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입수, 보도한 '차이나 2030' 보고서는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에 민간기업적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포함해 중국에서 가장 민감한 경제적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차이나 2030은 중국의 성장률이 급속하게 악화될 수 있는 위험을 경고했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와서 장기간 정체하는 '중진국 함정(middle-income trap)'에 빠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이 이 같은 과정을 겪었다.
UC 버클리의 베리 에이켄그린 교수는 2015년경부터 중국의 성장률이 최소 2%포인트 이상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은 바 있다. 물론 30년간 평균 10%의 연 성장률을 기록해 왔기에 성장률 둔화는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일본이 동시에 경기 둔화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전 경제성장 원동력인 중국의 성장 추이는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끼치게 된다.
보고서에는 논쟁이 첨예한 국영기업을 어떻게 경영할 것인가 하는 문제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국영기업들이 자산관리업체들의 감독을 받아야 한다는 대안을 내놨다.
이 시각 인기 뉴스
자산 운용담당자들이 국영기업을 감독하는 장치를 둬, 기업이 정치적 목적이 아닌 상업적인 목적으로 경영되고 있음을 보증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로버트 졸릭 세계은행 총재가 지난달 "중국은 국영기업의 역할을 제한하고 독점기업들 다각화 해 민간 업체들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한다"고 밝힌 대목과 일맥상통한다.
지난 10년 간 에너지·천연자원·통신·인프라스트럭처 등에서 시장을 지배해 온 중국의 국영기업들은 국영은행으로부터 낮은 이자에 대출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며 영향력을 점점 확대해 왔다. 지난 다보스 포럼에서 화두가 됐던 이른바 '국가 자본주의'의 요체다.
티모시 가이트너 미 재무부 장관 등 서구 정부 관계자들은 중국 당국이 국영기업에 제공하는 보조금이 국제 경쟁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비판해 왔다. 국내적으로는 이 같은 국영기업이 국제시장에서 중국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부의 집중을 야기한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후진타오 국가주석 휘하에서 10년간 몸집을 키워 온 국영기업들이 어떤 모습으로 진화할지는 미지수다. 차기 지도자인 시진핑 국가부주석은 자신의 경제정책에 대한 실마리를 드러낸 적이 없다.
북경 소재 투자회사인 프리마베라캐피탈의 프레드 후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의 국영기업은 기로에 서 있다"며 "중국 정부는 대형 국영기업들에 의한 국가주의적 자본주의와 자유시장의 기업가정신 중 하나를 결정해야한다"고 말했다.
또 보고서는 중국이 지방 정부의 재정을 감독하고 기업가정신과 경쟁력을 촉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중국 지방정부들은 세수보다 토지 매매로 돈을 더 벌고 있는데 싼 값에 도시 주변 땅을 사서 부동산 개발업체에게 비싼 값에 파는 이러한 중국 지방정부 관료들의 행태는 중국 서민들의 적개심을 키우고 있다.
이밖에 보고서는 중국의 사회복지비 지출이 국영기업의 배당금과 부동산세·법인세 등으로 더 벌충돼야 한다고 밝혔다.
WSJ에 따르면 이 보고서는 발표 전부터 국영 기업 임원들에게 극심한 반발을 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보고서가 실제 중국 지도부의 정책 결정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을 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공산당중앙위원회 상임위원회의 선임 자문이자 DRC의 '2인자'인 류 허가 보고서 작성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점은 중국 최고위 지도부들이 이 제안들을 진지하게 고려할 것이란 전망에 설득력을 더한다. 차기 총리인 리커창 부총리가 2010년 9월 졸릭 총재의 베이징 방문 당시 중국과 세계은행 간 프로젝트를 지지했다는 점도 긍정적 전망을 강화한다.
이핑 황 바클레이즈캐피탈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 내용에 대해 "혁신적인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이 제안이 그리 급진적인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은행과 DRC 모두 정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국영기업 민영화는 제안하지 못했다. 보고서가 제안한 자산관리 담당자를 어떻게 고용하고 해고할 지도 불분명하다.
도이치은행의 마준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국영기업 문제 중 하나로 혁신을 가로 막는다는 점을 꼽으며 "외국 기술을 복제한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자체적인 제품을 생산하지 못하는 중국 경제는 급격한 침체에 취약하다"고 말했다.
마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지금 중국의 1인당 소득 5000달러일 때 계속해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었던 이유로 혁신을 꼽으며 "중국은 혁신의 주요 지표인 1인당 특허수가 한국에 한 참 뒤쳐져 있다"고 지적했다.