유입 없이 현 상태를 유지할 경우 선발업체인 국내업체들과의 기술경쟁력 차이가 지속적으로 확대될 것"이라며 "마이크론에 매각될 경우 하이닉스와 동등한 규모가 돼 라이벌 구조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도시바에 매각될 경우 D램과 낸드(NAND)의 시너지 효과로 국내업체들에게 단기적으로는 중립적, 중장기적으로는 부정적일 것"이라며 "파운드리 업체에 히로시마 팹이 매각될 경우 D램 업황이 공급부족으로 반전해 국내업체들에게는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했다.

이정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일본 정부와 채권단이 법정관리 신청을 거부해 파산절차를 밟게 될 수도 있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며 "법정관리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부채상환을 유예하며 자산 매각 같은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하는 동시에 공적자금 지원을 받아 회생을 도모하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일본 정부 주도하에 도시바와의 합병이나 전략적 강화 등이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수혜 입을 것"=엘피다의 파산보호 신청으로 국내업체들은 수혜를 입을 것으로 시장은 전망했다.

LIG투자증권은 "자체 갱생이 가능하더라도 장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엘피다의 경쟁력이 회복될 때까지는 국내업체들에게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정 연구원은 "PC업체들에게 D램 구매에 나서게 할 수 있는 자극이 될 수 있어 단기적으로 D램 가격에 긍정적일 것"이라며 "최근 엘피다가 모바일 DRAM에 집중하고 있는 점을 보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투자증권은 "1분기 PC 수요 감소 및 HDD 공급 부족에 따른 D램 가격 상승 지연을 우려하지만 엘피다의 조정 과정은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에 긍정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법정관리하에서 엘피다의 자산 매각은 가속화될 가능성이 있지만 파운드리 업체로 넘어갈 경우 직접적인 D램 설비 감소에 따른 공급 조정이 이뤄질 것"이라며 "마이크론이나 도시바로 넘어갈 경우 단기적인 공급 조정에 그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산 인수 업체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삼성증권은 "일본 엘피다 파산으로 D램 평균 판가가 기존 예상 대비 5%p 상승할 경우 삼성전자 (77,400원 ▼800 -1.02%)는 영업이익 9410억원, 하이닉스 (189,900원 ▼3,100 -1.61%)는 5600억원 수준의 추가 이익이 가능하다"며 "엘피다의 구제방안에 대해선 주의깊게 살펴야 하지만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에 대해선 긍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파산 신청이 감산과 D램 가격의 급격한 상승으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라며 "하지만 향후 D램 수요 회복과 가격 상승이 나타날 경우 엘피다는 추가 설비 투자와 증설에 채권단 승인 등 제약이 불가피해 D램 수요 확대의 수혜는 국내 업체들의 누리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B대우증권도 "2009년 키몬다 파산 시 삼성전자는 10.5%, 하이닉스는 15.0% 상승한 바 있으며 한 달 뒤 하이닉스는 26% 상승했다"며 "이번 엘피다 파산신청은 단기적으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의 주가 상승을 가져오고 중장기적인 D램 산업 슬림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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