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은행 "中, 개혁 없으면 경제위기 올 것"

머니투데이 권다희 기자 2012.02.23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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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더 강도 높은 개혁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경제위기에 직면 할 수 있다고 세계은행과 중국 정부 산하 연구소가 보고서를 통해 주장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 보도한 '차이나 2030'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에 민간기업적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포함해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경제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세계은행과 국무원 산하 연구소 발전연구중심(DRC)이 작성한 이 보고서는 오는 27일 공개될 예정으로, 올해 말 세대교체를 앞둔 차기 지도부에 들에게 권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작성됐다.

차이나 2030은 중국의 성장률이 급속하게 악화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했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 장기간 정체하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이 이 같은 과정을 겪었다.



보고서가 특정한 경제성장률을 전망했는지는 알려져 있지 않다. 그러나 미국 연구소인 컨퍼런스 보드의 최근 전망에 따르면 올해 중국 성장률은 8%로 둔화된 후 2013년~2016년에 6.6%로 낮아질 전망이다.

UC 버클리의 베리 에이켄그린 교수는 2015년경부터 중국의 성장률이 최소 2%포인트 이상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물론 30년간 평균 10%의 연 성장률을 기록해 왔기에 성장률 둔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이 동시에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 경제성장 원동력인 중국의 성장 추이는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보고서에는 논쟁이 첨예한 국영기업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국영기업들이 자산관리업체들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자산 운용담당자들이 국영기업을 감독하는 장치를 둬, 기업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상업적인 목적으로 경영되고 있음을 보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달 "중국은 국영기업의 역할을 제한하고 독점기업들 다각화 해 민간 업체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한다"고 밝힌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0년 간 에너지·천연자원·통신·인프라스트럭처 등에서 시장을 지배해 온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국영은행으로부터 낮은 이자에 대출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며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 왔다.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화두가 됐던 이른바 '국가 자본주의'의 요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 등 서구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이 국제 경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국내적으로는 이 같은 국영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부의 집중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휘하에서 10년간 몸집을 키워 온 국영기업들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는 미지수다.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마리를 드러낸 적이 없다.

북경 소재 투자회사인 프리마베라캐피탈의 프레드 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국영기업은 기로에 서 있다"며 "중국 정부는 대형 국영기업들에 의한 국가주의적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기업가정신 중 하나를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중국이 지방 정부의 재정을 감독하고 기업가정신과 경쟁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세수보다 토지 매매로 돈을 더 벌고 있는데 싼 값에 도시 주변 땅을 사서 부동산 개발업체에게 비싼 값에 파는 이러한 중국 지방정부 관료들의 행태는 중국 서민들의 적개심을 키우고 있다.

이밖에 보고서는 중국의 사회복지비 지출이 국영기업의 배당금과 부동산세·법인세 등으로 더 벌충돼야 한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발표 전부터 국영 기업 임원들에게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보고서가 실제 중국 지도부의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산당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의 선임 자문이자 DRC의 '2인자'인 류 허가 보고서 작성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은 중국 최고위 지도부들이 이 제안들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차기 총리인 리커창 부총리가 2010년 9월 졸릭 총재의 베이징 방문 당시 중국과 세계은행 간 프로젝트를 지지했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을 강화한다.

이핑 황 바클레이즈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혁신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이 제안이 그리 급진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은행과 DRC 모두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국영기업 민영화는 제안하지 못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자산관리 담당자를 어떻게 고용하고 해고할 지도 불분명하다.

도이치은행의 마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국영기업 문제 중 하나로 혁신을 가로 막는다는 점을 꼽으며 "외국 기술을 복제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자체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중국 경제는 급격한 침체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지금 중국의 1인당 소득 5000달러일 때 계속해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혁신을 꼽으며 "중국은 혁신의 주요 지표인 1인당 특허수가 한국에 한 참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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